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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간 캉스독스] 다람쥐의 공짜 식사

[노트펫] 한국의 가을을 대표하는 상징 중 하나는 은행나무일 것이다. 가을만 되면 은행나무는 탐스러운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특유의 향기를 풍긴다.

 

길거리는 떨어진 은행 열매에서 풍기는 유쾌하지 못한 향기에 취하고 만다. 향기는 관대한 표현이고 악취가 맞는 표현일 것이다.

 

물론 개인의 호불호가 크게 엇갈리겠지만 은행은 상당히 맛있는 열매다. 기름을 두르고 살짝 구운 후, 소금까지 곁들이면 별미라고 할 수 있다. 간식은 물론 안주로도 손색이 없다.

 

필자가 사는 이곳의 대표적인 가로수는 참나무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거리는 도토리가 넘쳐 흐른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렇게 쉽게 볼 수 있었던 은행나무는 아직 보지 못했다. 은행 특유의 향기가 그립기도 하다.

 

도토리가 많다보니 다람쥐는 무척 흔하다. 공원, 인도, 차도는 물론 마당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햇볕 좋은 날 빨래를 널기 위해 뒷마당에 나가면 나무 위에서 장난을 치는 다람쥐를 보는 것은 일상의 작은 행복 중 하나다.

 

미국의 어느 공원에 쏟아진 도토리

 
그런데 가을이 되면 다람쥐가 매우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때는 한 입 가득 도토리를 물고 다니는 우스꽝스러운 모습도 볼 수 있다.

 

사실 다람쥐에게 가을은 축복 받은 계절이다. 인심 좋은 참나무가 엄청나게 많은 도토리를 생산하여 공짜로 주기 때문이다. 무상급식이라고 할 수 있다.

 

다람쥐는 가을의 풍요를 한 철에 끝내지 않는다. 그들은 대부분의 도토리들을 땅에 파묻어 둔다. 다람쥐는 냉장고나 창고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영역 곳곳에 땅을 파고 도토리를 저장한다.

 

얼마 전 공원에서 산책을 하다가 작업 중인 다람쥐 한 마리를 만났다.

 

다람쥐는 자신의 영역에 침범한 낯선 사람을 경계했지만,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작업을 계속 진행하였다. 다람쥐는 앞발로 땅을 열심히 판 후 도토리를 묻었다.

 

공원에서 열심히 땅을 파고 있는 다람쥐

 

필자는 조심스럽게 스마트 폰을 꺼내 다람쥐의 작업 장면을 촬영하였다. 도토리 2개를 땅에 묻은 다람쥐는 여유롭게 그곳을 떠났다. 아마 또 다른 곳에 도토리를 묻으러 갔을 것이다.

 

다람쥐는 자신의 주린 배도 채우고 후일을 위해 음식까지 저장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다람쥐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거래는 결코 아니다. 그리고 공짜 식사도 아니다.

 

다람쥐는 작은 동물이다. 따라서 자신이 숨겨둔 곳에 있는 많은 도토리들을 모두 먹을 수 없다. 그리고 많은 저장 창고의 위치도 다 기억할 수 없다.

 

만약 사람이 다람쥐처럼 많은 곳에 도토리 몇 알씩 숨겨 놓는다고 하여도 그것을 나중에 전부 기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애당초 다람쥐의 도토리 저장 방식은 그런 구멍이 있다.

 

다람쥐 뱃속으로 들어가지 않은 도토리 중 일부는 싹을 틔우고 나무가 될 수 있다. 그것도 어미 나무와 상당히 떨어진 곳에서 자랄 수 있다.

 

어린 참나무는 어미와 햇볕과 토양을 두고 경쟁하지 않을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하는 다람쥐 덕분이다.

 

캉스독스(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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