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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의 묘생묘사] 반려동물과 출산이 무슨 상관이에요?

 

[노트펫] 아는 언니는 나보다 서너 살이 많은데,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다.

 

집을 예쁘게 꾸미고 혼자서 지내는 것으로 언니의 일상은 충분히 만족스러워 보인다.

 

물론 언니네 부모님은 언니가 좀처럼 결혼 소식을 들려주지 않는 것을 이미 몇 년 전부터 못마땅해 하신다고 한다.

 

한 번은 언니가 결혼하지 않는 이유를 "고양이를 키우는 탓"이라며, 남자들이 혼자 고양이 키우는 여자는 좋아하지 않는다는 기묘한 논리를 펼치기도 하셨단다.

 

결혼을 한다고 해서 고양이에 대한 어른들의 다양한 편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혼한 지 2년 5개월, 현재까지 아기 계획이 없는 우리 부부도 종종 고양이에 대한 어른들의 불평을 들어야 한다.

 

내가 우리 집 고양이들을 얼마나 예뻐하는지 잘 알고 있는 우리 엄마는 고양이 때문에 아기가 안 생긴다는 말은 하지 않지만, 대신 "아기를 낳으면 고양이보다 천 배, 만 배는 더 예쁠 것"이라고 은근히 나를 설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도 내가 아기를 낳지 않는 이유를 고양이에게서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

 

아기 낳으면 어쩌려고 고양이를 키우느냐는 말을 생전 처음 본 사람들이 서슴없이 던지면 어리둥절하다.

 

앞으로 다시 볼 일도 없을 사람이 내 출산 계획을 궁금해하는 이유도 모르겠지만, 출산 후 아기와 고양이를 각각 어떻게 케어할 것인지까지 구구절절 논해야 하는 걸까?

 

고양이를 키우면 아기가 생기지 않는다든가, 고양이가 아기에게 해롭다(?)는 종류의 루머는 너무 많다.

 

그 탓인지 고양이를 키우다가 임신 후 고양이를 버리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부모님들이 집에 왔다가 고양이를 슬쩍 집에서 내보내 버렸다는 하소연을 볼 때면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다.

 

그런 일이 많아서인지 유기동물 보호소의 경우에도 아예 임신 계획이 있는 신혼부부에게는 유기묘 입양을 보내지 않기도 하는 것 같다.

 

한 생명이 태어나 다른 생명을 내팽개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실은 양가 부모님에게 아직 셋째 고양이를 입양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양가 부모님 모두 이미 두 마리도 너무 많다고 생각하고 계시는데, 사실 그건 고양이 숫자와는 별 관계가 없다는 걸 안다.

 

우리가 고양이를 여러 마리 키우다 보면 아기를 낳지 않을 것 같아 내심 불안해하시는 것이다.

 

말하는 순간 아무튼 아기 계획과 연계된 잔소리 폭격을 맞게 될 것 같다.

 

애초에 우리 부부는 결혼할 때부터 아기를 낳지 않기로 했다. 만약 생각이 바뀌어 아기를 낳게 된다고 해도, 그것은 고양이들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다.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고 해서 기존에 함께하는 가족을 밀어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어른들에게는 아직도 아기와 고양이가 공존하기 어려운 정서가 많이 퍼져 있다 보니, 고양이를 키우는 신혼부부에 대해 우려 혹은 훈계의 시선을 보내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두 사람의 성인이 만나 책임질 수 있을 정도의 가정을 꾸리는 것뿐이라고 나는 생각하지만…… 아기를 기다리는 부모님의 마음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 부부에게 있어 출산의 여부는 고양이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아기를 낳을 예정인데 고양이를 함께 키울 자신이 없다면 애초에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것이 맞지만, 이미 고양이를 진정한 가족으로 맞이한 이들이라면 아마 결혼이나 출산 앞에서 고양이가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려동물이 그렇게 많이 버려진다는 명절이 다가오고 있다. 가정마다 반려동물의 안녕을 빌어본다.

 

더불어 우리의 평화로운 명절 연휴를 위해서, 부모님들께 셋째 고양이 입양 소식을 전하는 건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올 즈음으로 미룰 생각이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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