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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꾹꾹 눌러쓴 강아지 일기

[노트펫] 한글공부에 한창인 할머니가 강아지와 그날 있었던 일을 기록한 일기에서 따스함이 전해지고 있다.

 

도연 씨는 얼마 전 고향인 충청남도 서산에 갔다가 할머니가 쓴 일기를 우연히 보게 됐다. 아마 작년 말이나 올해 초에 쓰신 것같았다. 

 

1932년 태어나 올해 여든일곱이신 할머니는 요새 마을회관에서 하는 한글교실에 다니고 계신다.

 

아직 한글을 완벽하게 쓰지는 못하시지만 한글공부에 열심이시다. 일기는 할머니의 한글공부에 대한 관심인 셈이다.

 

지난해 초 데려왔을 때의 맹구

 

도연 씨가 본 일기에는 강아지 맹구가 등장했다.

 

옛날 같았으면 바둑이라고 불렸을 맹구는 이제 10개월 되어가는 천방지축이다.

 

지난해 가을. 신이 난 맹구. 

 

집마당에 묶어 두고 키우지만 스스로 목줄을 풀고 마실을 다니기도 한다. 어쩌다 할머니가 잡고 있어도 목줄이 풀리는 때가 있는데 이날이 그랬던 모양이다.

 

일기의 제목은 '장난꾸러기 맹구'였다. 

 

"우리 맹구가 줄이 풀렸다. 붓드려 애터니 잡을 수가 없다. 그냥 회관에 가는데 느닷없이 달려와서 나를 메곤젔다. 나는 뇌졸증 걸릴 뻔했다."

 

목줄이 풀린 맹구가 갑자가 어디선가 뛰어와 안겼고, 때문에 깜짝 놀라 넘어진 할머니. 엄청 놀라신 것이 틀림이 없다.

 

할머니의 그날 일기에는..

 

"간신히 일어나서 갈가말가하다가 공부하러 갔다. 맹구도 딸아왔다. 4시간을 마을 회관 앞에서 기다리다가 내가 나오니까 꼬리를 흔들며 좋아했다."

 

한글공부는 해야겠기에 정신을 추스리고 가는 할머니를 따라온 맹구 녀석. 아마 할머니는 놀란 가슴이 쉽게 진정되지는 않으셨겠지만 4시간 뒤 회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맹구 녀석을 보면서 화가 꽤나 풀리신 모양이다.

 

"같이 올라와서 황토방에 군불 땠다."는 문장으로 일기는 끝이 난다. 

 

역시 지난해 가을의 맹구. 목줄과 함께 산책 좋잖아. 이제 목줄 풀기는 그만...

 

한글이 아직 완벽하지 않아 할머니가 쓰고 싶었던 말을 모두 쓰지 못하신 것은 틀림이 없다.

 

또 군데군데 맞춤법이 어긋나고 사투리도 섞여 있지만 그날 있었던 일을 표현하는데 문제는 없다. 

 

물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이 읽는 가족들을 더 미소짓게 했다. 

 

도연 씨는 "맹구는 아직 청소년이지만 힘에 무척 세다"며 "할머니께서 크게 안 다치셔서 다행이고, 할머니가 쓰신 일기가 너무 귀엽다"고 덧붙였다.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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