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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그 친척들] 한국, 영국 그리고 북미의 트릭스터들

[노트펫] 우리 속담에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생선을 좋아하는 영리한 고양이에게 생선을 먹지 말고 오히려 남이 뺏어가지 못하도록 잘 지키라는 것은 사실상 고문(拷問)에 가까운 고역(苦役)일 것이다.

 

나의 고향인 부산에서는 과거 생선값이 쌀 때 생선을 많이 사서 빨랫줄이나 그물망 같은데 말려 먹는 경우가 있었다. 말리기 위해 생선들이 바깥바람을 쐬는 날이면 그집 마당에는 온 동네 고양이들이 총출동을 하여 한 마리라도 빼먹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만약 그 속담에 등장하는 역할을 해야만 하는 고양이가 있다면, 정말 난처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충분히 든다. 고양이들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생선을 좋아한다. 특히 배고픈 길고양이들은 더 그렇다.

 

말리기 위해 널어둔 생선(조기). 2011년 인천의 한 전통시장에서 촬영


그런데 그 속담과 비슷한 속담이 영국에도 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동물들이 등장하는 영국 속담을 보면 고양이가 아닌 여우가 그 곤란한 지위를 물려받아서 하고 있다. “여우를 닭장 속에 가두다.”라는 뜻의 간단한 명령문 형식의 이 속담은 “Keep a fox in the chicken coop.”다. 뜻은 우리 속담과 같다고 보면 된다.

 

여우는 포식자지만 포식자 대접을 받지 못하는 동물이다. 포식자 치고는 체구가 작기 때문이다. 여우는 그래서 신체적인 한계 때문에 큰 먹이를 사냥하지 않는다. 여우가 야생에서 선호하는 먹이는 토끼나 쥐 같은 작은 먹잇감들이다. 그래서 여우는 가축 중에서는 만만한 체구의 닭을 가장 좋아한다.

 

뒷발로 서있는 여우(박제). 2018년 7월 미국 텍사스 페로박물관에서 촬영

 

소나 돼지는 능력 밖의 사냥감으로 잘못하면 여우가 크게 다칠 수도 있다. 하지만 닭은 다르다. 닭 한 마리 주둥이에 물고 달아나기만 하면, 한 끼 식사로 흠잡을 것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고양이가 생선을 좋아하듯이 여우는 닭을 무척 좋아한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에서 여우는 닭장을 노리는 문제아였다. 그래서 자주 여우를 사냥했다. 급하면 땅 속의 굴로 숨어버리는 여우를 잡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여우 사냥개가 필요했다. 후각이 예민하고 빠른 폭스 하운드(Fox hound)는 여우에게는 저승사자나 마찬가지였다.

 

유럽문명에서 여우는 말썽꾸러기인 트릭스터(trickster)로 자주 등장한다. 트릭스터는 장난과 변덕이 심해 상대를 곤경에 빠트리고 힘들게 하는 성향이 있다.

 

하지만 자기 자신도 그 속임수에 잘 속거나 당해서 오히려 황당한 경우를 연출하기도 한다. 그래서 약간 ‘허당’의 기질을 보이기도 한다. 하는 행동을 보면 미운 존재가 분명하지만 결코 밉지 만은 않은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새를 사냥하는 코요테(박제). 2018년 5월 미국 텍사스 XIT박물관에서 촬영

 

그런데 신대륙인 북미권에서는 트릭스터의 역할을 한국에서의 고양이나 영국에서의 여우가 아닌 다른 동물이 맡았다. 북미에서만 사는 개과동물인 코요테였다. 코요테도 여우와 같이 작은 체구의 포식자로 포시가 대접을 잘 받지 못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코요테는 귀엽고 날래다. 그리고 영리한 외모까지 가지고 있으니 트릭스터가 가져야할 외양적인 모습은 다 갖추고 있는 셈이다.

 

밤에 북미의 야생에서 캠핑을 해보면 멀리서 들려오는 매우 기분 나쁜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는 코요테의 독특하면서도 기분 나쁜 울음소리인데, 그런 기괴한 소리도 코요테가 트릭스터가 되는 데 기여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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