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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의 묘생묘사] 닮은꼴인 두 고양이, 한 뼘 줄어든 거리

 

[노트펫] 결혼 생활을 하다 보면 좋을 때도 있지만 마음이 안 맞고 다툴 때도 생긴다. 세상에 어떻게 좋기만 한 관계가 있을까 싶다가도, 어떤 관계의 적당한 거리를 재는 일은 연습을 거듭해도 참 쉽지가 않다.

 

불편한 것을 이야기하고, 양보할 수 있는 만큼 물러나기도 하고, 또 필요한 것을 요구하기도 하면서 30여 년을 서로 전혀 다른 사람으로 살아온 두 사람이 부부라는 공동체가 된다.

 

사람이야 스스로 원해서 가족이 되기로 결정을 한다지만, 원하든 원치 않든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하는 고양이들은 과연 집사의 결정에 어느 정도나 동의하고 있을까? 둘째, 셋째를 입양하여 3묘와 동거하다 보면 제각기 다른 고양이들의 성격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마침 얼마 전 이웃집 언니도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다가 최근에 둘째를 입양했다. 그런데 첫째가 워낙 에너지가 넘치는 터라 몸집이 작은 둘째에게 몸통 박치기를 하며 달려 나가기도 하고, 가만히 있질 못하고 옆에서 자꾸 귀찮게 하는 통에 걱정이라고 한다.

 

 

둘째는 장난감을 쫓아 뛰어다니기보다 사람 옆에 붙어서 발라당 몸을 뒤집고 애교를 부리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첫째가 매복하다가 덮치면 둘째는 보통 당하기만 하는 쪽이란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한 소파에서 각각 자리를 잡고 누워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면 또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는 것이다.

 

제각기 성격 다른 고양이들이 한 집에서 살게 되는 일이라 우리 집 사정도 크게 다르지가 않다. 특히 둘째 아리와 셋째 달이는 각각 성묘인 채로 만났기 때문인지 합사하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 초반에는 달이의 구내염 때문인지, 아리는 달이에게 가까이 다가가 냄새를 맡고 나면 꼭 하악질을 하며 신경에 거슬려 했다.

 

그런데 요즘은 두 마리의 거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게 느껴진다. 몇 주 전에는 아리와 달이가 서로 엉덩이를 붙이고 반대 방향을 보며 누워 있더니, 점점 나란히 누워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밥을 먹을 때도 굳이 한 그릇에 모여들어 같이 얼굴을 들이밀고, 잘 때도 침대에서 서로 바짝 붙어 있거나 닮은꼴 자세를 하고 누워 있다.

 

자꾸 거실 바닥에 발라당 누워버리는 달이의 버릇을 요즘은 아리가 따라하는 것도 같다. 외출했다 집에 돌아가면 두 마리 고양이가 함께 거실에 발라당 눕는 진풍경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러다 정말 친해져서 그루밍하는 모습까지 나오게 되는 건 아닌가 싶다. 그건 정말 심장에 무리가 갈 것 같은데.

 

 

사실 외모로 따지면 모색만 다르지 제법 닮아 보이는 두 아이라서, 같은 포즈를 하고 있거나 가까이 붙어 누워 있으면 영락없이 자매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게 어찌나 고맙고 예쁜지. 처음에는 ‘왜 낯선 동물이 있느냐’고 싫은 기색이던 아이들이 어느새 한 뼘씩 가까워지고 서로의 성격을 알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며 이렇게 가족이 되는구나 싶다.

 

나랑 참 안 맞는 구석이 있다 싶어도 한 집에서 함께 살아가며 우리는 조금씩 서로의 퍼즐을 맞춰간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부부 사이에도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채워가야 할 단계들이 수없이 있다.

 

어쩌면 아리와 달이도 그런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고양이들은 서로를 인정하고 가족이 되는 방법을 사람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것도 같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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