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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낵노트] '공혈견'에 대하여

사람과 마찬가지로 개들도 외상을 당하거나, 빈혈이 있으면 수혈이 필요하다. 이 때 수혈에 필요한 혈액을 공급하는 개들을 공혈견이라고 부른다. 사실 공혈하면 낯설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공혈보다 헌혈이다. 헌혈(獻血)과 공혈(供血)은 혈액을 기부한다는 측면에선 같은 말이다. 영어로도 둘 다 ‘Blood donation’이라 표현한다.

 

헌혈과 공혈에 대해 굳이 차이를 둔다면, 헌혈은 대가없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또는 동물을 위해 주는 것이고, 공혈은 어떤 대가가 오간다는 점에서 다른 말이다. 공혈견으로부터 채혈된 혈액을 사고파는 현실을 감안하면 공혈은 매혈에 가깝다고도 볼 수 있다.

 

개와 고양이에 대한 채혈이 사람의 헌혈과 다른 것은 사람은 자발적이지만, 동물은 자신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피를 뽑히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헌혈이냐, 공혈이냐, 또는 매혈이냐의 논쟁이 아니다. 핵심은 반려동물도 치료용 혈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여러분의 반려동물이 위급한 상황에 빠져서 수혈이 절대적인 상황이라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주변에 수혈이 가능한 동물병원이 있어서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있다면 다행일 것이다. 하지만 수반되는 비용은 차치하고 적기에 수혈치료를 받는 게 쉽지 않은 현실이다.

 

ⓒ노트펫

 

더 큰 문제는 반려동물 치료를 위해 혈액을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는 의료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직 반려동물 치료용 혈액의 공급을 전담하는 국가인정 공식기관이 전무한 실정이다. 민간이 운영하는 한국동물혈액은행이라는 곳이 있지만 최근 시민단체로부터 문제 제기를 당하면서 곤혹스러운 형국에 빠졌다.

 

국내에선 사람에게 필요한 혈액도 부족하다. 올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헌혈인구가 처음으로 300만 명을 넘어섰지만, 필요량에는 턱없이 부족해 677억원 어치를 수입했다고 한다. 반려동물의 혈액도 공급부족 현상은 매일반 일 것이다. 그동안 반려동물에 대한 수혈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도 않았다.

 

어느 분야든 수요는 공급을 낳는다. 그게 현실이다. 과거 어려웠던 시절 많은 병원들이 필요한 피를 공급받을 수 없었던 탓에 돈을 주고 피를 샀다. 생활이 곤궁했던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피를 팔았다. 이제 매혈은 없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세계는 인간세상으로 치면 과거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앞서 거론했듯 민간이 운영하는 혈액공급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도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관련제도와 법규도 마련되지 않은 현실을 고치는 것이 우선이란 생각이다. 이른바 국민정서법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모든 이는 투명한 공급체계를 원할 것이다. 그것이 치료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면 더 분명해야 한다.

 

이제 반려동물을 위해서도 긴 호흡을 갖고 시스템 전반에 대한 변화의 노력을 기울어야 할 시점이다. 반려동물에게도 사람처럼 건강할 때 채혈해 기부하고, 필요할 때 돌려받는 헌혈문화의 도입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현실적, 정서적으로도 쉽지는 않겠지만 검토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정책당국이 나서 반려동물을 위한 혈액 공급시스템을 갖추어 준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공혈견에 대한 처우와 관련해서도 일정기간 내에 채혈 횟수와 채혈의 양을 규정하고, 감염의 예방 등을 위해 깨끗한 생활환경 기준도 법제화해서 관리‧감독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것도 시급한 과제이다.

 

누구를 탓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정책당국의 주관 아래 수의사협회, 시민단체 등 관련 당사자들이 모여 중지를 모으는 지혜가 요구된다. 그것이 1천만 반려인구 시대를 넘어 반려동물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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