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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섬 아오시마는 선착순 입장입니다

 

[노트펫] 지난해 국내의 한 저가항공에서 인천-마쓰야마 노선에 취항했다. 

 

마쓰야마는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이라는 소설 배경으로 알려져 있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거대한 온천의 모티프가 되었다는 '도고 온천'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마쓰야마는 고양이 섬으로 유명한 '아오시마'에 갈 수 있는 가장 짧은 노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아오시마는 에히메현에 위치한 작은 섬인데 사람보다 고양이가 훨씬 많이 살고 있어 '고양이 섬'이라고 부른다.

 

주민은 스무 명가량인 데 반해 고양이는 수백 마리가 살고 있다고 한다.

 

고양이의 천국이라고 하니 애묘인이라면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지만 교통편의 시간이 띄엄띄엄 있기 때문에 가는 방법을 충분히 숙지하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마쓰야마시역에서 기차로 1시간 정도 이동하면 이요나가하마역에 도착한다(편도 760엔).

 

이요나가하마역에 내리면 도보 2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아오시마에 갈 수 있는 선착장이 있다.

 

그곳에서 아오시마로 들어가는 배는 하루에 딱 두 차례 있다. 오전 8시 정각과 오후 2시 30분.

 

그리고 아오시마에서 다시 나오는 배는 오전 8시 45분과 오후 4시 15분에 있다(편도 680엔).

 

 

 

배를 타고 편도 30여 분이 소요되므로 오전 8시에 들어간다고 가정하면 15분만 구경하고 45분 배를 타고 나오거나, 아니면 오후 4시 15분까지 머물러야 하는 셈이다.

 

배 시간대가 애매할 뿐 아니라, 마쓰야마시역에서 이요나가하마역으로 가는 기차도 자주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아오시마는 짧게 가더라도 거의 하루를 소요한다고 봐야 할 듯하다.

 

나는 3박 4일의 짧은 마쓰야마 여행 중 이튿날인 금요일, 아오시마로 향했다.

 

고양이는 많지만 편의점도, 식당도, 카페도 아무것도 없는 섬이라 2시 30분 배를 타고 들어가 4시 15분에 나오기로 했다.

 

왕복 오가는 시간에 비해 머무는 시간이 한 시간 남짓이라니 아쉽긴 하지만 선택지가 많지 않으니까.

 

마쓰야마시에서 1시 2분 기차를 타고 출발하니 2시에 이요나가하마 선착장에 도착했다.

 

배 시간까지 30여 분이 남아 있는데 선착장 앞에 서너 명의 사람들이 어수선하게 서성이고 있었다.

 

내가 어리둥절하게 두리번거리고 있자 방금 담당자와 통화를 끝낸 듯한 사람이 나를 향해 친절히 설명해줬다.

 

"오늘은 배가 안 뜬대요."

 

"네? 왜, 왜요?"

 

"바람이 너무 세서요."

 

날씨가 좋지 않으면 배가 뜨지 않는 일이 잦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날은 그저 평범하고도 화창한 봄날.

 

태풍이 부는 것도 아닌데 설마 배가 안 뜰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미리 전화를 해보고 왔어야 했는데. 현재 시간 2시, 멍하니 50분 정도 기다린 끝에 다시 기차를 타고 마쓰야마시로 돌아왔다.

 

주말인 다음 날, 이번에는 안전하게 전화를 걸어 보고 출발하기로 했다.

 

날씨를 검색해보니 전날과 달리 풍량이 안정적이고, 다행히 배도 뜬다고 한다!

 

그런데 2시 30분 배를 타려면 12시 30분에서 1시 30분 사이에는 도착해야 한다고, 안내해주시는 분이 강조 또 강조를 했다.

 

선착순으로 22명밖에 탈 수 없으니 빨리 와야 한다는 것이다.

 

한두 시간이나 미리 가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여기가 '핫'한 곳이었나……?

 

전날과 같이 2시에 도착하는 기차를 타면 시간은 대충 들어맞게 되지만, 불안한 마음에 한 타임 빠른 기차를 타기로 결정했다. 즉,

 

11:42 마쓰야마역 출발 – 12:44 이요나가하마 도착

 

12:46 아오시마로 가는 선착장 도착

 

12:46-14:30 약 2시간 동안 줄 서서 기다리기…… 의 스케줄이 되었다.

 

아깝게 흘려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은 게 아닌가 싶었지만 그건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되었다.

 

1시쯤 되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10명이 넘어갔다.

 

기다리는 사람들은 반쯤은 일본인, 반쯤은 외국인이었는데 다들 줄을 선 채로 편의점에서 사온 도시락을 먹었다.

 

그리고 2시가 넘어 도착한 사람들은 결국 줄이 길어서 배를 타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

 

배가 태울 수 있는 정원에 비해 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 더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관계자 분이 강조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주말에는 사람이 더 많은 편인 것 같다.

 

표를 살 때까지 이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이틀간의 우여곡절 끝에 들어간 아오시마는 정말 작은 마을이었지만 듣던 대로 고개를 돌리면 어디에나 고양이들이 있었다.

 

관광객들이 간식을 주기도 하기 때문인지 배가 들어오자 고양이들이 모여들었다.

 

 

마을에 고양이들이 많이 살고 있는 게 아니라 고양이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는 느낌이랄까.

 

시간을 많이 들여 다녀온 아오시마였지만, 한 시간여의 짧은 힐링을 마치고 또 기차 시간을 기다려 마쓰야마시로 돌아오는 길이 그리 지치지 않았다.

 

 

숨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보는 건 그것만으로도 즐거웠다.

 

하지만 아오시마에 가는 기차 간격은 길고, 배는 선착순이다.

 

자칫 헛걸음할 위험이 있으니 짧은 일정 내 아오시마에 갈 계획이 있는 분이라면 미리 시간표를 살피고 안전에 안전을 기하시기를 권하고 싶다.

 

 

박은지 객원기자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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