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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간 캉스독스] 두더지 한 마리에 100달러

 

[노트펫] 작년 여름과 가을 부지런한 두더지들은 뒷마당을 헤집어 놨다. 정확히 몇 마리인지 잘 모르겠지만, 두더지들은 마당 곳곳에 굴을 파놓고 흙더미를 수북이 쌓아 놓았다.

 

두더지가 이렇게 집을 훼손하면 문제점이 생긴다. 우선 미관상 좋지 않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문제다. 뒷마당에 나갔다가 발목을 다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두더지 때문에 낭패를 보는 곳은 필자의 집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두더지의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이웃들이 모여 최근 대책을 논의했다. 그런데 전혀 뜻밖의 해결책이 나왔다.

 

두더지가 파 놓은 작은 굴, 2017년 9월 촬영


제안자는 먼저 “두더지 한 마리에 100달러다.”는 말부터 꺼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미국인들은 두더지를 잡아서 약(藥)이나, 식재료로 사용하구나.’라는 착각을 했다. 하지만 그런 이야는 전혀 아니었다.

 

그 제안은 해충을 구제하는 업체를 부르자는 것이었다. 업체는 두더지가 파놓은 굴을 갈아엎고, 다시는 두더지가 얼씬 못하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소탕 과정 중에 두더지가 잡힐 수도 있는데, 그러면 두더지 한 마리당 100달러의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듣고 가늠하기 어려운 비용이 걱정스러웠다. 만약 두더지가 10마리가 잡히면 1,000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 같은 매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현실적으로 매우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다음에 든 생각은 두더지가 오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은 유독물질을 잔디밭에 뿌린다는 것임을 깨달았다. 돈 생각이 먼저 들고, 다음에 환경 생각이 나중에 든 것이다. 참 부끄러운 사고방식이다. 물론 사람에게도 유익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웃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차라리 두더지와 공존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의 마당은 필자 가족만 살고, 이용하는 공간이 아니다. 그곳에는 두더지와 다람쥐는 아예 터를 잡고 살고 있고, 비버와 토끼도 방문하는 곳이다.

 

뒷마당에 눌러 사는 다람쥐

 

 

날개가 있는 새들도 많이 온다. 제일 많은 것은 카디널(cardinal)이다. 이 새는 프로야구 구단인 세인트 루이스의 마스코트로 유명하다. 그리고 많은 종류의 까마귀들도 온다. 현지인들은 잘만 구별하던데 필자의 눈에는 똑같은 까마귀다. 물론 모양은 약간씩 다르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즈의 홈구장인 부시 스타디움, 전광판 상단에 있는 새가 카디널이다. 카디널은 한국에서는 홍관조로 알려져있다. 2017년 9월 촬영

 

만약 구제업체를 불러 두더지와 전쟁을 벌이면, 매일 들리는 귀여운 새 소리나, 다람쥐들이 내는 소리 같은 자연의 작은 음악 선물을 더 이상 즐기지 못할 것이다.

 

차라리 두더지가 부리는 행패는 자연에 대한 일종의 세금 정도로 여기고 눈감아 주는 게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벌이는 것도 귀찮고, 돈도 아끼고, 자연환경도 지키는 그런 삶이 더 좋을 것 같다.

 

미주리에서 캉스독스(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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