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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석의 동물힐링] 우직이의 투병과 회복이야기

진료를 하다보면, 환자의 잘못된 식이습관이나 생활습관으로 인해 큰 병으로 진행되는 경우를 많이 보고, 또 그것을 통해서 임상수의사로서 많이 배우게 된다.

오늘 말씀드릴 우직(죄송하지만 환자의 실명을 거론한다)이는 그 이름만큼 우직하고 충직하게 주인분께 충성하다가 심각한 질병으로 진행된 예이다.

 

지금부터 10여년 전이었던가? ...우직이는 성실하고 열심히 사는 중년 부부의 유일한 자식 말티즈 남아였다. 우직이 아버지와 어머님은 법없이 살 것같은 마음씨 곱고 착한 분들이었다.

우직이가 어릴 때 분양와서 처음에는 대소변을 잘 못가렸는데, 그 당시에는 두 분이 일이 없으셔서 우직이와 함께 산책하면서 대소변 뉘여주고 건강하게 3-4세까지 지냈다고 했다. 갑자기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생활구조가 되면서 새벽에 출근해서 늦은 밤에 퇴근해서 오게된 탓에 우직이는 새벽부터 늦은밤까지 집에서 홀로 지내야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그때부터 우직이가 점점 아프더니 그로부터 수년간 병원 신세를 지게되는 환자가 되었던 것이다. 간수치와 신장수치는 끊임없이 치솟고, 식욕부진과 함께 수분섭취조차 잘하지 못하더니 하루 종일 잠만자고, 예민해지면서 간간히 몸을 떨고 발작 경련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그 부부는 어려운 살림을 쪼개 가면서 그로부터 2-3년간을 지속적으로 병원 다니면서 간과 신장치료를 받아 왔는데, 호전보다는 더 심각한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었고, 그때 즈음에 본원에 내원하게 되었다. 우직이 나이가 5-6세 정도였던 것같다.

우직이의 문제는

 

두 부부가 일을 하기 전에는 하루 종일 시간을 함께 하면서 식사와 배변배뇨 시간이 일정했고, 그만큼 생활이 규칙적이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면서 우직이는 그 충직함 그대로 새벽부터 늦은밤까지 대소변을 참으면서 부부를 기다렸고, 부부가 퇴근하는 밤 11-12시가 되어서야 대소변을 볼 수 있는 생활구조가 계속된 것이었다.

이러한 생활이 한달한달 지나면서, 우직이는 주인분들의 퇴근시간까지 대소변을 참기위해서 식사와 물을 섭취하지 않는 극단의 방법을 사용하게 되었고, 워낙 식욕이 떨어진 우직이를 보고, 부부는 여러가지 경제적으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고기, 간식, 육포, 개껌 등의 최고급간식을 매일 섭취시켰다. 이것이 불행의 시발점이 되었다.

 

그 이후부터 우직이의 변은 매우 검고 단단한 토끼똥이나 염소변처럼 콩알처럼 나오게 되었고, 소변은 오렌지주스색보다 진하고 혼탁하게 나오게 되었던 것이다.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채, 수많은 치료에도 불구하고 간장과 신장부전이 진행되면서 간성뇌증이나 혼수상태가 오면서 발작과 경련도 동반하게 되었다.

만성탈수와 대변소변의 배출이 급감하면서 체내 암모니아 독소는 간과 신장을 수년간 사정없이 손상시키게 되었고, 이러한 원인을 파악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수많은 약물들은 계속 투여된 것이었다.

 

< 이 글은 오원석 수의학박사가 운영하는 오원석동물힐링스쿨에 실린  칼럼입니다. 블로그를 방문하면 오 박사의 다양한 글들을 읽을 수 있습니다. 블로그 바로가기 >

 

우직이의 합병증이 점점 진행되면서 혈압도 180-200으로 상승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부부는 쉬는 날이면 1-2시간을 오래오래 산책시키면서 지치고 힘들때까지 걷기를 시키게 되었고, 급기야 심장질환 초기단계까지 진행된 다발성장기부전 환자가 되었던 것이다.

과연 이 부부는 자식을 사랑하고 보살폈던 것일까 아니면 고통을 더 주고 합병증을 더 한 것일까?

