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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의 묘생묘사] 400원짜리 일회용 톱으로 고양이 수술한다니

 

[노트펫] 우리 동네만 해도 동물병원이 정말 많다. 아파트 단지가 모여 있어서 그런지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병원이 바로 떠오르는 것만 세 군데다. 하지만 세 군데 모두 다니지 않는다.

 

그중 가장 큰 병원은 두 번이나 오진을 하는 바람에 (강아지는 몰라도) 고양이 진료를 신뢰할 수 없게 되었고, 나머지 두 군데는 작은 병원이라 24시간 진료를 하지 않아서다.

 

우리 고양이의 경우 워낙 입원을 자주 해야 하는 큰 병을 겪었던 탓에,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이왕이면 24시간 병원을 다니려고 한다.

 

물론 개인적인 상황에 따른 이유일 뿐, 병원을 선택하는 것은 각자의 상황과 여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아무튼 여러 가지 이유로 집 앞이라 가까운 병원인데도 가지 않게 되었다.

 

반려인으로서 동물병원을 선택하는 기준은 점점 더 까다로워진다. 옛날 같으면 그냥 기본 예방접종만 할 수 있으면 적당히 가까운 곳을 갔겠지만, 반려동물의 질병도 다양해지고 보호자들이 요구하는 진료나 서비스의 수준도 높아졌다.

 

반려동물 커뮤니티에 가보면 사람 병원 못지않게 디테일하게 병원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어느 병원에서 치과 치료를 잘하고, 어느 병원에 내과 전문의 선생님이 계신지, 또 진료를 잘 보는 선생님이 어느 병원으로 옮기셨는지 등, 반려동물의 질병이 심각할수록 사람 병원 못지않게 신중하게 병원을 선택한다.

 

그런데 얼마 전 모 종합편성채널에서 나온 한 동물병원에서 400원짜리 일회용 톱으로 강아지 다리를 수술했다는 소식은 많은 보호자들을 정말 소스라치게 놀라게 했다.

 

그 외에도 유통기한이 지난 약물이나 봉합사 재사용 등, 나뿐만 아니라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흠칫했을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사실 요즘도 어르신들 중에는 ‘그냥 수명대로 살다 가게 두라’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 굳이 비싼 돈 내고 동물까지 병원에 데려가느냐는 것이다.

 

동물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굳이 그 비싼 돈을 내고 내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병원에서 보호자만큼 아이를 챙겨주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동물권을 존중하는 공간이길 기대하는 것이 당연하다.

 

즉, 보호자로서는 수의사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바탕에 깔고 동물병원에 간다.

 

 

요즘에는 그런 곳이 별로 없다지만, 설사 과잉 진료를 하더라도 내 아이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엄마의 심정으로 부탁하게 되는 것이다. 내 몸이 아니라, 말 못하는 동물의 몸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그럴 수밖에 없는 간절한 마음을 이용하는 것만큼 나쁜 게 있을까?

 

나 역시 혹 병원에 다녀와서 스트레스성 반응이 있어도 낯선 장소와 치료에 대한 스트레스지, 혹 병원에서 누군가 학대했을까 하는 의심은 품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방송에 나온 동물병원의 모습 중, 마취 중이거나 회복 중인 강아지를 거칠게 다루는 모습 역시 충격적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처치실에서 주사를 맞거나 입원을 시켜둔 상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면 어떻게 병원에 데려갈 수 있겠는가.

 

방송 이후 몇몇 동물병원에서는 ‘모든 병원, 모든 수의사가 저런 것은 결코 아니다’라는 취지의 글을 SNS를 통해 게재하기도 했다.

 

나 역시 여러 동물병원의 취재 경험이 있는데, 진심으로 동물을 대하는 좋은 수의사 선생님을 많이 만났다. 다 그런 것은 아닐지라도, 아주 일부의 일이 바로 내 반려동물의 일이 될 수 있어 충격은 더 크다.

 

차라리 이번에 알려진 충격적인 사례를 통해 더욱 경각심이 심어졌으리라 생각해 본다. 일반적인 동물병원에서는 분명 상식적으로 청결하고 동물을 아끼는 환경일 것이리라 믿고 있고, 앞으로도 부디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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