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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애견숍 24시] '편하게 할래, 빡세게 할래'

지금 이 자리에 가게를 연 것은 다소 뜻밖의 일이었다. 

 이 일을 하기 전 가스 계통에서 일을 했다. 아파트에 연결된 가스관을 관리하는 일이었는데 이게 꽤 고됐다. 대기업과 협력업체 사이의 갑을 관계도 있었다.

 

그래서 일을 접고 충무로에 있는 애견미용학원엘 다녔다. 그런데 그때 스승님은 무슨 생각에서인지 나를 이곳에 견습으로 소개해 주셨다. 그저 이름에 '광'자 들어가서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할 뿐이다. 덕분(?)에 지금도 서울집에서 광명 이곳까지 출퇴근하는 신세다.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미용학원을 다니고 나서 곧장 숍을 운영하는 것은 어렵다. 미용만 배우고 미용, 분양, 사료, 호텔 등등 숍의 일은 숍에서 견습일을 하면서 배우게 된다. 나도 그런 과정을 거쳤는데 숍의 주인이 나에게 가게를 넘겨 받을 것을 제안해서 이 자리에 자리를 편 것이 어느새 10년이 넘었다.

 

 

나도 그간 견습을 꽤 많이 받아 봤다. 견습은 개인적으로 소개를 받기도 하고, 마땅한 사람이 없을 때에는 미용사의 모임이라는 카페에 올리면 사람을 구할 수 있다. 사실 견습은 내가 필요하니 쓰는 사람이다. 일손이 부족해서 견습을 쓰는 경우가 많으니.

 

'편하게 할래, 빡세게 할래' 견습을 처음 대할때 내가 묻는 말이다. '빡세게 할래' 쪽을 선택한다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전수해 줄 의향이 있다. 대신 견습도 그만큼 각오해야 한다.

 

한 번은 군대를 갓 제대한 남자 견습이 왔다. 그 녀석은 '빡세게' 쪽을 택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 숍에서는 '사장님'하고 부르지만 밖에서는 '형님'이라 부르라 할 정도로 나도 마음에 들던 녀석이었다.

 

미용일을 하면서 미용 대회에 나가 상을 받는다면 여러 모로 도움이 된다. 그 녀석은 동물계열학과에 다녔는데 의욕이 있어 미용대회에도 출전하고 싶어 했다.

 

군복무 시절 누구근 '이곳 군대만 나갈 수 있다면 사법고시 쯤이야'라는 생각을 해봤으리라. 그런 군 시절의 각오를 잘 기억하고 있는 녀석이었다. 나는 그 녀석이 예뻤던 지라 도움을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름길을 알려 주기로 했다. 어느 시험이든 요령은 있기 마련이니까. 외국 사람과 만나면 말을 버벅거려도 토익 점수는 뛰어난 이들이 많은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그렇게 요령 아닌 요령을 알려주고 그 녀석이 대회에 나갔다. 그날 저녁 그 녀석한테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상 탔다길래 그래 머 입상 정도는 했겠지 했다. 그런데 이 녀석이 나하고 스무고개를 하는게 아닌가.

 

'동상? 아뇨. 은상? 아뇨. 그럼 뭐야'. 이렇게 몇번 말을 주고받은 끝에 '대상을 먹었어요'라는 말을 들었다. "윽, 이건 아닌데" 그 녀석 참 운도 좋았나 보다 할 수 밖에. 결국 그 녀석 복학한 뒤에 장학금도 거머 쥐었다.

 

부부를 견습으로 데리고 있었던 적도 있다. 처음에는 아내가, 그리고 다음에는 남편이었다. 남편은 내가 받지 않으려 했다. 아내 견습이야 학원에 다니다 온 지라 받을 만했다. 하지만 남편은 이쪽에 완전 초짜였다. 아내 견습이 하도 사정해대는 통에 남편에게도 미용 기술을 전수해 줬다.

 

지금 이들 부부는 제주도에서 애견숍을 하고 있다. 제주도는 임대료가 낮은 탓인지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의 숍 모델을 도입한 곳들이 꽤 생겨나고 있다. 이들 부부가 하는 곳도 그런 곳중 하나다. 청출어람, 격세지감이다.

 

앞서 잠깐 언급한 미용사의 모임에는 각종 정보가 다 올라온다. '거기 가봤는데 정말 힘들더라' 이런 정보는 기본 중 기본이다. 수도권에서 가장 힘들기로 유명한 곳이 있다. 경기도 모 시의 어느 거리이다. 그곳은 거리 양편에 애견숍이 밀집해 있다. '너가 죽나 내가 죽나 어디 해보자' 하는 곳이다. 미용료는 2만원대로 아마 서울과 수도권 중에서 최저일꺼다. 하지만 미용사는 힘들어 죽어 난다. 오래 있으면 좋으련만 그것도 아니다.

 

너무 싼 곳들만 찾아들 다니지 마시길요. 싼 게 비지떡일 수 있답니다.

 

'우리동네 애견숍 24시'는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에서 12년째 하안애견을 운영하고 있는 전광식 사장님의 경험을 담아낸 코너 입니다.
전 사장님은 모습은 다소 거칠어 보일지라도 마음만은 천사표인 우리의 친근한 이웃입니다. 전광식 사장님과 함께 애견숍에서 어떤 일들이 있는지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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