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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에세이] 예정된 상처의 덤덤함

 

[노트펫] 이미 헤어진 연인이 그때의 자리로 돌아가 다시 만나면 어떻게 될까. 그 일을 겪은 수많은 이들이 조언하듯, 대부분의 경우에는 한 번 더 똑같은 일이 반복될 뿐이다.

 

생각해 보면 징후는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말이야…….” 하고는 이어지지 않는 말의 공백이라든가, 도시락에 대한 사소한 다툼이 배려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로 넘어가는 순간이라든가.

 

결국 다시 만나 행복해진다는 3%의 확률에 우리는 들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어이 경험하고 나서야, 시간을 되돌리려는 다른 연인들에게 한 번 더 생각해 보라고 또다시 조언하는 것이다.

 

고양이는 아픔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데 익숙하다고 한다. 야생에서 살았을 때, 아픈 것을 드러내면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아픔을 견디는 데 익숙하지 않은 우리는, 그저 아픔이 반복되어 굳은살이 생길 때쯤에야 덤덤해진다. 마치 두 번째 이별을 맞는 연인들처럼.

 

이별도 경험이라 면역이 되며 무덤덤해지게 마련이고, 마침내 우리는 인정하고야 만다. 이건 이미 예정된 상처이며 예고된 이별이라는 것을.

 

그러니 지난 이별에서 슬퍼하고 남은 여운만큼만 마저 슬퍼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이 연애와는 완전히 이별하는 것이다.

 

그래도 마음이 아플 때면 잠자코 시간을 흘려보낸다. 어떨 땐 아무리 아껴 써도 부족했던 시간이, 어떤 날은 손가락 사이로 아무리 흘려보내도 너무나 많이 남는다.

 

충분한 시간이 상처의 고랑을 세차게 흐르고 나면 마침내 깊게 패인 마음도 편평하게 다져질까. 또 다시 울 필요는 없다.

 

박은지 <흔들리지마 내일도 이 길은 그대로니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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