특히, 우리 임상수의사들은 정말 형사와 같은 오감으로 이러한 생활속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그렇게 되지 못할 경우에는 수년 간의 시간을 환자나 보호자가 고통 속에 살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직이 이름 만큼이나 부부가 경제적으로 일어설 때까지 우직하고 충직하게 자신의 질병에 대한 어떠한 불만도 고통도 표현하지 않은채 방구석 한켠에서 벌벌떨면서 대소변을 참고, 먹이까지 먹지 않은 그 충성스러움에 진료를 보면서 그 부부와 함께 큰 눈물을 지었던 기억이 세월이 지난 아직도 눈에 선선하다.

우직이는 그 이후에 부부의 피나는 노력으로 생활을 교정하고, 식사를 교정하여, 3-4년간 계속 치솟던 간수치와 신장수치들이 기적같이 떨어지졌고, 1-2개월이 지나면서 60-70% 정도의 건강상태를 찾으면서, 다시금 이 가정에는 행복이 찾아왔다. 

뒤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우직이가 아팠던 2-3년간 부부는 함께 힘들게 일해 벌어온 월급의 70%정도를 병원비와 간식비로 사용하면서 가계가 더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직이를 지키기위해 이 병원 저병원을 다니면서 우직이를 살리려고 했던 그 착하고 성실했던 부부의 모습은, 본인이 임상을 하는 동안은 잊혀지지 않을 것같다.

우직이가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15세 전후가 될 것같다. 생사는 모르지만, 성실하고 착한 부부에게는 더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는 우직이가 되기를 마음으로 기도한다.

우직이를 통해서 본인이 배운 바는 다음과 같다.

1) 대소변 즉, 쾌변쾌뇨의 소중함

2) 대소변이 원활치 못할때 고암모니아증이 유도되면서 간장신장 부전증이 진행되고 식욕부진과 음수량 저하가 발생

3) 어릴적에 산책하면서 배변배뇨한 환자, 또는 집안에서 대소변 잘 못가린다고 야단을 많이 맞아서 대소변을 참는 습성이 있는 환자들은 배변배뇨가 힘들어 지면서 수년간에 걸쳐 간신부전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4) 보호자나 임상의들은 식욕부진이나 음수량 저하가 오면, 환자가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을 확인하기전에 더 맛나는 간식, 고기, 육포, 개껌, 과일 등의 더 맛나는 음식을 주는데 이는 신체장기들은 본격적으로 손상된다.

5) 착한 성품의 (우직이 같은) 환자들은 어떠한 고통이나 질병의 상태에서도 충직함 성품때문에 아픈것을 표현하는 것을 잘 하지 않게 되는데, 이때는 보호자나 주치의가 환자의 어떤 것이 문제가 되고, 또 그것이 해결되지 않는 지에 대해서 신속하게 진단하여 해결책을 모색해주지 않으면, 착하고 충직한 환자일수록 큰 병으로 고통당하는 경우가 많음을 직시해야 한다

평소 엄살이 심하거나, 아프면 바로바로 약국이나 병원에 뛰어가는 사람은 큰 병에는 잘 걸리지 않지만 (그때 그때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기 때문에), 착하고 참을성있고 성실한 아버지 및 할아버지들은 그저 속쓰리고 팔다리 저려도 위장도포제에 진통제 먹고 하루하루 인내하면서 성실하게 살다가, 어느날 큰 병원에서 건강검진시 암이나 심각한 장기질환으로 진단받는 경우와 유사하다.

우직이와 같은 환자를 간호하는 보호자나 치료하는 임상수의사나 항상 '자가진단법'을 숙지하고, 신속한 진단과 치료를 통해 하루빨리 환자를 고통해서 해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이와 같은 내용을 강의한지 18년이 넘는데도, 아직까지 우직이와 같은 개고양이 환자들이 전국에 넘쳐나고, 이에 대해 해결하고자 노심초사하는 보호자와 임상수의사들이 매우 많다는 사실을 이 자리를 통해서 다시금 강조드리니 반드시 이 기회에 숙지하시길 바란다. 

 

오원석 수의학박사는 경북대 수의학과 출신으로 1997년 개원, 현재까지 대구 황금동물의료원을 이끌고 있다.
피부과 노령동물내과, 임상영양학 전공으로 특히 노령동물 분야의 대가로 꼽힌다.
지금까지 3500여명의 수의사들 대상으로 강연을 펼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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