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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도둑질’에 대한 두 시각

최근에 발간된 <유학자의 동물원>에는 실학자들이 남긴 동물에 관한 기록들이 담겨있다. 이 책을 읽고, 동물의 세계는 인간 세상의 축소판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너와 나를 먹여 살리는 동물원의 정치학’이라는 부제가 달린 2부에서 ‘고양이의 도둑질’을 바라보는 두 시각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이익의 <성호사설 제5권 만물문>에 나오는 얘기란다. 한번쯤 곱씹어 볼 내용이란 생각에 그대로 옮겨본다.

 

떠돌아다는 고양이 한 마리가 밖에서 들어왔는데, 천성이 도둑질을 잘하였다. 더구나 쥐가 많지 않아서 배부르게 잡아먹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단속을 조금만 소홀히 하면 상에 차려 놓은 음식조차 훔쳐 먹곤 하였다. 사람들이 모두 미워하여 잡아 죽이려 하면 또 도망치기를 잘하였다. 얼마 후에 떠나 다른 집으로 갔는데, 그 집 식구들은 본래부터 고양이를 사랑했던바 먹을 것을 주어 배고프지 않도록 하였다. 또 쥐도 많아 사냥을 하여 배부르게 먹을 수가 있었으므로, 드디어 다시는 도둑질을 하지 않고 좋은 고양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나는 이 소문을 듣고 탄식하며 생각하였다. “이 고양이는 반드시 가난한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일 것이다. 먹을 것이 없는 까닭에 하는 수 없이 도둑질을 한 것이고, 이미 도둑질을 했기 때문에 내쫓긴 것이다. 우리 집에 들어왔을 때도 역시 그 본질이 좋은 것을 모르고 도둑질하는 고양이로 대우하였다. 이 고양이는 그때 형편으로 도둑질을 하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었다. 비록 사냥을 잘하는 재주가 있었다 할지라도 누가 그런 줄을 알았겠는가? 옳은 주인을 만난 다음에 어진 본성이 나타나고 재주도 또한 제대로 쓰게 되는 것이다. 만약 도둑질을 하고 다닐 때에 잡아 죽여 버렸다면 어찌 애석하지 않겠는가. 아! 사람도 세상을 잘 만나기도 하고 못 만나기도 하는 자가 있는데, 저 짐승도 또한 그러한 이치가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최지원은 이와 관련," ‘고양이는 착한 천성일까, 악한 천성일까'라고 물은 뒤, 고양이의 본성에 대한 이익의 생각에는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 담론도 녹아 있다"고 풀이했다.

 

그리고 그는 "여기서 순자의 성악설과 맹자의 성선설은 ’세상은 더러운가‘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이 더럽다고 자기 자식에게 곧이곧대로 더럽다고 말해야 하는가, 그러지 말아야 하는가‘의 문제일 뿐이다"고 덧붙였다.

 

요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길냥이의 급식소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인 세상이다. 여러분은 이익의 글과 저자의 설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건희 기자 com@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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