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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아나, 고슴도치와 교감? 물고기도 합니다”

'이그조틱' 권위자 박천식 아크리스 동물의료센터장

  

 

“거식증 걸린 거북이도 치료하고, 토끼 이빨도 뽑고, 오늘은 복부에 종양이 있는 햄스터 수술을 했지요.”

 

‘이그조틱(exotic) 동물’ 권위자 박천식(50) 아크리스 동물의료센터장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그조틱 애니멀’은 개나 고양이를 뺀 햄스터, 고슴도치, 파충류, 라쿤 등의 반려동물을 뜻하는 말로, 국내에서는 특수·희귀 동물(이하 특수 동물)로 불린다.

 

이 분야의 1세대 개척자이자 20여년간 몸담아온 박 원장을 22일 서울 강남 아크리스 동물의료센터에서 만났다.

 

#농장에서 독학한 ‘아저씨’

 

박천식 원장은 1998년부터 특수 동물 진료를 시작했다. 수의사를 ‘아저씨’라 부르던 당시는 특수 동물이 많지도 않았고, 제대로 진료할 수 있는 곳은 더더욱 없던 시절이었다.

 

“햄스터가 토하면 위염, 설사하면 장염 그런 정도였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특수 동물에 대해 배울 만한 곳도 전혀 없었고요.”

 

박 원장 역시 처음부터 특수 동물에 관심이 있던 건 아니다. 지금이야 강아지 진료만 3~5년을 해도 배울 것이 많지만 그때는 아니었다. 진료의 깊이가 얕다 보니 다른 동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일하던 경기 광명에 닭, 햄스터, 오리 등 여러 농장이 있던 것도 계기가 됐다.

 

“그분들이 제가 수의사라고 이것저것 묻는데 대답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때부터 애들이 뭘 먹는지, 어떻게 사는지 직접 다니면서 공부했어요. 죽는 아이들은 부검도 하면서 이 아이들을 꼭 고쳐줘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20여년이 흘렀고, 이제 특수 동물이라고 해도 정확한 검사와 진료가 가능해졌다. 햄스터처럼 작은 동물이 혈액 검사를 못 하는 것만 빼면(0.5~1cc 체혈 시 사망) 웬만한 특수 동물은 청진, 혈액 검사, X레이, 초음파, 요검사 등을 할 수 있다.

 

#개성대로 고르되, 개성대로 키우진 말아야

 

최근 특수 동물의 규모는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개성 시대’인 만큼 반려동물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게 박 원장의 설명이다.

 

10년씩 키운 닭이 내원하는가 하면 악어, 너구리, 사막 여우 등 전국에 사는 별별 동물이 박 원장을 찾는다.

 

그는 세 가지를 유의하면 특수 동물과 더 건강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박천식 원장이 진료해온 특수 동물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앵무새, 뱀, 다람쥐, 육지거북, 원숭이(가운데).

 

우선 입양 전에 공부가 필요하다.

 

박 원장은 “특수 동물은 60~70%가 먹이나 환경 때문에 병에 걸려요. 특징에 따라 생활환경만 잘 맞춰주면 질병을 줄일 수 있단 거죠”라며 키우기 전 반드시 전문가를 찾아 조언을 구하라고 전했다. 인터넷에만 의지해선 절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검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특수 동물은 강아지처럼 아프다는 표시가 나지 않아 쓰러져서 병원을 찾는 경우 거의 죽기 직전이라는 것. 따라서 한 살이 넘은 특수 동물은 1년에 한 번 검진으로 많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유기를 걱정했다. 개나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집에서 살던 특수 동물은 야생에서 살아가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애완 토끼를 야생 토끼 무리에 두면 하루도 안 돼서 뜯겨 죽습니다. 순하다는 토끼가 그 정도예요”라고 말했다.

 

#특수 동물도 교감하는 생명

 

다루는 동물이 특이하다 보니 박 원장은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뱀도 강아지처럼 교감이 되나요?” “토끼도 주인을 알아보나요?”

 

그의 답은 “물론”이다. 이구아나 등 파충류뿐만 아니라 물고기와도 교감할 수 있다. 다만 키우지 않는 이들은 그 방법은 모를 뿐이라고.

 

그 교감의 시작과 끝을 오랫동안 지켜봐온 박 원장. 그는 그 일이 여전히 가슴 벅차다고 말한다.

 

“저는 보호자가 초등학생일 때 반려동물을 데려와 그 사람이 성인이 되고 시간이 흘러 동물의 죽음을 맞는 걸 보잖아요. 옆에서 보면 생명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이 참 뭉클해요.”

 

그런 의미에서 박 원장은 최근 들어 초등학교를 틈틈이 찾는다. 어린 학생들에게 생명 교육을 하기 위해서다.

 

“아이들에게 동물도 생명이고 친구란 걸 알려줘요.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이 아이들이 다 컸을 때 분명히 달라지는 게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특수 동물을 비롯해 모든 동물이 존중받지 않을까요?”

 

 

송은하 기자scallion@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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