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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그 친척들] 고양이가 매우 짧은 외출을 하는 이유

[노트펫] 야생의 고양잇과동물은 자신만의 고유한 영토(territory)를 가지고 있다. 그런 배타적인 영토를 기반으로 고양잇과동물들은 생존에 필수적인 먹이를 조달한다. 그리고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는 생명체의 의무를 다한다. 이는 모든 고양잇과동물들의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본능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람의 품 안에서 의식주를 포함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집고양이들에게도 여전히 그런 본능이 남아있다. 고양이는 야생에서 수백만 년 동안 작은 포식자로 살아왔다. 수백만 년 동안 내려온 고양이의 본능이 수천 년에 불과한 사람과의 짧은 동거 때문에 사라지지는 않는 법이다.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 살 때 고양이를 키운 적이 있었다. 그 고양이의 행동을 살펴보면 집고양이들의 영역 소유욕을 잘 알 수 있다. 고양이는 아침만 되면 창밖으로 나가고 싶어했다.

 

고양이는 주인이 마당으로 가는 문을 열어줄 때까지 울어댔다. 문을 열어주지 않고 버티기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고양이의 다음 행동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 길고양이는 필자가 사는 아파트를 자신의 활동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2019년 9월 촬영

 

사람을 귀찮게 해서 나가면 고양이는 5분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다시 실내로 들어오려고 했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마당에서 한 일이라고는 이곳저곳의 냄새를 맡다가 큰 나무에 가서 자신의 몸을 비비는 게 전부였다. 그리고 다시 집안으로 들어오겠다고 문밖에서 울어댔다.

 

사람의 입장에서 고양이의 이러한 짧은 외출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람이라면 밖에 나간 김에 커피도 한 잔 마시고, 동네 산책도 하는 게 정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양이의 입장에서 이러한 짧은 외출이 지극히 정상적이다. 고양이는 그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이 해야 하는 모든 일을 마친 것이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마당에서 한 일을 분석해본다. 먼저 고양이는 마당에서 이곳저곳의 냄새를 맡았다. 이는 밤새 다른 고양이의 침범 여부를 확인한 것이다.

 

그리고 나무에 몸을 부빈 것은 바람이 불어 희미해진 자신의 냄새를 묻힌 것이다. 마치 “이곳은 나의 영역이다”라는 것을 만천하에 널리 알린 영역 표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영역이 아닌 낯선 곳으로 진출하는 고양이는 이렇게 경계 태세를 취한다. 2018년 4월 촬영

 

고양이는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전용 사냥터 겸 놀이터의 평화를 확인한 것이다. 그러니 고양이 입장에서 마당에서 더 할 일이 없는 것이다. 볼일을 다 본 고양이의 다음 행선지는 따뜻하고 더 안락한 실내로 귀가하는 것이다.

 

이렇게 고양이의 짧은 외출은 나름 그 의미가 있는 것이다. 적지 않은 단독주택 집고양이 주인들의 오해에도 불구하고, 고양이의 초간단 외출은 주인을 귀찮게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는 것이다. 고양이가 그렇게 교양 없는 동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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