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컨텐츠 바로가기
뉴스 > 칼럼 > 칼럼

[고양이와 그 친척들] 배고픈 집고양이와 엄마 같은 주인

[노트펫] 길고양이는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된 도시에서 자신의 힘으로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조달해야 한다. 그래서 생존을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고, 포식동물의 본능을 발휘해 사냥을 한다.

 

길고양이의 주된 사냥감은 도시에서 사는 야생동물들이다. 먹잇감으로는 개체수가 많고 민첩하지 못한 비둘기도 있고, 날래기로 소문난 쥐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길고양이는 무엇이라도 먹어야 오늘 저녁의 달과 내일 아침의 태양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집고양이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사냥을 하거나 비위생적인 쓰레기통을 뒤질 필요가 없다. 집고양이에게는 주인(主人)이 있는데, 그는 아무 대가 없이 무상급식을 제공한다.

 

그런데 사람은 결코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간혹 집고양이 식사 제공이라는 고양이에게는 매우 중요한 업무를 깜빡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고양이는 반드시 그 문제를 짚고 넘어간다.

 

사서삼경 중 하나인 주역(周易)에는 “궁하면 통한다.”(窮則通, 궁즉통)는 말이 있다. 일이 극단적으로 치달으면 해결책이 나오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러한 진리는 비단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고양이의 세계에도 ‘궁즉통’의 원리는 적용되기 때문이다.

 

한 끼 식사를 건너뛰는 것은 사람에게는 별 일이 아니다. 그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하다가 바쁘면 식사를 챙기지 못할 수도 있다. 더구나 현대인들은 건강과 미용을 위해 일부러 다이어트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말을 못하는 동물인 집고양이에게 제 시간에 밥을 제공되지 않는 것은 큰 문제다. 이는 생존에 걸린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궁즉통, 집고양이의 입장에서 이 경우 해결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일단 주인이 있는 곳으로 가서, 주인이 밥을 줄 때까지 계속 울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고양이의 배고픔은 사라지게 된다.

 

배고픈 고양이가 주인을 향해 내는 울음소리는 평상시의 울음소리와 다르다. 그 울음소리는 고양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울음소리다. 새끼 고양이가 어미에게 젖을 달라고 할 때 내는 울음소리와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어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는 것은 의도되고, 계산된 행동이다.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가 배가 고프다고 울고 있으면 주인이라는 사람은 남녀불문하고 잠재되어 있던 모성(母性) 본능이 살아난다. 그리고 자신이 하던 일을 멈추고 우선 고양이 먹이부터 찾게 된다.

주인의 이런 행동은 배고픈 새끼가 내는 울음소리를 듣고 움직이는 어미 고양이의 행동과 같다. 새끼가 내는 울음소리에는 어미에게 행동을 하라고 촉구하는 마법과 같은 강력한 힘이 있다. 어미는 그 소리를 들으면 새끼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겨서 뭐라도 먹이기 위해 움직인다.

 

배고픈 집고양이 신세가 되면 주인을 결코 집사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 당시는 주인은 자신의 어미와도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집고양이는 사람의 보살핌 속에 산다.

 

이런 동물은 육체적으로 성숙해도 새끼와 같은 행동을 자주 한다. 이는 그 동물이 생물학적으로는 성체가 되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어미 같은 존재인 주인에게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과 태도가 집고양이의 생존에 불리한 점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집고양이는 급하면 자신의 어미와 본질적으로 같은 존재인 주인을 찾아 도움을 청한다. 그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게 된다. 이는 일만 터지면 엄마를 찾는 아이들의 행동과도 본질적으로 같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목록

회원 댓글 0건

  • 비글
  • 불테리어
  • 오렌지냥이
  • 프렌치불독
코멘트 작성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욕설 및 악플은 사전동의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스티커댓글

[0/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