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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간 캉스독스] 정확하게 시간을 지켰던 길고양이

[노트펫] 작년 여름 길고양이 한 마리가 집 뒷마당에 자주 나타났다. 그 고양이는 안락한 잠자리가 필요했던지 저녁에 오기만 하면, 잠을 자기 시작하여 아침에 해가 뜨면 자신의 일터로 갔다.

 

하지만 그 고양이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자, 더 이상 뒷마당에 찾아오지 않았다. 그런데 묘한 것은 필자에게 아무런 경제적 이득을 주지 않았던 그 고양이를 필자는 물론 가족들까지 그리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양이는 이렇게 자신의 존재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는 재주를 가진 것 같다. 하지만 고양이가 가진 그 재주가 무엇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누가 설명하라고 하면 난감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십여 년 전의 일이다. 당시 부모님은 여러 사정상 아파트 생활을 잠시 접고 단독주택에서 약 3개월 정도 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대문 앞에 ‘야옹’하는 소리가 나서 문을 열고 나가보았다. 대문 앞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과거 고양이를 오래 키운 경험이 있었던 어머니는 ‘고양이가 배가 고프다.’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리고, 참치 캔 하나를 따서 주었다. 고양이는 금새 다 먹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다음날도 거의 같은 시각에 고양이는 또 ‘야옹’하며 찾아왔다. 이번에는 물도 같이 주었다. 그리고 그러한 일은 거의 두 달 정도 이어졌다.

 

2016년 11월 전북 군산에서 만난 새끼 고양이. 이 고양이도 이 집에서 주는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다.

 

필자는 주말 오후에 주로 부모님을 뵈러 갔다. 그날도 고양이는 자신이 정한 시간에 ‘야옹’하면서 찾아왔다. 낯선 사람이 몇 명 있었지만 고양이는 신경 쓰지 않았다. 빨리 밥을 먹고 자신의 볼일을 보러갔다.

 

그리고 얼마 후 부모님은 다시 아파트에 입주하게 되었다. 이사를 하면서도 고양이의 끼니를 걱정하였다. 이사하는 날에는 다시 만나기 어려운 고양이를 위해 골목 구석에 물과 참치를 놓고 가셨다.

 

고양이가 부모님을 찾아온 시간은 매일 저녁 6시 전후였다. 그 시간이면 동네 여기저기서 저녁 준비를 해서 음식 냄새가 날 시간이기도 하다. 고양이도 그런 냄새에 이끌려 부모님이 사는 집으로 왔을 것 같고, 용기를 내서 밥을 달라고 요구한 것 같았다.

 

물론 필자의 주관적 추측이지만 아마 그럴 것 같다. 짧은 두 달 간의 만남이었지만, 고양이는 부모님의 마음을 확 휘어잡고 부모님에게 공짜 식사를 제공받았다.

 

하지만 부모님은 저녁 시간이 되면 멀리 나간 자식을 기다리듯이 매일 고양이를 기다리고 밥을 챙겨줬다고 하셨다. 고양이가 아니면 사람과 이런 관계를 맺을 동물은 세상에 없을 것 같다. 개도 고양이처럼 이런 행동을 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필자가 집에서 사용하는 자명종. 요즘에는 이런 디지털 탁상시계를 자명종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매일 아침 그리운 한국의 노래가 아침잠을 깨운다.

 

고양이는 자명종처럼 정확하게 시간을 맞춰 부모님의 집을 방문하였다. 주말이 되어야 인사를 드렸던 필자보다도 효자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 길고양이에게 고마운 마음까지 든다.  

 

미주리에서 캉스독스(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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