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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의 묘생묘사] 아깽이와 벌인 식탁 위의 다툼

정식으로 우리 집 반려묘가 된 아기고양이 제이는 못 먹고 자랐는지(?) 웬만한 고양이들답지 않게 사람 음식에 너무나 관심이 많았다.

 

식탁 위에 밥을 차려놓으면 내 무릎 위로 폴짝, 내려가라고 하면 이번에는 곧바로 식탁 위로 폴짝. 거의 한 숟가락 먹고 고양이 내려놓고, 한 숟가락 먹고 또 고양이 내려놓고, 하는 게 매번 식사마다 반복되는 일이었다.

 

 

고양이털은 둘째 치고 귀찮기 짝이 없었다.

 

고양이는 강아지에 비해 식탐이 없다고 알아왔던 내 얕은 지식을 비웃듯이, 제이는 내가 알고 있던 고양이에 대한 인식에 사사건건 대혁명을 일으켰다.

 

심지어 아직 제 발톱도 잘 다룰 줄을 모르는지, 괜히 쓸데없이 발톱을 세워 식사 시간은 반쯤 전쟁이었다.

 

소파 위에 발라당 누워 자는 제이를 꽤 귀여워하게 되었던 남편도 드디어 불만을 쏟아냈다.

 

제이가 식탁 위로 올라오지 않도록 교육을 시켜야겠다는 것이다. 고양이를 어떻게 교육시킨다는 거야, 답도 안 보이는 문제에 내가 슬그머니 반기를 들었다.

 

- 지금 어려서 그렇지, 좀 크면 괜찮아질 거야.

- 안 괜찮아지면 어떡해. 아닌 건 아니라고 제대로 가르쳐야지.

- 고양이니까 높은 데 올라오고 그러는 거지.

 

애들 문제가 부모 싸움이 되는 게 뭔지 알 것 같았다.

 

가치관과 교육관이 다른 부모가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 교육을 시키고 싶을 땐 어떻게 조율하는 걸까?

 

애를 낳기는커녕 임신한 친구도 아직 없는 28살 새신부가 알 리 없었다. 고양이가 아직 어려서 그런 건데, 그냥 식탁 위가 궁금해서 그런 건데, 시간이 지나고 나이 먹으면 우리가 놀아달라고 해도 귀찮아할 걸?

 

아직 어린 고양이한테 벌써부터(?)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남편이 섭섭했다. 아기 같은 동물에게 화를 내는 게 싫었다.

 

 

제이가 우리가 밥 먹을 때 발톱을 세우고 무릎 위로 뛰어오를 때 물 스프레이를 뿌리는 것으로 나는 마지못해 타협을 보았다.

 

효과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했지만, 남편에게 적어도 교육 비슷한 뭔가를 하고 있다는 제스처를 보일 수는 있었다.

 

제이가 말썽을 부리는 걸 혼내는 게 싫어서 내가 눈치를 봤다. 그러다 내가 왜 이렇게 눈치를 봐야 하냐며 싸우는 일도 있었다.

 

고양이는 무섭고 공격적이라는 신랑의 생각이 제이를 키우면서 많이 달라진 것은 틀림없었지만, 그 다음 문제로 우린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개념이 너무 달랐다.

 

나는 애초에 고양이와 함께 사는 것에 대해서 나의 생활공간을 백퍼센트 공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신랑은 처음에 그에 대해 반발했다.

 

적어도 안방은 들어오지 못하게 하자, 고양이는 거실에서 재우자, 등을 주장했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사람이 쓰는 밥그릇에 물을 담아 먹이면 대놓고 질색하지는 않아도 뜨악해하는 표정이 느껴졌다.

 

 

내가 유난스러운 것일 수도 있고, 그가 너무 예민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둘 중 하나가 잘못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와 나는 고양이라는 생명체를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이 아직 달랐고, 다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 단계에서 우리는 수많은 타협을 해야 했다.

 

안 그래도 결혼 생활은 수많은 규칙과 타협과 줄다리기의 향연인데, 무언가 하나라도 어정쩡하게 넘어갔다가는 매번 서로에 대한 불만만 쌓일 뿐이었다.

 

우리는 몇 가지 사안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일단 고양이 전용 그릇을 사용하겠다고 약속했고, 대신 안방을 고양이 출입금지구역으로 정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다행히, 우리의 타협은 그럭저럭 잘 이루어져 안정을 찾아갔다. 그도 침대 위에 올라와 동그랗게 몸을 말고 눕는 제이의 모습을 예쁘게 봐주었다.

 

제이가 먼저 자고 있으면 제이가 깨지 않도록 그 커다란 키를 접어 살살 피해서 눕는 신랑의 모습이 귀여웠다.

 

 

고양이가 게으르지만 않으면 벌써 세계정복을 했을 거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이 살아 있는 털 뭉치와의 동거를 처음엔 다소 껄끄러워하던 그도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니 고양이에 입문한 어엿한 집사가 되어갔다.

 

그게 가능했던 건 물론 제이의 변화 덕분이기도 했다. 한창 철딱서니 없게 뛰어다니던 ‘똥꼬발랄 캣초딩’ 시절이 지나자 발톱을 숨기는 법도 알았고 자연스럽게 식탁 위에도 관심을 끊었다.

 

좀 참으면 이 시기가 지나간다고 생각한 나와 달리, 나중에 한 얘기지만 남편은 정말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지금도 그때 얘기를 하면 난 ‘내가 뭐랬어, 다 그렇게 크는 거라니까’ 하고 잘난 척을 한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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