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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원의 미국 야생동물] 공해 없는 자원재활용업자 '독수리'

[노트펫] 인류가 지금처럼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가 된 것은 인류 자체가 보유한 탁월함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인류가 먹이 피라미드 맨 위로 오르는 과정에는 감각능력이나 운동신경이 탁월한 개라는 동물과 한 팀을 이뤄 거친 환경을 극복하고, 강력한 포식자들을 견제한 것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인류와 함께 사냥을 하면서 인류의 생존을 도왔던 개는 그 용도에 따라서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그레이 하운드, 살루키 같이 뛰어난 시각을 보유하면서 빠른 발도 가진 시각형 하운드(sight hound)와 탁월한 후각과 인내심으로 사냥감의 흔적을 추격하는 닥스훈트, 블러드 하운드 같은 후각형 하운드(scent hound)들이다.

 

시각형 하운드들은 몽골 초원 같은 건조 지역의 탁 트인 개활지에서 특히 적합한 개들이다. 이들은 초원에서 사는 빠른 발굽동물들인 영양, 사슴 등을 사냥할 때 사용된다. 이들의 사냥 모습은 아프리카의 초원에서 빠른 속도로 먹잇감을 낚아채는 치타와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후각형 하운드들은 시각형 하운드들과는 다르다. 그들은 시각형 하운드만큼 빠르지 않아 치타처럼 날렵하게 뛸 수 없다. 대신 은근과 끈기는 이들을 당해낼 자가 없다. 후각형 하운들은 예민한 코로 오랫동안 킁킁거리면서 사냥감을 찾아낸다. 이들의 주요 목표는 여우, 오소리, 토끼 같은 굴을 파고 사는 동물들이다.

 

오소리 사냥개로 특화된 닥스훈트는 대표적인 후각형 사냥개다. 2011년 촬영

 

그런데 사냥개를 양분하는 이러한 구분 방법은 동물의 사체(carcass)를 분해하여 이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하는 청소동물(scavenger)인 독수리(vulture)를 분류하는 데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독수리들이 먹잇감을 찾는 방법이 놀라울 정도로 사냥개들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사람이 살았던 구대륙인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에는 구세계 독수리(Old World Vulture)들이 서식한다. 이들은 높은 하늘에서 뛰어난 시각을 활용하여 죽은 사체를 찾아서 배를 채운다.

 

하지만 아메리카대륙에서 사는 신세계 독수리(New World Vulture)들은 구세계 독수리와는 달리 시각으로 사체를 찾지 않는다. 그들은 사체에서 풍기는 냄새를 추적하여 먹잇감을 찾는다.


사체를 찾을 때 독수리들이 사용하는 감각기관(sensory system)을 비교하면, 구세계독수리들은 시각에 의존하는 시각형 하운드와 비슷하고, 주로 후각을 이용하는 신세계독수리들은 후각형 하운드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쥐의 사체를 처리하고 있는 터키 벌처(Turkey Vulture). 터키 벌처는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독수리다. 2018년 3월 네브라스카 오마하에서 촬영

 

신세계 독수리와 구세계 독수리들의 혈연관계는 가깝지 않다. 하지만 그들이 자연에서 하는 일은 차이가 없다. 시각을 이용하던, 후각을 이용하던 독수리들은 사체를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독수리는 자연이 임명한 날아다는 무공해 자원재활용업자다. 사람들은 쓰레기를 매립하거나, 태워서 없애는 과정에서 공해를 일으킨다. 하지만 독수리는 사람과 달리 아무런 공해도 발생하지 않고 사체를 깔끔하게 처리한다. 사체도 이들에게는 소중한 자원일 뿐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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