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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전문점 영업담당 상무가 된 봄이

"매출 보고받고 계신 조이전무, 봄상무님"

 

[노트펫] 털이 덥수룩한 채 거리에서 발견됐던 개가 수제간식전문점의 영업담당 상무로 채용됐다.

 

작년말 인천 구월동에 문을 연 반려동물수제간식전문점 냠냠. 이곳에는 조이 전무님과 봄 상무님 임원 두 분(?)이 계신다.

 

태국에서 수년간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는 포메라니안 조이 전무님은 대외협력을, 시츄 봄 상무님은 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이제 시작 단계인 간식전문점에 거창하게 임원(?)을 둘씩이나 둔 것은 봄 상무님이 난데없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서다.

 

발렌타인데이였던 지난 2월14일이었다.

 

봄상무가 처음 가게에 온 날. 털은 정리가 안 돼 있었고 엉켜 있었다. 

 

가게를 종종 들르던 손님이 인근 구월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봄이를 데려와 주인을 찾아달라고 했다.

 

봄이는 산에서 꽤 지냈는지 아니면 집을 나올 때부터 그랬는지 길게 자란 털이 지저분하게 엉켜 있던 상태였다.

 

행동거지는 아주 예의가 발라 갑작스레 신상에 변동이 생긴 듯했다.

 

급한 대로 미용을 시키고 주인찾기에도 나섰다. 다행히 칩이 있었는데 2015년 4월생이고 이름은 토니였다. 원등록지는 대전이었고 인천으로 주인이 이사를 온 듯했다.

 

어찌어찌해서 수소문해서 찾은 주인은 연락처가 바뀌고 행방이 묘연해서 주인찾기는 더는 진행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다른 이에게 입양을 보내려 했지만 한 번 아픈 경험을 했고, 가게 안에서도 축처져 있는 모습을 보고 그냥 키우기로 했다.

 

처음 모습과 한 달 여 뒤의 봄이. 인상이 많이 밝아졌다. 

 

지나고 보니 봄이가 온 날도 특별했고, 가게를 준비하면서 만든 홍보 그림에는 봄이가 올 것을 예견했는지 우연하게도 시츄 캐릭터가 들어가 있기도 했다.

 

이달 초 동물등록을 다시 하고 이름도 토니에서 봄이로 바꿨다.

 

봄이는 짧은 시간이지만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했다.

 

처음에는 사원(?) 직급을 줘서 그런지 삐져서 잘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러다 상무로 승진을 시켜줬더니 책임감을 갖고 찾아온 손님들을 반갑게 접대한다.

 

"불독 손님, 뭘 찾으세요?"

 

어떤 성격이나 덩치의 강아지 손님이 와도 머뭇하는 기색이 없다.

 

얼굴도 무척이나 밝아지고 있다. 이제는 가끔 성과를 놓고 조이 전무님에게 대들기도 할 정도로 에너지가 넘친다. 먹성 좋고 사람을 참 좋아하는 시츄의 본 모습을 찾아가는 듯하다.

 

"난 비밀번호를 몰라. 열어줄 수가 없단다"

 

그래도 아직까지 옛 주인에 대한 추억은 남아 있는 모양이다. 얼마 전 봄이가 발견됐던 장소엘 데리고 가봤다.

 

굳게 닫혀 있는 아파트 공용현관 앞에서 한동안 떠날 줄을 몰랐다. 아마도 전에는 아파트에서 살았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넛 장난감을 한 시간째.."제품 내구성 테스트중이라고!"

 

냠냠의 사장님은 "처음 봄이의 모습을 봤을 때 가슴이 데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봄이가 옛 기억을 빨리 잊을 수 있도록 새로운 즐거운 기억들을 마구마구 만들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봄 상무님! 이제 옛 직장은 잊으세요! 빨리 택배 주문서 처리해 주셔야죠!'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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