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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그 친척들] 고양이의 등장에 해고당한 족제비

족제비를 밀어내 버린 고양이의 매력

 

[노트펫] 고양이는 지난 수천 년 동안 사람들과 함께 살며 공공의 적인 쥐를 잡아왔다. 쥐 잡이의 중요성에 대해 경시하는 시각도 있지만, 이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쥐는 곡식을 훔치고, 집을 갉으며, 전염병까지 옮긴다. 하지만 사람들은 고양이라는 신이 준 선물을 보유하였으므로, 쥐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낼 수 있었다. 고양이가 사람들을 위해 한 일들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고양이에게 쥐 잡이는 사냥 본능과 부합하는 일이다. 이는 고양이의 일상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이렇게 고양이의 쥐 잡이는 사람들의 니즈(needs)와 고양이의 본능이 결합된 일이다.

 

고양이는 고대 이집트에서 해외 반출을 엄격히 통제했던 동물이다. 그래서 개에 비해 늦은 시기에 다른 지역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고양이가 이집트에서 창고지기 역할을 할 무렵, 고대 유럽에서는 이미 다른 동물이 그 역할을 하고 있었다.

 

가늘고 긴 몸집의 족제비(weasel)는 작은 동물들을 사냥하는 날랜 포식자다. 특히 쥐를 사냥하는 능력은 대단하다. 그래서 고양이가 부재(不在)하던 고대 유럽에서 많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족제비의 전성기는 고양이가 등장하며 막을 내린다. 자기보다 많은 장점을 가진 고양이에게 쥐 사냥꾼(ratter)이라는 자리를 물려주고 쓸쓸히 자연으로 사라진다.

 

미국의 한 사무실에 전시된 족제비 박제, 2018년 5월 와이오밍주에서 촬영

 

족제비가 고양이에게 밀린 큰 원인은 냄새 때문이다. 족제비는 천적을 만나면 항문선(anal gland)에서 강한 악취를 풍겨 위기를 벗어난다. 이 악취는 다른 동물들을 견디기 어렵게 만든다. 사람은 후각이 예민하지 않지만, 족제비의 냄새를 견디며 공생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반면 족제비를 밀어낸 후발주자 고양이는 거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고양이는 위생 관리에 철저하다. 현대인들은 고양이를 실내에서 키운다. 그러면서 고양이의 대소변 악취를 맡게 되었다. 아무리 맡아도 익숙해지지 않는 냄새다.

 

만약 현대인들이 마당에서 고양이를 키운다면 그런 악취의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도시에는 마당이 없는 공동주택이 대세가 되었다. 고양이가 족제비를 밀어낼 당시 사람들은 고양이를 실외에서 키웠을 것으로 보이므로, 고양이 대소변 악취는 당시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고양이는 모든 포식자 중에 가장 완벽한 킬러(killer)라는 고양잇과동물이다. 그러니 고양이의 사냥 실력은 의심할 이유가 없다. 족제비와 우열을 가릴 필요가 없다. 고대 유럽인들이 냄새가 심하게 나는 족제비 대신 냄새가 없는 고양이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아름다운 고양이는 사진처럼 예술의 소재로도 곧잘 활용된다. 2019년 4월 촬영


우수한 사냥 실력과 악취가 없다는 장점 외에도 고양이가 사람들에게 선택받은 이유가 있다. 이는 사람들이 가진 독특한 본능 때문이다. 사람은 생존과는 관계없는 것을 의외로 중시한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 중에서 그런 습성을 가진 것은 사람 밖에 없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아름다움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이를 살펴보고 관찰하는 눈인 심미안(審美眼)을 가지고 있다. 고양이가 사람들의 심미안에 걸려든 것이다.

 

고양이는 사람들에게 쥐를 잡는 실용적 목적으로 선택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심미안에 걸려든 이후부터 더 이상 실용적 역할에 강요받지 않고 있다. 사람이 보기에 고양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물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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