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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떠난다냥" 길고양이 분투기,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8일 개봉 다큐멘터리 로드 무비
-한국 길냥이의 눈으로 본 '냥이 천국' 대만, 일본 담아

 

희망 없는 막막한 시대상을 단적으로 표현한 단어, 헬조선. 이 말에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나아질 게 없다는 깊은 절망감이 녹아 있다.

 

이제는 식상해질 때도 된 이 단어가 떠오른 건 8일 개봉하는 영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온라인 시사회를 보고나서다.

 

어두운 곳에서 태어나 이름 없이 살다 떠나는 삶. 쫓기듯 숨어 지내며 허기와 추위를 버텨내야 하는 일상. 한국에 사는 길고양이가 인간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면 '헬조선'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하지 않을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길고양이 시선에서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냥이 천국'으로 불리는 일본과 대만의 고양이를 찾아가는 다큐멘터리 로드 무비다.

 

◇우리는 정녕 함께 살아갈 수 없는 거냥?

 

영화는 한겨울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길에서 죽은 고양이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그렇게 떠난 고양이의 마지막을 수습해주는 사람(김하연 작가)이 있는 반면, 그저 고양이가 싫다는 이유로 처형하듯 머리를 내리쳐 죽이는 사람도 있는 우리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동물권이 예전에 비해 강화됐다고는 하나, 끊이지 않는 길고양이 학대 사건을 보면 우리 사회에서 길고양이와 사람의 공존은 풀 수 없는 숙제처럼 다가온다.

 

사람을 피해 숨죽여 사는 삶이 아닌 그들과 함께 공존하는 삶. 한국의 길고양이가 그 해법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일본 도쿄의 야나카 긴자다.

 

마을이 오래되면서 사람이 빠져나간 이곳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존재는 길고양이다. 거리 한복판을 차지하고 누운 고양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복고양이로 알려진 '마네키네코'의 고향 도코나메, 주민보다 고양이가 더 많아 '고양이섬'으로 불리는 아이노시마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일본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노숙자들이 모여 사는 오사카의 니시나리구의 풍경은 더욱 놀랍다. 노숙인들은 힘든 여건에서도 길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밥을 주는 등 정성을 다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에도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사람도 살기 힘든 세상에 동물에게 쓸 돈이 어딨냐"는 차가운 힐난에 대한 온기 어린 대답처럼 비춰졌다.

 

◇싫어해도 돼요, 다만 해치지 마요

 

대만의 고양이들은 또 어떤가. '고양이마을' 허우통의 길고양이는 나무를 타고, 하품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사람이 나타나면 다가가는 게 주요 일과다. 

 

외지인에게 곁을 내주고 카메라 렌즈에 코를 박는 길고양이들. 이들은 사람을 피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사람에게 위협을 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과 대만의 이러한 평화적 공존이 저절로 찾아온 것은 아니다.

 

 

 

영화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서로 만족할 수 있는 결론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두 나라를 통해 소통과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길고양이를 따뜻하게 대하지 않아도 되지만, 대신 그들을 해치지도 않겠다는 합의. 우리의 터전은 인간의 독점물이 아닌 모든 생명이 함께하는 공간임을 인정하는 태도. 여기에서부터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하는 영화는 사실, 한국을 떠나고 싶은 길고양이 이야기가 아닌 한국에 살고 싶은 길고양이 이야기다.

 

연예계 대표 집사인 씨엔블루 강민혁이 '한국 길고양이' 역할로 분해 내레이션을 맡았다. 관람 시간 90분, 6월 8일 개봉.

 

 

"왜 길고양이냐고요? 왜 길고양이면 안 되죠?"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조은성 감독 인터뷰

 

 

1. 왜 길고양이인가. 다양한 동물 이슈 가운데 길고양이를 고른 이유가 궁금하다.

 

비슷한 질문을 어느 사진작가님에게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분이 그러시더군요. "왜 길고양이면 안 되죠?"라고. 그때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길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길고양이들과 늘 낮은 곳에서 높은 곳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우리 보통 사람들의 삶이 결코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었죠.

 

그런 생각을 지니고 렌즈를 통해 길고양이들을 바라보니 감정 이입이 많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촬영 직전까지 이런저런 일로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는데, 길고양이들을 통해 많은 감동과 위로를 받기도 했습니다.

 

특히, 촬영 준비를 시작하던 2013년 이후 길고양이 학대 사건이 점점 많이진 것도 길고양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였고요.

 

2. 다큐 영화다 보니 찍으면서 길고양이와 심정적으로 굉장히 가까워졌을 것 같다. 길고양이가 가장 힘든 부분이 무엇이라고 느꼈나.

 

원래 어렸을 때부터 고양이를 많이 좋아했고, 또 키우기도 해서 꽤 가깝게 지낸 편이긴 합니다. 하지만 길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죠.

 

무엇보다 대부분의 한국 길고양이들은 일단 사람과 마주치면 숨기 바쁩니다. 본능적으로 인간을 믿지 못하는 것이죠.

 

그래서 촬영할 때 멀리서 망원렌즈로 찍거나, 아니면 몰래 숨어서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김하연 작가님의 겨울 촬영은 대단히 추운 날, 그것도 오토바이 뒤에 타고 움직이며 촬영해야 해서 무척이나 위험하고 추웠던 기억이 나네요.

 

반대로 일본과 대만의 고양이들, 특히 일본의 대표적인 고양이섬 아이노시마의 고양이들은 호기심이 대단해서 카메라로 다가오는데, 당황스럽더라고요. 한국에서는 거의 경험할 수 없었던 일이라. 카메라 포커스도 맞추기 힘들었고요. 그래도 사랑스런 모습에 반해 반나절이면 다 볼 수 있는 섬마을에 며칠씩 머물면서 촬영을 했습니다.

 

 

3. 촬영 중 기억에 남는 고양이와의 만남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영화에도 등장하지만 대만 허우통 고양이 마을의 한 카페 매니저가 들려준 고양이 '쵸웨이', 그리고 한국 길고양이 보호협회에서 구조해 돌보고 있는 고양이 '별내'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지만, 영화의 중요한 스포일러가 될 것 같네요. 관객 분들께서 직접 영화를 보시면 두 아이에 대한 에피소드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으실 겁니다.

 

4. 일본의 노숙인이 길고양이를 돌본다는 부분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것 같다.

 

말씀한 것처럼 가장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노숙자들조차 길고양이들을 돌보며 함께 공존해 살아가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자기기 괴롭고 힘들면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데,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노숙자 분들이 조를 짜서 아이들 밥을 챙기고, 길고양이 쉼터도 만들고 아픈 곳은 없나 보살펴 준다는 것이 생명체를 존중한다는 의미가 굉장히 강했거든요.

 

물론, 고양이를 싫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죽일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싫지만 함께 살아가야 하는 생명체로 인정하다는 것. 그 점을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5. 다음에 다시 고양이 영화를 찍게 된다면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가.

 

길고양이와 그들을 돌보는 사람들 이야기를 좀 더 만들고 싶어요. 애초 3부작으로 기획을 했었습니다.

 

이번에 개봉하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그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태국, 인도, 필리핀, 라오스, 인도네시아 등의 동남아 길고양이 이야기를, 마지막은 지중해 몰타를 중심으로 유럽의 길고양이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스페인 성지 순례길에 사는 ‘엘까미노의 고양이’ 이야기도 언젠간 만들고 싶습니다.  

 

송은하 기자 scallion@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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