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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스독스의 동물세상] 60대 견주와 17살 시츄

 

몇 년 전 새벽 아파트 옆 공원에서 산책하고 있었다. 멀리서 내 앞쪽으로 다가오는 시츄의 걸음걸이가 특이하여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다. 한 눈에 봐도 걸음걸이가 정상이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개가 힘들게 옆으로 비스듬히 걷는 것 같았다. 즉, 개(dog)의 걸음걸이가 마치 바다에 사는 게(crab)의 걸음걸이와 비슷했다.

 

필자는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성격이다. 그래서 60대 초반의 견주(犬主)에게 다가가서 "개의 걸음걸이가 좀 이상하네요. 어디가 아픈가 봐요."라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 분은 “이 아이(시추)는 17살이나 되었어요. 이제는 나이가 많아 제대로 듣지도 보지도 못해요. 사람 나이로는 거의 백 살이 다 된 셈이죠."라고 답해 주셨다.

 

개의 나이가 그렇게 많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서 그 분에게 "이 개 나이가 그렇게 많아요?"라고 다시 물어보니 주인은 "그러게요. 세월 참 빠르네요. 강아지 때부터 키웠는데. 벌써 17년이나 되었네요."

 

필자와 대화를 하던 주인은 이제는 노환(老患)으로 건강이 안 좋은 자신의 나이 든 시츄를 애잔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진실한 동물 사랑이 느껴졌다.

 

주인이 타인과 대화를 하는 사이 그 시츄는 오줌을 누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오줌을 누는 게 아니라 그냥 오줌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노견(老犬)은 자기 의지대로 오줌을 누는 것이 아니라 소변을 그냥 줄줄 흘리고 다녔다.

 

혈기왕성한 수컷들은 전봇대 같은 곳에 영역표시를 할 때는 다리를 최대한 들고 소변을 보며 자신의 영역임을 강조한다. 이 나이 든 수컷은 전혀 그런 상태가 아니었다. 그냥 소변을 질질 흘릴 뿐이었다.

 

"이 녀석은 이제 기력이 거의 다 되서 얼마 못 걸어 다녀요. 그래서 조금 걸어가다가 내가 안아주고 그러면서 산책을 하는 거예요."라고 말씀하시는 견주의 목소리에는 자기 개에 대한 사랑이 깊게 묻어 있었다.

 

견주는 다시 "이 개가 비록 나이가 많아 제 몸 추스르기도 힘들지만 이렇게 살아주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라며 나와의 짧은 대화를 마치고 가던 방향으로 산책을 갔다.

 

잠시 후 뒤돌아서 보니 견주는 필자의 예상대로 힘이 부쳐 제대로 걷지 못하던 시추를 안고 산책을 하고 있었다. 인간과 동물의 아름다운 동행(同行)이라는 것이 저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날 새벽 노견 시츄와 그리고 그 개 견주와의 짧은 만남을 통해 생명에 대한 존엄성과 함께 책임의식에 대해서도 깨달을 수 있었다. 주인에게 전적으로 자신의 생애를 맡긴 애견들을 위해 사람들은 사랑과 함께 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개를 키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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