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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 죽일 땐 언제고..' 비버에 손내미는 인간

 

[양병찬 과학번역가] 미국은 한때 비버로 가득 찬 나라였다. 무려 2억5000만 개의 비버연못이 북미대륙을 가득 메웠었다. 그 속에 든 물들을 모두 퍼내면 워싱턴, 오리건, 캘리포니아가 침수될 정도였다. 그러나 20세기 초가 되자, 모피상들이 수십 년간 비버를 남획한 바람에 겨우 10만 마리의 비버만이 살아남았다.

 

비버 대량학살은 북미의 수로(水路)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비버의 활동(댐 건설, 연못과 습지 형성)은 물의 흐름을 늦추고, 퇴적물을 포획하며, 침식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했었다. 한마디로 하천의 과속방지턱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비버가 사라지고 나자, 비버가 만든 과속방지턱이 사라지며 수천 개의 하천들이 직강화(直江化)되고 도랑이 깊어져 수면이 하강했다. 많은 하천들이 범람원(floodplain)으로 흘러 넘어가기를 멈추는 바람에, 지하수면(water table)에 물을 공급하지 못하게 되었다. 어떤 하천들은 아예 말라버렸다.

 

이제 연구자들은 황폐한 계곡에 비버댐 유사체(BDA: Beaver Dam Analog)를 건설해 놓고, 비버를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BDA의 뼈대는 껍질 벗긴 통나무이며, 몸체는 얼기설기 엮인 버드나무 가지 격자로 구성되어 있다. BDA는 비버를 동원하는 강력한 도구로서, 천연 비버댐과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터 키트(starter kit)라고 보면 된다.

 

BDA는 '꼬리를 노처럼 젓는 엔니지어'를 도와, 그들의 역할을 가장 필요로 하는 장소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해준다. 2009년부터 2012년 사이에, 연구자들은 브리지 크릭(Bridge Creek)을 따라 121개의 BDA를 건설했다. 이곳은 오리건 주의 컬럼비아강 유역에 있는 45킬로미터 짜리 하천이다.

 

 

그들의 목표는 '극적으로 단순화된 수로'를 '복잡한 수로'로 전환시키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이 구조물을 설치한 곳마다 비버들이 찾아와 작업장을 열었고, 2013년이 되자 비버들은 115개의 새로운 댐을 건설하여 약 60개의 BDA를 강화했다.

 

그리하여 연구자들이 예상했던 대로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수면이 상승하여 물이 범람원으로 들어감에 따라, 습지의 면적이 세 배로 늘어나고 옆도랑(side channel)도 1200퍼센트 증가했다.

 

와이오밍 주에서는 BDA가 산쑥들꿩(greater sage grouse)을 위한 습지를 만들고 있으며, 유타 주에서는 소떼가 풀을 뜯는 목장에 지하수를 공급하고 있다. 오리건 주에서는 연어가 사라진 침식된 하천을 복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성과에도 불구하고, BDA는 예상 밖의 난항을 겪고 있다. 많은 지주(地主)와 일부 단체들이 비버를 "나무를 베고 홍수를 일으키며 배수로를 막는 말썽꾼"으로 간주하고, 비버의 정착을 유도하는 모든 노력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한 해에만, 미 농무부에서는 2만3000마리 이상의 비버를 잡아들였다.

 

그러나 '비버를 다시 부르자'는 아이디어는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 스콧밸리 분수령의 목장주들은 지하수면이 1미터나 상승하여 관개비용이 감소한 데 자극 받아 비버와 BDA를 환영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비버들은 북미의 수많은 수로에 기꺼이 돌아와 인간에게 도움의 손길(아니, 발톱 달린 앞발)을 내밀고 있다.

 

양병찬 과학번역가(https://www.facebook.com/OccucySesamelStreet)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8/06/beaver-dams-without-beavers-artificial-logjams-are-popular-controversial-rest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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