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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가 된 판다..혀에 숨겨진 비결

판다의 혀(舌)에 얽힌 비밀

 

[양병찬 과학번역가] 판다는 '날카로운 송곳니'와 '고기를 소화시키도록 설계된 소화관'을 비롯하여 육식조상의 전형적인 특징들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나무를 아삭아삭 먹는' 채식주의자는 광속으로 진화한 해부학적 특징 한 가지를 과시한다. 그것은 바로 혀(舌)다.

 

새로운 연구결과에 따르면, "판다의 옛 조상이 채식주의자로 전향할 때, 그들의 쓴맛 감지능력(bitter taste perception)이 향상되어 대나무의 위험한 독소를 탐지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채소들은 쓴맛이 있는(그리고 잠재적으로 해로운) 독소, 예컨대 시안화물(cyanide), 니코틴, 리신(ricin) 등을 함유하고 있어, 굶주린 초식동물들을 단념시킨다.

 

채식동물이 (채소를 거의 먹지 않는) 육식동물보다 쓴맛에 더 민감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인 듯하다. 극단적인 예로, 전적으로 육식을 하는 고래의 경우에는 쓴맛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혀를 보유하고 있다(참고 1).

 

그러나 초식동물 치고 초짜(new kids on the block)인 판다의 경우, 지금으로부터 겨우 몇 백만 년 전에 채식주의자로 진화했다.

 

자이언트 판다와 미국너구리 비슷한 레서판다(red panda)의 공통조상은 일상적으로 고기를 먹었었다. 그러나 700만 년 전쯤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그들은 고기 대신 식물의 새싹과 이파리를 먹게 되었다.

 

지금의 중국 남부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점점 줄어드는 먹잇감과 엄청나게 우거진 대나무 숲이라는 환경이 그의 식성 변화를 부채질한 것으로 보인다.

 

선행 유전학 연구에 따르면, 자이언트 판다는 대나무를 쩝쩝거리며 먹기 시작한 직후 고기의 향미(香味)라 할 수 있는 감칠맛(umami)에 대한 미각을 잃었다고 한다.

 

자이언트 판다와 레서판다가 대나무에 함유된 쓴 독소에 대한 미각을 얻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중국 과학아카데미의 푸엔 웨이 박사(보존유전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두 가지 종(種)의 유전체를 분석했다.

 

그들은 특히 TAS2R군(群)에 속하는 TAS2R1과 TAS2R2 등에 집중했는데, 이 유전자들은 미뢰(taste bud) 안에 있는 쓴맛 수용체를 코딩한다. 아울러 그들은 육식성 판다의 사촌뻘인 북극곰, 늑대, 호랑이, 치타 등 일곱 가지 종의 유전체도 분석했다.

 

유전체 분석 결과, 자이언트 판다와 레서판다는 모두 16가지의 쓴맛 수용체 유전자를 온전히 갖고 있는 데 반해, 육식 친척들은 10~14개의 유전자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결과는 《Integrative Zoology》에 실릴 예정이다(참고 2).

 

육식동물의 경우, 쓴맛을 감지하는 유전자에 무작위 변이가 서서히 축적되어, 그중 상당수가 쓸모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와 대조적으로, 판다의 유전체는 쓴맛 수용체의 코드를 대부분 보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외견상 유용한 변이들을 몇 가지 획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자이언트 판다가 보유한 TAS2R42의 경우, 다른 유전자들에 비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이가 축적된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자연선택이 그 변이를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적 징후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이러한 변화는 판다에게 대나무 속의 화합물을 탐지할 수 있는 수용체의 월등한 버전을 제공한 것 같다. "그것은 자이언트 판다가 대나무에 적응적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증거다"라고 이번 연구의 공저자인 레이 샨 박사(유전학)는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나를 비롯한 연구자들이 '판다에서 일어났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사건들과 일치한다"라고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스티븐 우딩 박사(진화유전학)는 말했다.

 

"판다는 아직도 대부분의 초식동물보다 약간 적은 쓴맛 수용체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판다가 고기 맛에 대한 향수를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들은 아마도 쓴맛 수용체를 잃기 시작했겠지만, 식단이 변화하면서 제동이 걸렸을 것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또 "고기를 좋아하는 판다의 동시대 동물들은 쓴맛 수용체를 계속 잃었지만, 판다는 쓴맛 수용체를 챙기기 시작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필라델피아 소재 모넬 화학감각센터(Monell Chemical Senses Center)의 페이화 장 박사(분자생물학)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이번 연구결과를 가리켜 '아직은 추측'이라고 선을 그으며, "판다의 미각 수용체가 대나무에 함유된 일련의 쓴맛 화합물들을 탐지할 수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렇잖아도 샨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살아있는 판다의 세포를 이용하여, 대나무에서 유래한 독소들을 투여했을 때 미각수용체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테스트하고 있다. 따라서 판다가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하느라 얼마나 쓴맛을 봤는지가 조만간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양병찬 과학번역가(https://www.facebook.com/OccucySesamelStreet)  

 

※ 참고문헌
1. https://academic.oup.com/gbe/article/6/6/1254/580618
2. http://onlinelibrary.wiley.com/doi/10.1111/1749-4877.12291/abstract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8/01/panda-tongues-evolved-protect-them-toxins-study-sugge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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