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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의 묘생묘사] 동물과 살아가길 선택한 사람들의 책임

 

[노트펫] 연휴 때면 어김없이 유기동물들 소식이 올라온다. 얼마 전에는 주변 지인이 고속도로 IC에서 이동장에 든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고 했다.

 

1년이 채 되지 않은 스코티시폴드 종의 고양이였다. 이동장에 넣고 가던 고양이를 차를 잠깐 세운 사이에 바닥에 내려놓았다가 깜빡 잊고 가버리는 것이 가능할까.

 

아마 처음부터 버릴 생각으로 집에서 데리고 나왔을 것이다. 그 사람은 어딘가 가는 김에 고양이도 버리고 홀가분하게 가던 길을 갔을까? 좀처럼 상상할 수가 없다.

 

최근에는 또 고속도로 휴게소에 버리고 간 고양이 소식을 봤다. 이번에도 품종묘였다. 집 근처가 아니라 일부러 고속도로를 타고 이동하는 길에 동물을 버리는 이유는 뭘까.

 

자신의 고양이라는 걸 알아볼 사람이 없어서일까, 고양이가 혹시나 집으로 돌아올까 걱정되어서일까.

 

길에서 우연히 캣맘을 만날 행운도 기대할 수 없는 고속도로 중간에서 고양이에게 생길 수 있는 몇 가지 일의 가능성은 뻔하다. 그저 내 눈앞에서 죽지만 않으면 그 가벼운 죄책감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 걸까?

 

설날, 추석 등의 민족 명절과 함께 들려오는 유기동물의 소식들에는 늘 마음이 무거워진다. 사람은 몰라도 동물 입장에서는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일 테니까.

 

개중에는 가족들이 나를 깜박 잊고 떠났다고, 아마 곧 돌아올 거라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차를 쫒아 다니는 강아지들도 있다.

 

그들은 누군가의 신고로 보호소에 들어가 가족을 기다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안락사 당하는 운명을 맞이한다.

 

얼마 전, 퓨마가 동물원 우리를 탈출해, 포획을 시도하다가 결국 사살했던 사건이 있었다.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라지만 풀린 마취를 다시 시도하지 않고 단번에 사살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의문과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퓨마 호롱이의 생전 모습

 

열려 있는 우리 밖으로 나갔다가, 제 나름대로도 두려워서 웅크리고 있던 퓨마. 사람들이 몰려들어 더욱 공포에 질렸을 퓨마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맹수가 위험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 맹수를 일부러 동물원 우리까지 데려와 사람들을 위해서 전시했다면, 동물원은 물론 그 동물을 보며 즐거워하는 관객들에게도 어느 정도 그에 대한 책임이 있는 셈이다.

 

실수로 동물이 우리 밖으로 나올 때마다 죽이는 선택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단순히 밥을 주고 배변을 치워주는 것뿐 아니라, 실수로 우리를 벗어난 동물을 포획하는 방법을 숙지하고 있는 것까지가 동물원이 갖춰야 할 책임일 것이다.

 

키우겠다고 데려온 반려동물을 길가에 버려 안락사 당하게 만들고, 내버려두면 자연 속에서 잘 살아갈 야생동물을 일부러 우리 안에 가둬놓고는 사람의 실수로 사살하는 것, 어찌 보면 비슷한 악순환인 것도 같다.

 

사람들은 언제까지 먼저 선택해 놓고 책임지지 않겠다며 손을 거두는 행동을 반복할 것인가. 생명을 선택할 때는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그 가능성 중 하나와 마주쳤을 때 모르는 척하고 고개를 돌릴 거라면, 우리는 동물을 키우지 않는 것이 좋겠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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