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컨텐츠 바로가기

"수술비 비싼데 고환 하나만 떼주소"

청주의 동물병원 원장이 페이스북에 최근 게시한 잠복고환 수술 이야기가 웃음짓게 하고 있다.

 

고환이 완전히 밖으로 나오지 못한 잠복고환은 방치할 경우 자칫 암으로 발전할 수 있어 중성화수술이 필요하다.

 

잠복고환을 문의한 보호자는 구수한 목소리의 중년 아주머니. 예의 보호자가 그렇듯이 이 아주머니는 전화로 중성화수술비용을 문의했다.

 

수의사 입장에서 전화로 상담하는 것이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현실에 적응해야 하는 법.

 

마취 주사제 종류와 녹는실, 안 녹는실, 혈액검사 유무, 암컷·수컷 유무, 진통제 투여 유무 등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고 안내했다.

 

돌아온 대답은 "야가 꼬추가 하나 밖에 없는디 수술비가 을매래여?"

 

이 중년 아주머니는 가만히 놔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병원을 찾아 왔다. 잠복고환인 요크셔 테리어 두 마리를 데리고. 그런데 곧장 수술에 들어가지는 못했다. 

 

 

"비용이 비싸다고 고환 하나만 제거해 달라고 하신다. ㅋㅋㅋ"

 

대략 난감. 이 원장의 해결책은 울며겨자먹기 협상. 어떤 이들은 수술을 안해주면 버리겠다고 협박까지 서슴지 않는다고 한다.

 

협상 결과는 한 마리 수술 비용으로 두 마리 다 해주기로. 물론 고환은 두 개 다 뗀다. 시골에서 약 40분 동안 차를 타고 왔다는 사연도 감안했다.

 

수술은 무사히 진행됐고, 그 보호자는 만면에 웃음을 띄고 돌아갔다. 수술이 잘 끝난 것은 물론 두 마리 수술을 한 마리 비용으로 했으니 어찌 기분이 좋지 않으리.

 

원장에게도 반전은 있다. 원장은 수술에 앞서 아주머니의 장아찌 자랑을 듣고, 그 장아찌를 얻어 먿는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 장아찌는 3일 뒤 배달될 예정이다. 이 원장은 장아찌 생각에 수술비용도 잊은 것일까.

 

원장은 "약간 어눌하고 동문서답하기도 하지만 사실 이런 분들은 돈보다는 사람 살아가는 맛이 있어서 좋다"며 "그 분의 장아찌를 맛볼 수 있을까? 둥둥둥 기대된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부디 장아찌 맛보시길.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목록

회원 댓글 0건

  • 비글
  • 불테리어
  • 오렌지냥이
  • 프렌치불독
코멘트 작성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욕설 및 악플은 사전동의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스티커댓글

[0/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