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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스독스의 동물세상] 이슬람권에서 개를 싫어하는 이유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개를 싫어한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싫어한다고 표현하는 것보다 멸시한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개를 좋아하는 비 이슬람권 애견인들 입장에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면 이슬람교가 없었을 때도 현재 이슬람교가 주류인 중동, 중앙아시아, 북아프리카 등에서 개를 멸시하는 현상이 있었을까? 4대 문명권 중 하나이면서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고대문명에 큰 영향을 미친 이집트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았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육신은 죽어도 영혼은 절대 죽지 않는다는 ‘영혼불멸설’을 믿었다. 이집트인들은 신분이 높은 사람이 죽으면 내장을 꺼내 따로 보관하고 육체는 부패하지 않도록 방부 처리하여 내세의 생활에도 지장이 없는 미이라로 만들었다.

 

고대 이집트 신화에는 사람이 죽으면 죽은 자(死者)의 영혼을 심판관 앞에 데리고 가는 역할을 하는 죽음의 신이 있었다. 아누비스라고 불렸던 죽음의 신은 검은색 자칼의 머리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일부에서는 개의 머리를 하고 등장하기도 한다. 자칼이 개과 동물이며, 모습이 개와 유사한 측면을 고려하면 이러한 혼용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집트의 파라오나 권력자들은 살루키나 그레이 하운드 계열의 개들을 데리고 가젤 같은 사냥감을 사냥하는 것을 즐겼다. 심지어 일부 사냥개들은 파라오의 미이라 옆에 미이라가 된 상태로 발견되기도 하였다. 이는 사후에도 개들이 주인인 파라오를 잘 모시라는 의미를 가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 개는 적어도 경멸의 대상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살루키 <사진: 위키피디아 영어판>

 

하지만 이슬람교가 중동 지역에 포교된 이후 개는 이슬람 신도들에게는 경멸과 접촉 금지 대상이 되고 말았다. 심지어 2011년 4월 시아파의 본거지인 이란의 의회에서는 의원 입법 형태로 공공장소에 개를 동반한 외출 금지, 아파트에서 개 사육 금지 법안이 발의되어 세계적인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이란에서는 최근 한 발 더 나가 애완견 사육 자체를 금지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이슬람 문명권에서는 개를 의미하는 단어를 사용하여 상대를 비판하는 것을 최고의 모욕이라고 생각한다. 2012년 3월 이란 국회 대변인은 그들의 숙적인 이스라엘에 대해 엄청난 모욕을 퍼붓는다. 이스라엘은 그때나 지금이나 이란의 미사일과 핵에 대해 상당히 민감한데, 당시 대변인의 비판은 핵에 관한 부분이었다.

 

이란 국회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공습을 꾸준히 주장하는 것에 대해 “이스라엘은 짖기만 하고 공격하지도 않는 개”라고 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이란 국회 대변인의 비판은 그렇게 강한 수위는 아니지만, 이란이 이슬람 국가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최고 수준의 모욕을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에게 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개는 어떻게 하다가 이슬람권 문명권에서 경멸의 대상이 되었을까? 몇 가지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물론 정확한 정설은 없다. 각 이야기를 읽고 나름대로 판단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1. 예언자 마호메트를 보고 짖은 개 이야기


이슬람교의 창시자이며 예언자인 마호메트는 서기 611년 메카 인근의 산에서 명상을 하다가 신의 계시를 받게 된다. 그리고 마호메트는 신의 계시에 따라 새로운 종교 즉 이슬람교를 개창하고 본격적인 포교에 나선다.

 

하지만 마호메트의 포교 활동은 당시 메카를 장악하던 권력자들의 박해를 초래하였고 그는 박해를 피해 몸을 숨겨야만 했다. 마호메트가 메카의 권력층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동굴에 숨었을 때 숨어 있던 동굴 주변에서 개 한 마리가 계속 짖어댔다고 한다.

 

자칫 개 한 마리 때문에 위대한 예언자 마호메트가 적에게 발각될 뻔 했다. 그 사건 이후, 이슬람 교도들은 예언자를 곤경에 빠트린 개를 천시하고 멀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2. 공중보건학적인 이유


중앙아시아, 소아시아 등 유목생활을 많이 하는 지역에서는 개를 숙주(宿主)로 한 기생충 감염이 종종 일어난다. 그래서 현지인들은 가급적 개와의 접촉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중동에서 발생하는 개를 매개로 하는 기생충 질병은 '리슈만 편모충증'과 '단방조충증' 등이 있다.

 

리슈만 편모충증은 피부암과 비장 및 간의 비대증, 코·입·목구멍의 점막 침식을 초래하는 무서운 질병으로 적절한 치료가 뒤따르지 않으면 자칫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단방조충은 성충이 되어도 2~7mm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기생충은 신체 내에서 기생하지 않는 부분이 없을 정도로 왕성한 생존력을 가지고 있다. 단방조충은 장기, 근육은 물론 심지어 뼈에도 포낭을 형성하여 자리 잡는데, 숙주의 대변을 통해 알을 내보내기도 한다.

 

단방조충증 감염은 목축을 많이 하는 곳에서 많다. 배변 교육을 하지 않은 개는 아무 곳에서나 배설을 하는 습관이 있다. 초원에서 개 배설물에 포함된 기생충의 알(충란)은 가축이나 사람에게 돌고 돌아서 들어갈 수 있다. 풀어 설명하면 개의 배설물에 포함된 단모조충의 알을 소, 양, 염소가 풀을 뜯다가 섭취할 수 있고, 기생충에 감염된 가축의 고기나 장기를 사람이 섭취하다가 감염될 수도 있다. 

 
3. 개에게 사람의 시신을 먹였던 풍습의 영향


이슬람에서 개를 천시하는 것은 사람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과거 일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이 빨리 사후세계에 갈 수 있게 개에게 사람의 시신을 먹이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러한 풍습의 영향으로 현지에서 개는 매우 불결한 동물이 되었고, 지금도 그 영향이 남아있다. 개로 보면 참 억울한 이야기다.

 

티벳, 몽골의 경우에는 사람이 죽으면 칼로 사체를 잘라서 독수리 같은 맹금류에게 주어서 먹어 치우도록 하는 조장(鳥葬)을 실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장례를 하는 이유는 나무가 부족하여 화장하기 어려운 현지 사정과 부패로 인한 전염병 발생 예방이라는 현실적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개를 이용한 사체 처리도 그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행해졌던 '조장'과 비슷한 이유에서 행해진 장례풍습 같다는 느낌이 든다.

 

세 가지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정확하게 어떤 이유 때문에 이슬람교에서 개를 경멸하는 지 잘 모르겠다. 다만 이 주장 중 어느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예언자 마호메트 관련설’이 가장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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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댓글 2건

  •   2015/04/17 18:09:23
    그렇군요. 또 배우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답글 1

  •   2015/05/11 12:52:35
    감사합니다.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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