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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그 친척들] 고양이의 운명이 바뀌는 3분

[노트펫] 고양이가 사람을 매료시키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일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간단한 전제조건이 있다.

 

고양이의 포섭 대상이 되는 사람이 반드시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전제조건만 충족된다면 개인적인 경험과 주변의 얘기를 종합하면 대략 3분 정도면 고양이는 사람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다.

 

고양이는 과도할 정도로 많은 사랑과 충심을 사람에게 퍼붓는 개와는 다른 동물이다. 고양이는 비록 자신의 주인이라고 해도 적당한 수준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배려를 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양이가 차갑고, 냉정한 동물이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규칙에는 예외가 있는 법이다. 모든 고양이가 그렇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소 차갑기만 한 성격의 고양이라도 자신의 필요에 따라 살갑게 굴기도 한다.

 

길고양이들은 선천적으로 사람을 상당히 경계한다. 이는 자신의 생존 본능과도 직결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길고양이들도 있다. 그런 길고양이들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집고양이가 되기도 한다. 필자의 주변에는 그렇게 인연이 닿아서 고양이를 키운 분들도 많다.

 

그 분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고양이가 자신을 키워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매우 강렬하게 말해서 도저히 거부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가능한 일인가?

 

몇 년 전 지방출장 당시 만났던 애교 많은 길고양이. 이 고양이도 자신을 선택해줄 운명의 그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2012년 촬영


그런데 그 분들의 말에는 모순이 있다. 고양이는 사람이 하는 말을 못하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사람과 발성구조가 다르다. 또한 사람의 언어에 대한 확실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러니 당연히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를 쓸 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는 사람에게 어떻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해야하는지 안다. 그것도 매우 잘 안다. 고양이는 이를 위해 한 가지 수단만 사용하지 않는다. 고양이는 간절한 음은 물론 호소력 짙은 몸짓으로 자신의 의지를 사람에게 전달한다.

 

비록 낯선 고양이라도 자기에게 살며시 다가와 몸을 부비고 다정하게 굴면 누구나 마음을 열기 마련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사람의 심장을 심쿵하게 하는 것이다. 만약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아무리 바빠도 고양이의 간택을 받은 사람은 잠시 걸음을 멈추게 된다. 그리고 잠시나마 그 고양이에게 시선을 준다.

 

모스크바의 한 광장에서 사람의 애를 타우고 있는 길고양이, 2013년 촬영


그러면서 혹시 이 고양이가 자신을 선택해주길 바라고 이러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사고가 그 정도 수준까지 확대되면 현실적인 고민에 빠진다. 고민의 깊이는 개인의 경제적 상황과 여러 현실적 여건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길에서 만난 어린 길고양이의 과감한 애정공세에 바쁜 걸음을 멈춘 필자의 지인이 있었다. 그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민의 시간은 3분이었다고 한다. 그 3분이라는 찰나의 순간에 지인은 많은 고민과 번뇌를 거듭했다.

 

그리고 한겨울 새끼 길고양이를 자신의 집에 데리고 온다. 그 길고양이는 이제 십년이나 그 집의 가족이 되어 잘 살고 있다. 3분의 고민이 가져온 십년의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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