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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의 묘생묘사] 싸우고 정들며 가족이 되는 일

[노트펫] 우리 집에는 사람 두 명과 고양이 두 마리가 살고 있다. 다 같이 사랑하는 가족이지만 형제가 여럿이면 더 친한 두 명이 생기는 것처럼, 고양이들과도 미묘한 친목의 차이가 좀 있다.

 

제이는 나와 인연이 되어 우리 집에 왔고, 아리는 남편이 원해서 데려왔는데 그 때문인지 실제로도 제이는 나랑, 아리는 남편이랑 조금 더 친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매사 100% 궁합이 맞는 사이인 것은 아니다. 특히 남편과 아리는 가끔은 투닥거리는 친구 같고, 가끔은 애틋해 못 사는 애인 같기도 하다. 보면 귀찮고, 안 보면 보고 싶은 묘한 관계라고나 할까?

 

 

나야 원래부터 집안에 떨어져 있는 머리카락이나 날아다니는 고양이털에 무딘 성격이지만, 남편은 집을 깔끔하게 관리하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다 보니 아무리 부지런을 떨어도 고양이털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워지는 것은 불가능했고, 그는 차츰 우리의 현실(?)을 받아들이며 일정 부분을 포기하게 됐다.

 

항상 옷장 문을 닫아놓는데도 그 안에 들어 있던 까만 옷에 아리의 하얀 털이 붙어 있는데 어찌할 도리가 있겠는가. ‘사람 옷인지 아리 옷인지 모르겠다’며 투덜거리면서도 받아들이는 수밖에.

 

그런데 아리는 아무래도 남편이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마치 놀리듯 그 행동을 콕 짚어 골라 한다.

 

수건을 개면 네모나게 접힌 수건 더미 위에 조심조심 올라가 앉는다. 얼마 전에는 남편이 빨래를 하고 건조대에 자리가 부족해 거실 바닥에 양말을 말려 놨는데, 아리가 그 사이로 조신하게 들어가더니 양말을 깔고 누웠다.

 

빨래했는데 또 털을 묻히면 어떡하냐고 남편이 황당해하고 있어 나는 그러게 왜 고양이 덫을 만들어 놓았느냐고 웃었다.

 

 

하지만 남편이 퇴근해 현관문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나면 제일 먼저 뛰어 나가는 것은 아리다.

 

남편이 머리를 쓰다듬어줄 때까지 식탁 위에 올라가 큰 소리로 냥냥거린다. 남편은 정말 귀찮게 하는 고양이라면서도 아리의 머리를 쓰다듬고 간식을 꺼내 준다.

 

남편이 뭐라 핀잔을 주면 아리는 더 큰 소리로 ‘냐아아옹!’ 하고 남편을 빤히 본다. 남편은 아무래도 아리가 사람 말을 다 알아듣는 것 같다고 혀를 내두른다.

 

아리가 좋아하는 장난감으로 한참 놀아주던 남편이 장난감을 집어넣으면 이런 대화가 진행되는 식이다.

 

“오늘은 그만하자!”

“냐아아앙?(난 아직 부족한데 무슨 소리냥?)”

“많이 놀았잖아. 오빠 이제 설거지 해야 돼. 바빠.”

“냐앙. 냐아아앙!(지금 내가 사냥감 기다리고 있는 거 안 보이냥!)”

“아, 나 참. 알았어. 알았다!”

 

애초에는 고양이를 좋아하지도 않았던 사람과, 유기묘로 길에서 살았던 시절에는 남자를 무서워했던 고양이.

 

서로 조금도 친해질 수 없을 것 같았던 둘이 이렇게 가족이 되어 가는 걸 보니 웃기기도 하고, 새삼 놀랍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는 당연한 인연은 없는 것 같다.

 

노력하고, 감사하고,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비로소 인연이 된다. 서로 성질도 내고 투덜투덜 하는 것 같다가도 어느덧 아리는 남편 옆으로 와서 손등에 머리를 부비고 있다.

 

가끔은 귀찮은 애정행각을 당연한 듯 나누며 또 하루치 마음이 커져가는 것이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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