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컨텐츠 바로가기
뉴스 > 칼럼 > 칼럼

[미국으로 간 캉스독스] 악몽이 된 블루길, 원산지 미국에선

[노트펫] 미시시피강을 포함한 미국 일부 하천들은 잡초와 조류 제거를 위해 수십 년 전 도입한 거대 아시아잉어들에 의해 점령당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북미 최대 담수호인 오대호에 1m에 달하는 거대 잉어들이 유입되지 않도록 상당한 공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그 작업이 성공할지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필자를 포함한 한국인들에게 잉어는 결코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는 어종이 아니다.

 

사실 잉어는 신비스럽고 영험한 동물이기도 하다. 잉어는 옛날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용왕님의 오른팔, 메신저 역할을 충실히 하는 어종이었다. 그래서 잉어가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미국 뉴스들은 가슴에 쉽게 와 닿지 않는다.

 

잉어는 한국인에게는 고급 보양식이가도 하다. 미국 마트에서 판매되는 잉어.

 

그런데 잉어처럼 반전이 있는 물고기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배스(large mouth bass)와 더불어 하천, 호수 생태계를 초토화시키는 블루길(bluegill)이라는 어종이다.

 

블루길(bluegill)은 미국 미시시피강 일대가 자신의 고향이다.

 

1970년대 이후 우리 정부는 물론 민간 차원에서도 블루길 치어들을 전국의 댐과 하천에 방류하였다. 블루길을 국내에 도입한 의도는 내수면 어업 활성화를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블루길의 고기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지 않아 찾는 사람도 없었다. 또한 왕성한 번식력과 강한 식욕을 가지고 있어서 한국의 전국 주요 하천과 호수들은 블루길로 들끓게 되었다.

 

블루길(파랑볼우럭)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블루길은 자식 사랑이 상당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아빠의 자식 사랑이 대단하다. 번식 철이 되면 블루길 수컷은 자신만의 산란장을 만든다. 그리고 암컷을 유인하여 그곳에 산란하게 만들고, 자신은 그 위에 방정을 한다.

 

블루길 수컷은 알이 부화하여 치어가 되고, 그 치어들이 자신의 앞가림을 할 정도까지 자기 새끼를 돌본다. 이렇게 강한 부성애가 블루길이 한국을 포함한 다른 외국에서도 번성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외래 어종을 국내에 도입하여 야생에서 번식을 시키려면 상당한 고민과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해당 어종이 생태계에 주는 효과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몇 번의 제한적인 실험도 한 이후 도입해야 할 것이다. 블루길처럼 강한 번식력을 가진 물고기를 도입할 때는 그런 검토와 실험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블루길 도입 당시 그런 엄격한 절차를 거쳤는지 미지수다. 그리고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는 외래 어종들을 국내 하천에 방생하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블루길은 자기보다 작은 물고기는 물론 토종 어류의 알, 민물새우 등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다. 블루길은 소문난 대식가다.

 

여름 한 철을 나기 위해 자기 체중의 5~6배를 먹어치우는데, 이런 대식가의 과잉 번식은 우리나라 생태계에게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블루길은 같은 고향인 배스와 더불어 한국에서 생태계교란동물로 지정된다.

 

한국에서는 멸절시킬 동물이 된 블루길은 자신의 고향 미국에서는 전혀 다른 취급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블루길을 하천, 호수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어종으로 생각하고 있다.

 

미국 내무부(Department of the interior)가 발행한 어린이용 낚시 책자 "Fishing ABC’S"에는 블루길을 포함한 다양한 어종들이 소개되어 있다. 여기서 블루길을 보면 미국인들이 블루길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 잘 알 수 있다.

 

“블루길은 다른 스포츠 물고기(sport fish)들의 주요 먹이가 되므로, 가치 있는 물고기다.”라고 되어있다. 스포츠 물고기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낚시 대상 어종들이다.

 

필자가 "Fishing ABC’S"에 있는 블루길 그림을 보고 그린 것.

 

 

블루길은 성어가 되어도 30cm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담수어도 해수어만큼 크게 자라는 미국 하천에서 블루길은 한국과는 달리 다른 육식 어종들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한국에서는 대장 노릇을 하지만 자기 고향에서는 먹이 피라미드의 중간이나 그 이하가 되는 물고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한국에서처럼 과잉 번식하여 생태계에 해악을 끼칠 일을 없는 것이다. 오히려 다른 덩치 큰 물고기나 물새의 좋은 먹잇감이 될 뿐이다.

 

블루길, 배스 같은 육식성 외래어종이 한국의 하천 생태계에 주는 해악은 상당하다. 하지만 그 외래 어종들로 인한 생태계 파괴를 전적으로 그 물고기들에게 전가시킬 수는 없다.

 

별다른 고민 없이 국내에 그들을 도입하고, 방류한 사람들에게 이 문제에 대한 전적임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캉스독스(powerranger7@hanmail.net)

 
목록

회원 댓글 0건

  • 비글
  • 불테리어
  • 오렌지냥이
  • 프렌치불독
코멘트 작성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욕설 및 악플은 사전동의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스티커댓글

[0/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