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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의 묘생묘사] 아픈 고양이, 가끔은 기분 탓

 

이전에 한 캣맘에게 구조되어 당장 갈 곳이 없다는 아기 고양이 두 마리를 임시 보호했다.

 

임시 보호는 입양 가기 전에 들르는 쉼터 같은 개념으로, 아무래도 수많은 고양이들이 있는 보호소에 들어가 입양을 기다리는 것보다 가정에서 임시 보호를 맡아주면 고양이로의 심신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우리 집에 성묘 두 마리가 있었지만, 새로 온 아이들이 아기 고양이라 그런지 서로 그다지 경계하지 않고 금방 한 공간에 합사할 수 있었다. 다행히 네 마리가 포개져 자기도 하고 그루밍도 하며 잘 어울려 지내주어서 나로서는 아기 고양이들의 입양에만 힘을 쏟으면 되는 상황이었다.

 

아기 고양이는 각각 치즈와 고등어 태비였는데, 치즈 고양이는 얼굴에 구조 과정에서 긁힌 것 같다는 상처가 있었다. 병원에 데리고 가니 간단한 소독약과 연고를 처방해 줘서 코에 있는 상처에 매일 톡톡톡 소독약을 발라 주었다.

 

그런데 얼마 뒤 발뒤꿈치에도 비슷한 상처가 있는 걸 발견했다. 왠지 심상치 않은 느낌에 다시 다른 병원을 데리고 갔더니, 이게 웬일인가. 전염성 피부병 링웜이라는 것이었다.

 

링웜은 고양이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옮는 전염병이라,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모르고 있는 동안 나머지 세 마리 고양이들에게 옮지 않았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그런데 병원에서 링웜 치료와 관리에 대해 상담을 받고 돌아온 날 저녁, 왠지 내 얼굴 여기저기가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고양이를 만지고 또 내 얼굴도 만지고 했으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거울을 들여다보니 빨간 트러블이 몇 개 올라와 있었다. 나는 원래 여드름도 나지 않고 피부 트러블도 없는 편이라, 거울을 보고 있자니 점점 마음이 불안해졌다.

 

링웜은 사람으로 따지면 무좀이다. 얼굴에 무좀이라니?

 

다음 날 아침 고양이에게 연고를 발라주고 나도 일찌감치 피부과에 갔다. 의사 선생님에게 ‘저희 집 고양이가 링웜에 걸렸는데요……’ 하고 구구절절 설명하자 선생님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런데 증상은요?”

 

“저는 이게 증상인 줄……”내가 말끝을 흐리자 선생님은 그냥 단순한 피부 트러블이라는 명료한 해답을 내려주신 뒤 피식 웃었다.

 

매우 민망했지만 그래도 설마설마하며 불안해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며 30초 만에 끝난 상담에 병원비 몇천 원을 내고 돌아왔다. 병원에 다녀왔더니 피부가 간지러운 것 같았던 기분도 싹 사라졌다.

 

다행이 이후 고양이 링웜도 전염 없이 깨끗이 나았고, 두 마리 모두 무사히 입양을 갔다.

 

 

얼마 전에는 새벽까지 뭘 하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았는데 제이가 소파 위에 납작하게 누워서 자고 있었다.

 

가만히 제이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왠지 오늘따라 얘가 너무 얌전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3주 전에 항암 약을 먹고 왔는데 혹시 무슨 부작용이라도 있나?

 

제이는 림프종 치료 중에 흉수가 차오른 적이 있어서 항상 호흡수를 주시해 관찰해야 하는데, 그러고 보니 이전보다 호흡수가 10차례 정도 늘어난 것 같았다.

 

고양이가 아픈 건 최대한 조기에 발견해야 한다. 나의 경우 그에 대해 이미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눈을 떼지 않고 제이를 쭉 지켜봤다. 자꾸 축축 늘어지는 게, 역시 평소보다 힘이 좀 없는 것 같았다.

 

그날 잠이 들기 전에 머릿속에 별 생각이 다 떠올랐다. 혹시, 설마, 만약에…… 같은 단어가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원래 다음 병원 예약은 3주 후지만, 불안한 마음에 다음 날 제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더니 선생님이 왜 벌써 오셨냐며 의아해했다.

 

“왠지 제이가 힘이 없는 것 같아요. 호흡수도 정상 범위이긴 한데, 그래도 좀 빨라진 것 같고……. 식욕이요? 좋아요. 배변도 잘 하고. 네, 잘 돌아다니긴 하는데…….”

 

검사를 해 보니 정상이었다. 엑스레이도 아주 깨끗했다.

 

무사 판정을 받고 병원을 나오는 길, 애먼 돈을 쓰긴 했지만 무사히 내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왠지 축 늘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 건 그냥 더워서였을까? 자꾸만 하루 사이에 오락가락하는 마음이 좀 민망하긴 해도,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기분대로 역시나’가 아니라 ‘기분 탓일 뿐’이라는 게.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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