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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사망사고 잇따른 동물병원...보호자들 '부적절한 진료' 주장

수년간 사망사고 잇따른 동물병원...보호자들 '부적절한 진료' 주장
사진=수호 보호자 (이하)

 

[노트펫] "1월 19일 오후 6시 30분입니다." 수호가 사망한 시기를 묻자 보호자는 주저 없이 답했다.

 

포메라니안 '수호'는 작년 1월 18일 한 동물병원에 입원하고 하루 뒤인 19일에 사망했다. 좋은 기념일도 아니건만,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도 보호자는 그날을 잊지 못한다.

 

'부적절한 진료'로 사망

 

보호자는 수호가 오랫동안 심부전을 앓아왔지만 목숨이 위중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수호가 사망한 당시에도 식욕부진이 심해지자 병원에 간 것이었다.

 

원래 다른 심장 전문병원을 다니고 있었지만 별다른 차도가 없자, 오랜 간병으로 보호자도 지쳐가던 중이었다. 그러다 수호를 구조해 입양시켜 준 사람이 계속 칭찬해 온 동물병원에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는 심정으로 찾아간 것이다.

 

처음에는 가볍게 진료를 받아볼 생각이었지만, 원장 수의사는 수호의 상태가 위급하다며 바로 입원할 것을 권했다. "이대로 가면 죽을 수도 있다" "72시간이 골든타임"이라는 설명에 겁이 난 보호자는 입원을 결정했다.

 

병원은 수호가 '심부전' 관련 약물을 장기 투약함에 따라 '신부전' 증상이 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전문가에 따르면, 신부전 때문에 정맥 수액을 맞게 되면 심장에 부담이 갈 수 있기 때문에 심부전과 신부전을 동시에 치료할 때는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이 병원은 24시간 상주인력이 없는 곳이었다. 보호자는 "위험한 상태라 바로 입원해야 한다고 했으면서, 알고 보니 밤새 수액 주사를 놓은 채 방치했다"고 말했다.

 

입원 당시 "밤에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어떡하냐"고 묻자 "응급 상황이 오면 2차 병원에 가고 연락할 것"이라고 했지만, 야간에는 아예 모니터링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보호자는 입원 다음 날 오후 6시쯤이 돼서야 '곧 죽을 것 같으니 빨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결국 수호는 6시 30분경 사망했다.

 

수의사는 보호자에게 "하루 만에 죽을 줄은 몰랐다" "이미 병이 많이 진척된 상황"이라며 병원 과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수년간 사망사고 잇따른 동물병원...보호자들 '부적절한 진료' 주장

 

과연 수호는 신부전이었을까

 

병원은 수호가 내원한 날 임상 진단으로 수호가 심부전, 신부전을 동시에 앓고 있다고 판단해 '72시간 수액 처치할 것'을 진료 내역에 기록했다.

 

보호자로부터 심장병 사실을 전달받았음에도, 위험 요소가 있는 수액 처치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진료 내역에는 "심부전으로 타 병원에서 이뇨제 투약 중"이라는 기록도 있었다.

 

정말 신장 상태가 매우 안 좋았다면 수호는 심장병을 앓고 있었기에 주의해서 수액 조치가 필요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병원에서 신부전의 근거로 제시한 혈액 검사에서는 '번(BUN)' 수치가 67.5로 높은 편이었으나, '크레아티닌(Creatinine)'은 0.72로 정상이었다. 전문가에 따르면 이를 신부전 진단의 확실한 근거로 보긴 어렵다.

 

설명에 따르면 번 수치 상승에는 다른 요인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크레아티닌 상승과 함께 판단해야 하며, 더 자세한 검사를 위해서는 SDMA 및 소변 검사가 필요하다.

 

즉 수호는 신부전 여부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부적절한 진료'를 받았다는 것이 보호자의 주장이다.

 

부실한 진료 내역

 

이와 같은 사실은 보호자가 진료 내역을 요구해서 알게 됐다. 그런데 기록에는 보호자가 이전 병원에서 처방받아 먹이던 심장병약의 투약 내역이 없었다.

 

보호자에 따르면, 이에 대해 지적하니 수의사도 '재판으로 가면 문제가 될 수 있겠죠'라고 말했다. 그리고 수의사는 이후 처치 내역을 작성해 보호자에게 이메일로 보내줬다.

 

하지만 보호자는 보내준 메일 속 투약 용량이 달랐다고 말했다. 다시 묻자 수의사는 실제로는 제대로 줬지만, 메일에 잘못 쓴 것이라고 답했다. 보호자는 "그러면 도대체 무엇을 믿어야 하느냐"라고 토로했다.

 

마취제 대신 진정제 사용한 병원

 

수호가 사망한 2024년으로부터 4년 전, 2020년에도 사망 사고가 있었다. 당시 반려견 '구오'를 잃은 보호자는 그 당시에도 "진료 기록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세프로마진 투여라는 기록 하나가 끝"이라고 말했다.

