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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원의 미국 야생동물] 사향을 짝짓기에 사용하는 동물들

[노트펫] 사람들은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는 말을 통해, 멀리 있는 사람들과는 글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전하고 상대의 의견을 듣는 의사소통을 한다.

 

하지만 그런 원칙은 급속한 통신기기의 발전으로 깨어지고 말았다. 수백 혹은 수천 킬로미터 밖에 있는 사람들과도 글이 아닌 말을 통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말이나 글을 사용할 줄 모르는 동물들은 발달된 기기의 힘을 빌려도 의사소통을 할 수는 없다. 그들에게는 복잡한 기계들은 필요 없는 존재일 뿐이다.

 

자연이 준 위대한 감각능력만 제대로 사용해도 충분히 의사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다른 동물에 비해 후각 기능이 뒤처지는 편이다. 사람의 주간(晝間) 시력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나쁜 편은 아니지만, 후각은 둔하기로 소문났다.

 

사람들이 아는 대표적인 후각동물은 개다. 개의 후각 능력은 사람보다 최소한 수십 배에 달한다고 익히 알려져 있다. 그래서 개들은 후각이 둔한 사람들을 위해 예민한 코로 공항, 항만의 검색대에서 폭발물, 마약 같은 위험한 물질들을 검사하면서 세상의 안전을 위해 일하고 있다.

 

그런 개의 후각능력도 그리즐리, 흑곰 같은 곰들의 능력에 비교해서 유치원생 수준에 불가하다. 심지어 일부 동물학자들은 개의 후각은 곰에 비해 7분의 1 수준이라고 혹평한다.

 

사진 속의 캄차카불곰 같은 곰의 후각은 최고의 후각형 사냥개로 평가받는 블러드 하운드(Blood Hound)를 압도한다. 2018년 7월 미네소타동물원에서 촬영

  

번식철이 다가오면 몇몇 동물들은 소통수단으로 후각을 이용한다. 수컷들은 저 멀리서도 이성이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강력한 체취를 사방에 풍긴다.

그런 동물 중에 대표적인 동물은 사향노루(Musk Deer)다.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에서 서식하는 사향노루는 수컷이 냄새를 풍겨 암컷을 유혹하는 동물이다.

 

사향노루.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냄새의 근원은 수컷의 배 밑에 있는 향낭(香囊)이라고 불리는 사향 주머니다. 향낭에서는 이성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독특한 물질인 사향(麝香, musk)이 분비된다.

 

하지만 문제는 수컷이 풍기는 냄새가 암컷은 물론 사람들의 마음까지 유혹했다는 것이다. 이는 사향노루의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사향은 동양에서 과거부터 고급 향료와 약재로 사용되었다. 특히 심혈관계 질환, 원기 회복 등의 용도로 고가에 거래되었다.

 

그 결과 야생의 사향노루는 닥치는 대로 사냥되었다. 이러한 남획으로 오래 전부터 사향노루는 멸종위기에 시달려야만 하였다. 한국을 포함한 몇 개 국가에서는 사향노루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수렵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북극권에 사는 사향소의 강력한 천적은 북극늑대다. 사향소 죽음의 절반 정도가 늑대와 관련되어 있다는 주장도 있다. 2018년 6월 빈 라이프 뮤지엄에서 촬영

  

그린랜드, 캐나다 북부, 알래스카 등 북미 대륙의 북극권에서 사는 사향소(Musk Ox)도 사향노루처럼 번식철이 되면 수컷들이 야릇한 냄새를 사방에 풍긴다. 사향소 수컷들은 사향노루와는 달리 안하선(眼下線)을 통해 이성을 유혹하는 사향 향기를 멀리 퍼트린다.


그런데 사향소 수컷들이 냄새만 강하게 풍긴다고 다음 세대의 아빠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전쟁과도 같은 짝짓기 경쟁에서의 승자는 냄새의 강함이 아닌 목숨을 건 싸움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아빠가 되는 길은 이렇게 멀고도 험하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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