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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의 묘생묘사] 고양이 항암치료, 내 욕심은 아닐까

 

솔직히 고백하자면, ‘반려동물에게 너무 힘들 것 같아 치료를 포기한다’는 것을 나는 일종의 자기합리화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 역시 백번 이해할 수 있는 합리화였다. 내 반려묘를 위해서다,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 마음이 절절하게 안타까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어떤 단계에서 그렇게까지 생각하게 되는 걸까 와 닿지가 않았다.

 

당장의 나로서는 도저히 지금은 포기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치료 때문에 힘든 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고, 일단 제이가 아픈 게 바로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병원에 갔을 때, 제이는 호흡이 가쁘고 밥을 못 먹었으며 기운이 없었다. 배를 만지면 질색하고 싫어하면서도 내 품 안으로 자꾸만 와서 안겼다.

 

림프종 진단을 받고 장기적이 항암치료가 얼마나 길고 지치는 일이 될 것인지 들었지만, 그보다 당장 눈앞의 상태가 심각한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건 생각할 수 없었다. 약이든 수술이든, 무엇이라도 해서 일단 지금의 상태를 호전시키는 게 중요했다.

 

제이가 정상적으로 호흡하기 위해서 지금 당장 필요한 치료는 흉수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종양 때문에 장기가 눌려서 몸 안에 물이 차는 것이라고 했다.

 

이틀에 한 번 꼴로 병원에 가서 흉수를 뽑아냈는데, 그때마다 마취를 해야 했다. 그렇게 흉수를 뽑으면 잠깐은 호흡이 조금 편해지는 것 같다가 하루만 지나도 금방 또 배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흉수가 차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그리고 매번 마취를 하는 것도 몸에 무리가 갈 수 있어서 병원에서는 몸 안에 관을 삽입해 집에서 그때그때 흉수를 뽑아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몸 안에 관을 넣어 직접 흉수를 뽑아낸다는 게…… 흡사 SF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흉수를 빨리 뽑아주지 않으면 제이는 몸이 무거워 뛰지도 못했다. 입을 벌리고 헥헥거리며 개구호흡을 하기도 했다. 강아지는 덥거나 숨이 차면 혀를 내밀고 헥헥거려서 체온 조절을 하지만, 고양이가 입을 벌리고 숨을 쉬는 건 매우 몸이 안 좋다는 직접적인 증거다.

 

벌써 검사 때문에 몇 번이나 마취를 했던 제이는 흉관을 몸에 삽입하기 위해 또 마취를 해야 했다. 수술 중에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는 가능성을 숙지했다는 내용의 동의서에 나는 또 몇 번째인지 모를 사인을 했다.

 

등부터 배까지, 한쪽 몸통의 털을 모두 밀고 흉관을 장착하고 나온 제이는 전에 없이 예민했다. 삽입 수술 후 며칠 입원을 해야 했지만 마취에서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면회 차원에서 병원에 갔는데, 평소처럼 품에 안아들자 몸에 꽂힌 흉관 때문인지 움직일 때마다 비명처럼 아픈 소리를 토해냈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울음소리였다. 지금까지 제이가 아픈 게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 때문이었다면, 이렇게 물리적으로 고통이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윤기가 흐르던 보드라운 털이 절반쯤 다 밀려나간 건 이제 충격받을 거리도 아니었다. 몸에 관을 꽂은 제이를 어떻게 만져야 할지 몰라서 금방 다시 선생님 손에 제이를 건넸다…….

 

이렇게 아프고 힘든 거였으면 차라리…… 라는 생각이 내 마음 저 바닥에서 이때다 하고 치밀어 올라왔다. 어쩌면 치료 과정이 제이에게 더 힘든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제이를 위한 것인지 나를 위한 것인지 모를 싱숭생숭한 마음이 또 불쑥 나를 뒤흔들었다.

 

몸에 꽂은 흉관을 제거하는 일정은 기약이 없었다. 항암 치료가 잘 듣고 종양의 크기가 줄어들어야 흉수가 차는 속도가 늦어질 것이다. 하지만 선생님이 미리 경고했듯이 치료가 전혀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또 치료 과정에서 지금보다 더 힘든 일이 생길 수도 있었다. 항암 치료에 따라올 수 있는 각종 부작용이 이보다 덜 괴로우리라는 법은 없었다. 도대체가 분명한 게 없다. 처음 듣는 비명을 지르는 제이에게 정말 물어보고 싶었다.

 

넌 어떻게 하고 싶어? 제이야, 널 위해서 내가 어떻게 해주는 게 좋겠니?

 

 

얼마 후 퇴원하는 날 다시 병원에 갔다. 다행히, 제이는 지난번보다 컨디션이 나아진 것 같았다. 잘 움직이고, 만졌을 때 비명을 지르지도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나 역시 한결 안심이고 다행이었다. 그래, 이제 앞으로에 집중하자. 더 이상 갈팡질팡하지 말고 이 선택이 최선이라고 믿자.

 

그게 내 욕심이어도, 적어도 제이를 위해 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도록. 고통스러운 치료를 포기하는 게 반려동물을 위한 것이라면, 그럼에도 지속해나가는 것은 이제 나를 위한 일이었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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