 

구오는 2020년 7월 안약을 처방받기 위해 병원에 내원했다. 그런데 당시 수의사는 '구오가 각막 손상이 심해 실명 우려가 높다며 제3안검 프랩술'을 권유했다.

 

보호자가 마취와 수술에 대해 불안해하자, 병원은 마취제가 아닌 진정제이고, 수술이 아닌 시술이라고 설명했다. 보호자가 동의해 구오는 시술에 들어갔지만, 직후 호흡곤란으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보호자는 병원을 고소했고 재판 중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됐다. 병원에서 사용했던 '아세프로마진'은 20년 전에나 쓰던 약물이며, 구오같은 단두종에게는 사용해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병원에서 실시한 제3안검 플랩술은 '진정'이 아닌 '전신 마취'가 필요했으며, 각막 궤양이 심한 개체에게 금지된 수술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구오 보호자는 "재판에 의견서를 제출한 5명의 수의사는 제 식구 감싸기식으로 병원을 옹호하는 소견을 썼지만, 감사하게도 양심적인 한 분이 반박 의견서를 보내주셨다"고 말했다.

 

또한 동물병원은 '수술 전에 이루어지는 마취의 필요성이나 내용, 예상되는 후유증'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의무도 위반했다.

 

결국 보호자는 재판에서 승소했지만, 당시 구오가 의식을 잃었을 때 자리를 피하던 수의사를 붙잡은 것 때문에 현재 특수 폭행으로 고소당한 상태다.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면

 

동물병원은 간단하고 일상적인 진료를 위주로 하는 소위 '1차 병원'과 고급 검사 및 전문 수술, 24시간 입원을 맡는 '2차 병원'으로 나뉜다. 이 동물병원은 규모상 1차 병원에 해당함에도, 2차 병원에 준하는 진료를 해온 것이 문제가 됐다.

 

보더콜리 '테랑이'도 2023년 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사망했다. 당시 테랑이는 식욕부진과 구토 증상을 보여 병원에 방문했다.

 

테랑이 보호자는 "엑스레이를 3차례 촬영해 봐도 별다른 것이 보이지 않았지만, 수의사는 '분명히 어제 무언가 먹었다. 위에 솜이나 천이 있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수의사가 응급 상황이니 빨리 수술해야 한다고 주장해 결국 수술에 동의했지만, 정작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보호자는 "수의사가 웃으며 '오진이죠'라고 말했다"라고 토로했다.

 

수술 동의서에서는 위절개수술만 적혀있었지만, 실제로는 '탐색적 개복술'이라는 큰 수술이 진행됐다. '혹시나해서 절개해봤다'는 것이 이유였고, 실제로 비장이 돌아가 있는 것을 발견해 수술이 이뤄졌다.

 

병원에서는 이틀이면 퇴원한다고 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탐색적 개복술은 추후 위생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중대한 수술이었다. 보호자는 "만약 그때라도 제대로 말해줬다면 24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병원에서 제대로 회복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의사의 '자신만 믿어라' '괜찮다'는 말을 믿었지만, 테랑이도 수호처럼 야간에 홀로 병원에 입원해 있어야 했다. 보호자가 받은 사진 속 위생 상태도 엉망이었다. 결국 테랑이는 5일만에 복막염으로 인한 위천공으로 응급수술 후 사망했다. 이조차 알리지 않아 보호자가 면회를 가서야 응급 상황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병원 측에서 '법적인 책임은 없지만' 위로금을 주겠다 했지만 보호자는 거절했다. 보호자는 "테랑이 말고도 다른 피해 사례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 말 못 하는 생명을 상대로 그렇게 함부로 진료를 본 것에 대해 꼭 되돌려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족'이라고 하지만

 

반려동물을 가족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동물병원은 이들의 '가족'이 아플 때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곳이다.

 

많은 동물병원들은 단순히 의료 서비스 행위를 하는 곳이 아니라, 동물을 가족처럼 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또한 말 못 하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생명을 존엄하게 여겨야 한다는 동물보호의 뜻에 따라, 동물병원에는 더 특별한 사명감이 주어진다.

 

병원이 모든 환자를 치료해 줄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사람의 실수가 있을 수도 있고, 환경이나 시설 및 특수한 상황의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을 내는 것이, 말 못 하는 동물과 그 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반려인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수년간 사망사고 잇따른 동물병원...보호자들 '부적절한 진료' 주장

 

수호 보호자는 수호의 사연을 알리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자들의 제보를 받았다. 제보에는 심장병을 기관지 질환으로 오진해 긴 시간 엉뚱한 약을 먹인 사연, 일반인이 수술이 진행 중인 수술실에 들어간 일, 수의사의 막말, 병원 내 흡연, 배변 패드 위 의료 처치 등 믿기 어려운 내용들이 이어졌다.

 

피해 사례가 알려진다 해서 수호가 돌아오는 것도 아니지만, 보호자는 그동안 마음의 짐처럼 자료들을 모으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보호자는 "수호가 죽어서가 아니라, 이 사람은 수의사라는 직업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찬울 기자 cgik92@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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