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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원의 미국 야생동물] 그리즐리의 소박한 식탁

[노트펫] 곰은 거대한 체구를 가진 왕성한 식욕의 소유자다. 그래서 느리고, 게으르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곰에 대한 이러한 생각은 잘못된 편견이다. 곰은 야생에서 제일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포식자로 영리하고 빠른 동물이다. 둔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을 구성하는 50개주 중에서 알래스카와 하와이를 제외한 나머지 48개주를 본토(main land)라고 부른다. 그런 미국 본토에서 최상위 포식자는 푸마나 늑대가 아닌 육중한 체구의 그리즐리(Grizzly, American Brown Bear)다.

 

그리즐리의 체중은 290~1200파운드(130~545kg)까지 나가며 일어서면 키가 1.5~3미터까지 나간다. 얼핏 보기엔 체중이 많이 나가고, 너무 커서 잘 달리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리즐리는 시속 34마일(55km)의 속도까지 달릴 수 있다.

 

그리즐리 박제, 2017년 11월 멤피스 배스 프로 숍에서 촬영

 

다자란 한우 정도의 체구를 가진 곰이 시속 50km 이상의 속도로 덤벼들면 이를 당해낼 동물은 지구상에 흔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는 야생에서 곰을 만나게 되면 반드시 91미터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라고 경고한다. 그런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않다가는 자칫 큰 상해를 입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곰은 자신의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엄청나게 먹어야 한다. 그런데 곰의 식성은 그렇게 까다롭지 않다. 곰의 외모만 보면 고기만 먹을 것 같이 보인다. 하지만 곰은 육식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오히려 채식의 비중이 훨씬 높다.

 

물론 곰의 종류에 따라 채식과 육식이 차지하는 비율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옐로스톤 같은 국립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량급 곰인 아메리칸 흑곰(American Black Bear)은 그리즐리에 비해 채식 비율이 현저히 높다.

 

그렇다고 흑곰이 작은 동물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 곰도 90~550파운드(40~250kg)에 이를 정도로 한 덩치를 하는 동물이다. 다만 육중한 곰의 세계에서 보면 경량급에 해당된다는 뜻이다.

 

흑곰, 2018년 3월 오마하 동물원에서 촬영


아메리칸 흑곰의 식단에서 식물성 먹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85%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이다. 불과 15%만 동물성 먹이가 차지한다. 흑곰 입장에서는 식물이 주식이고, 고기는 반찬이나 간식 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아메리칸 흑곰이 먹는 동물성 먹이의 종류는 다양하다. 엘크와 들소 같은 대형 포유동물은 물론 물고기, 곤충, 심지어 새의 알까지도 먹는다. 물론 동물의 사체를 해치우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정도 같으면 고기는 다 먹어 치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메리칸 흑곰의 천적이면서 북미 최상위 포식자인 그리즐리는 흑곰보다는 육식을 많이 한다. 그렇다고 육식의 비율이 채식보다 높은 것은 아니다.

 

그리즐리의 식탁에서 채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67%로 육식의 두 배나 된다. 그리즐리의 동물성 먹이도 흑곰처럼 매우 다양하다. 곤충(15%), 포유류(11%), 생선(7%)의 순으로 즐긴다. 북미 최고의 포식자라는 동물치고는 소박한 느낌까지 주는 식탁이다.

 

옐로스톤 베어 월드에서 사는 그리즐리들, 2018년 6월 촬영

 

곰의 식탁을 보면 생태계가 얼마나 오묘한지 알 수 있다. 만약 소만한 덩치를 가진 곰이 고기만 먹는다면, 곰이 사는 곳에는 초식동물이 아마 멸종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생태계는 곰 때문에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생태계는 그렇게 구성되어져 있지 않다. 곰이 채식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세상이 되도록 잘 설계되어져 있다.

 

참고: 곰과 관련된 일부 수치들은 옐로스톤 베어 월드(Yellowstone Bear World)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음을 알려둔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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