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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강아지가 오늘 헌혈했어요"

27개월 리트리버 완득이 헌혈하다

"다른 개들이 너 덕분에 치유됐다는 걸 알아줬으면.."

 

[노트펫] "우리 완득이가 다른 개들을 위해 헌혈을 한다니 미안하기도 하고, 가슴이 뭉클하네요."

 

"오늘 헌혈하러 왔어요"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로얄동물메디컬센터 안 애견카페. 리트리버 완득이와 로빈이, 믹스견 찰스가 보호자들과 함께 있었다.

 

완득이는 헌혈을 위해 이곳을 찾았고, 로빈이와 찰스는 완득이 응원차 자리를 함께 했다.

 

로빈이, 찰스와 함께 신이난 완득이 

 

로빈이와 찰스를 보고 신이 난 완득이. 평소에도 활력 넘치는 완득이지만 친구들과 함께 하니 더욱 신이 난 모습이었다.

 

"작년에 대형견이 헌혈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뭔가 나눌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남편과 함께 헌혈을 결정했어요."

 

"조금 있다 헌혈하러 가자" 

 

이렇게 말하는 완득이 보호자의 얼굴은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헌혈 자체도 그랬지만 헌혈과 함께 진행되는 각종 검사에서 뭔가 나쁜 것이 발견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2살 3개월 완득이는 헌혈을 위해 며칠 전부터 컨디션을 조절하고 아침부터 금식에 들어갔다. 오후 1시 집에서 출발, 이곳까지 1시간 가까이를 달려 도착했다.

 

헌혈 시작은 오후 3시. 그때까지는 난생 처음 찾은 이곳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다. 출장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는 남편은 휴대폰으로 응원을 보내 왔다. 

 

적응하는 동안 수의사가 들어와 헌혈에 대해 설명하고, 오후 3시가 좀 넘어 헌혈실로 이동했다. 진료대에 내장돼 있는 저울에는 34.75킬로그램이라는 몸무게가 표시됐다. 2살 이상 8살 이하 25킬로그램 이상 대형견만 진행하는 헌혈에서 완득이 몸무게는 적정했다.

 

 

 

 

각종 검사를 위한 채혈이 먼저 진행됐다. 그리곤 시작된 헌혈. 헌혈에는 채혈을 하는 수의사와 완득이가 움직이지 않도록 도움을 줄 수의테크니션과 전문 핸들러 출신의 반려견 관리사, 그리고 보호자 이렇게 넷이 참여했다.

 

긴장 속에 진행된 헌혈. 1차 시도는 실패했다. 채혈 부위를 밀고 주사기를 꼽는 동안 완득이가 긴장했던 탓인지 다리를 움직이면서 혈관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완득이의 안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수의사의 제안으로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하기로 했다. 활력은 떨어지지 않았고, 보호자들도 이에 동의했다.

 

1시간 가까이 휴식기를 갖고 다시 진행된 2차 시도. 완득이는 30여 분간 이어진 채혈을 잘 참아주었고, 수혈팩에는 320밀리그램의 혈액이 찼다.

 

소형견 4마리가 한 차례 씩 수혈을 받을 수 있는 양이었다. 이 병원에서는 이렇게 확보한 혈액을 자체 사용하거나 혈액이 필요한 연계 동물병원에 보내줄 것이라고 했다.

 

 

 

헌혈을 마치고, 다시 카페 공간으로 돌아온 완득이. 병원에서 미리 준비해둔 식사를 먼저 하고 어느새 원래의 장난끼 가득한 리트리버가 돼 있었다.

 

로빈이와 찰스도 반가워하긴 마찬가지.

 

완득이를 붙들고 있느라 티셔츠에 잔뜩 털이 붙은 보호자의 눈에는 얼핏 눈물이 맺혀 있었다.

 

 

 

 

헌혈 전에도 뭉클했지만 막상 헌혈을 마치고 나니 가슴에서 뭔가 벅차 올랐다.

 

"정말 우리 완득이가 헌혈을 했다니 자랑스러워요. 아빠와 엄마가 결정했지만 완득이도 헌혈이 다른 아픈 강아지들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많이 알아줬으면 해요." 

 

 

몇년 전 평생 피를 뽑히는 공혈견이 논란이 된 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자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펫택시 사장님과 함께

 

대형견 보호자들 사이에서 자신의 개를 헌혈에 나서게 하는 이들이 생겼다. 완득이 응원차 온 로빈이는 이미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서정동물메디컬센터에서 헌혈에 나섰다.

 

"휴 좀 피곤하긴 하네.."

 

로빈이 보호자 로빈맘은 "헌혈 캠페인이 좀 더 확산되려면 민간 동물병원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서정동물메디컬센터와 로얄동물메디컬센터를 필두로 헌혈을 할 수 있는 곳들이 더 많이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완득이 보호자는 "여전히 대형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다"며 "대형견들이 헌혈처럼 좋은 일도 많이 한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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