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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의 묘생묘사] 답답한 넥카라가 쓸데없이 귀엽다

 

[노트펫] 달이 뒷다리의 촘촘한 털이 어쩐지 한 군데 휑한 느낌이 들었다. 털이 뭉쳤나 싶어서 집중적으로 빗질을 해주었더니 좀 나아진 것 같다.

 

하지만 다음 날 그 부분이 또 털이 뭉쳐 있어서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털 안쪽 피부에 상처 같은 게 보였다. 위기를 알리는 빨간 신호가 머릿속에서 깜박였다.

 

털을 잘 헤집어보니 역시나 피가 맺혀 있는 것 같았다. 털 때문에 잘 보이지 않지만 아무래도 아리랑 싸우다가 딱지가 생긴 게 아닌가 싶었다.

 

평소 솜방망이질을 좀 하긴 해도 누가 다칠 정도였던 적은 없었는데……. 속상한 마음에 발톱깎기를 들고 돌아다니며 집안 고양이들 발톱을 모조리 잘라주었다.

 

평소 다니는 병원은 차를 타고 20분은 가야 하는데, 가벼운 상처 정도니 가까운 병원도 괜찮겠다 싶어 집에서 도보 5분 거리의 동물병원에 처음으로 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소독하고 상처에 바르는 연고 정도만 처방받으면 되겠지 하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그런데 웬걸, 상처 부위의 털을 깎아내자 이게 단순한 상처가 아니라는 것은 내가 육안으로 봐도 알 것 같았다. 결국 달이에게 내려진 병명은 링웜.

 

세상에, 요즘 에어컨을 18시간은 켜놓고 사는 것 같은데 곰팡이성 피부병이라니. 요즘 달이가 자꾸 사람 화장실에 들어가서 누워 있더니 몸이 습해져서 그랬는지, 지난 번 목욕 때 털이 덜 말라 그랬는지…….

 

내가 세심하지 못했던 탓에 괜히 순한 달이를 고생시키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밀려왔다. 달이는 안 그래도 예민하게 신호를 주는 편이 아니라서 내가 더 살폈어야 했는데.

 

링웜은 전염되기 때문에 집의 다른 고양이들도 걱정이었지만, 일단 치료를 시작하면 전염 가능성은 낮아진다고 하셔서 먹는 약과 소독약, 연고를 처방받아 돌아왔다.

 

달이는 다리에 연고를 발라줘도 그리 강박적으로 핥는 아이는 아니라 넥카라를 씌우지 말고 내가 잘 지켜볼까 하고 잠시 고민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당분간은 씌워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감사하게도 평소 달이를 예뻐해주는 이웃들이 일반 플라스틱 재질보다 편하게 쓸 수 있는 폭신한 넥카라를 빌려줬다.

 

 

짠할 정도로 순한 달이는 넥카라를 씌워도 눈만 꿈벅꿈벅하고 앉아 있다가 금방 적응하고는 피곤했는지 넥카라를 베고 스르르 잠들어 버렸다.

 

며칠 동안 넥카라를 쓰고도 야무지게 해먹 위에서 잠자고, 냉장고 위에 올라가 자기만 빼고 맛있는 걸 먹는 건 아닌지 감시하는데 그게 또 이렇게 귀여울 일인지. 달이에게는 미안하지만 넥카라를 하고 있는 모습이 또 너무 예뻐서 집사는 매번 속없이 감탄하고 있다.

 

일주일 정도 부지런히 약 먹이고 연고를 발라주니 다행히 처음보다는 확실히 나아진 듯했고, 아직은 다른 부위나 다른 고양이들에게 옮지는 않은 것 같다.

 

차라리 짜증내고 땡깡을 부리면 덜 미안할 텐데, 달이는 병원에서도 발톱 한 번 안 세우고 간식에 섞어준 약도 마냥 맛있게 잘 먹어서 고맙기도, 짠하기도 하다.

 

 

순하고 착해서 더 마음 쓰이는 우리 집 셋째 고양이, 겨우 살이 좀 빠졌나 싶었는데 이번 일로 미안한 마음에 간식 세례를 퍼붓고 있다.

 

동그란 넥카라를 달고 돌아다니니 귀여움은 업그레이드된 것 같지만, 빨리 뺄 수 있도록 언니가 더 노력할게.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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