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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간 캉스독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면 생기는 일

[노트펫] 얼마 전 미국인 부부를 집으로 초청하여 만찬을 같이 한 적이 있었다. 초청의 취지에 걸맞게 미국 음식은 철저히 배제하고 한식으로 준비하였다. 아마 그 부부에게는 색다른 경험이었을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만찬 전날 그 부부에게 못 먹는 음식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미국인들은 다양한 음식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어서, 그들과 함께 식사를 하려면 그런 질문을 하는 게 좋다. 애석하게도 부인되는 분이 생선을 포함한 해산물 요리를 전혀 못한다고 대답하였다.

 

부산이 고향인 필자는 즐기는 요리의 절반 이상이 해산물이다. 어떻게 보면 차와 포를 떼고 장기를 두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외국인들이 좋아할만한 한식인 잡채, 불고기, 제육볶음, 육전 등을 준비하여 내놓았다.

 

식사를 하면서 화제가 된 것은 고양이었다. 아이가 없는 미국인 부부는 고양이를 좋아해서 집에서 페르시아와 샴 고양이 한 마리씩을 키우고 있었다. 부부의 손에는 고양이의 발톱 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상처가 아닌 고양이에 대한 사랑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만난 새끼 길고양이들. 2015년 가을 촬영

 

미국인 부부의 고양이가 끝나자 필자도 고양이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한국에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면 남아나는 것이 없다.’는 말을 하면서 시작된 이야기는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였다. 이야기는 대략 아래와 같았다.

 

온갖 생선이 집결하는 부산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생선을 즐긴다. 날 것으로도 먹고, 튀겨서도 먹고, 간장으로 조려서도 먹는다. 하지만 생선이 많이 잡히는 계절이 되면 생선을 그늘에 말려서 먹기도 한다.

 

생선을 이렇게 말리면 맛이 한결 좋아진다. 2012년 인천에서 촬영

 

 

생선을 그늘에 말리면 장기 보관도 가능하지만 고기가 쫄깃해지고 풍미가 깊어지는 장점도 있다. 그래서 생선철이 되면 집집마다 그렇게 하는 곳이 많다.

 

필자가 40여 년 전에 키웠던 고양이는 일반적인 고양이들의 행동 양식인 야행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고양이는 밤에는 연탄아궁이가 있는 부엌에서 늘어지게 자다가, 새벽이 되면 일어나서 본격적인 먹이 활동을 시작하였다.

 

특히 생선철이 되면 남의 집에 널려있는 조기나 가자미 같은 생선들을 한두 마리 물어다가 부엌에 놓았다. 고양이 입장에서는 자신의 밥값을 주인에게 지불하는 셈이었다.

 

맛있는 가자미 구이

 

 

이렇게 고양이가 가져온 생선들은 우리 식구들이 구워 먹기도 하였다. 집집마다 생선을 널고 있어서 도저히 어느 집 생선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돌려줄 방법도 없었다. 물론 사람이 다 뺏어서 먹은 것은 아니다. 고양이도 같이 나눠 먹었다.

 

필자의 이야기가 끝나자 미국인 부부도 맞장구를 쳤다. 자신의 고양이들도 뒷마당에 나가면 이상한 것들을 물고 실내로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쥐도 있고, 작은 새도 있다고 한다. 그들도 그런 것들이 고양이가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생선을 말려 먹지 않는 미국인들의 식습관 때문에 고양이가 생선을 자기 집에 물어 오는 일은 없을 것 같다는 미국인들의 이야기로 대화는 끝이 났다.

 

식사를 마친 후 다른 동물에 비해 깔끔한 성격을 가진 고양이는 사람들에게 공짜 밥을 얻어먹는 게 싫어서 자신의 밥값에 해당되는 물건을 인간에게 납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필자의 억지스러운 추측일 뿐이다.  

 

미주리에서 캉스독스(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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