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컨텐츠 바로가기
뉴스 > 칼럼 > 칼럼

[박은지의 묘생묘사] 말 많은 고양이, 다 좋아서 그런 거라옹

 

집에서 노트북을 켜고 한창 뭔가 집중해서 하고 있었는데, 귀에 꽂고 있는 이어폰 소리 틈으로도 애처로운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야아아-옹. 냐우우우-웅"

 

딱 보니까 느낌이 왔다. 최근에 제이가 병원을 다니며 매일 약을 먹고 있어서, 안쓰러운 마음에 평소에 자주 주지 않던 간식을 매번 꺼내 줬더니 이제 맨밥은 먹기 싫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또 마냥 간식 공세를 이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특히 약 먹는 제이 덕분에 덩달아 얻어먹는 아리의 체중이 염려되기 때문에), 내가 한동안 못 들은 척을 했더니 결국 제이가 내 팔꿈치를 앙 물었다.

 

“아야!”

 

정말 적극적이고 명확하게 의사 표현을 하는 제이를 보면 어이가 없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다. 부르면 대답도 야무지게 잘 하고 먼저 시도 때도 없이 말도 걸어오는 게, 이러다 곧 사람 말 하는 거 아닌가 싶다.

 

간식 달라는 농성에 버틸 때까지 버텨 보지만 결국은 내가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다. 세상 애처로운 야옹 소리를 듣고 있으면 서랍에서 고양이용 비스켓 하나라도 꺼내주게 된다.

 

할 말은 꼭 하는 야무진 성격은 아리도 비슷하다. 내 앞으로 와서 다소곳이 앉아 눈을 빤히 맞추고 ‘야아아옹-’ 하면 얘가 뭘 원하는지 열심히 머리를 굴리게 된다.

 

가끔 싱크대에 올라오는 걸 못하게 막으면 또 내 눈을 빤히 보면서 ‘냐우우웅’ 하고 불만의 울음소리를 낸다. 적반하장이라도 이럴 땐 도리어 아리가 ‘왜 못하게 하는 거냐’며 나를 나무라는 것 같아 괜히 나만 뻘쭘해진다.

 

고양이가 고고하고 조용한 동물이라고 누가 그랬을까.

 

특히 사람과 같이 사는 고양이들은 차이는 있지만 울음소리로 의사표현을 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고양이 세계에서는 발정 났을 때 말고는 소리를 내어 의사소통 할 일이 별로 없는데, 사람들은 ‘말’로써 소통을 하기 때문에 고양이도 그것을 흉내 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수다스럽다는 건 결국 집사를 향해서 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 뜻이겠다.

 

그러고 보면 처음에는 고양이가 우는 이유를 몰라 마냥 답답했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원하는 걸 해주고 싶어도 뭘 해줘야 할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고양이가 집사 옆에 와서 울음소리를 내는 이유는 여러 가지를 짐작해볼 수 있다고 한다.

 

중성화하지 않은 경우에는 발정기일 때 일명 ‘아기 소리’로 애옹애옹 우는 경우가 가장 많다.

 

그 외에 보통의 집고양이들은 심심해서, 배고파서, 화장실에 대한 불만이 있어서, 낯선 사람이나 고양이에 대한 경계의 의미로 울기도 한다. 새끼고양이들은 주로 배가 고프거나 어미가 안 보일 때 울음소리로 엄마를 소환한다.

 

가장 위험한 울음소리는 통증으로 인한 것이다. 특히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려고 자세를 취하면서 자꾸 긴 울음소리를 뽑아낸다면 하부요로계 질병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고양이가 자꾸 우는데 그중 도대체 어떤 이유인지 어떻게 아냐고? 요즘은 고양이 울음소리를 번역해주는 어플도 있다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집사로서 내공이 쌓이면 어느 정도 고양이의 말을 알아듣는 능력이 생기는 것 같다.

 

반려동물과 교감하는 이들은 모두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의 자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하니까. 그래도 가끔은 정말 번역기를 돌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들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 수다쟁이 고양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 하루 종일 집안이 시끄러울 것 같아 조금 곤란하기도…….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카카오톡 친구해요

목록

회원 댓글 0건

  • 비글
  • 불테리어
  • 오렌지냥이
  • 프렌치불독
코멘트 작성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욕설 및 악플은 사전동의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스티커댓글

[0/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