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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의 묘생묘사] 고양이와 여행을 떠나고 싶다

[노트펫] 예전에 인터넷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독특한 사진 몇 장을 본 적이 있다. 하네스를 차고 등산을 하거나, 심지어 파도 위에서 서핑을 하는 고양이의 사진이었다.

 

세상에 이런 고양이가 다 있나? 나는 모니터 안에 있는 용맹한 고양이의 사진과 거실 바닥에 발라당 누워 오후 내내 자고 있는 내 고양이의 모습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심지어 얼마 전 매체를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호주의 한 남자는 10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의 전 재산을 들고 반려묘와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나는 고양이를 키우기 이전에는 오랫동안 강아지를 키웠다.

 

그때는 강아지와 산책을 나가는 것이 너무 당연한 일이라서 몰랐는데, 고양이를 키우고 보니 그 점이 고양이와 강아지를 키울 때 느끼는 가장 큰 차이점 중의 하나였던 것 같다.

 

산책이 따로 필요 없다는 점이 편하기도 하지만, 날 좋을 때 공원에 함께 나와 뛰어 다니는 강아지들을 보면 함께 야외 활동을 즐기는 모습이 또 그렇게 부러웠다.

 

작은 원터치 텐트를 들고 한강 공원에 나가 있으면 여기저기서 강아지들이 뛰어다닌다. 늘 익숙한 집을 벗어나 새로운 공기와 냄새를 받아들이고 온몸으로 체험하는 그 순간이 그 아이들에게 얼마나 좋은 추억이 되고 있을까.

 

좋은 풍경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사랑하는 이들이 떠오르는 것이 당연한 순서일 것이다.

 

우리 부부는 연애할 때부터 자주 여행을 가곤 했는데, 푸른 파도가 밀려오는 바다나 바스락거리는 노란 낙엽이 아름답게 깔린 가로수길을 보면 이 멋진 장면을 내 반려묘에게 보여줄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가까운 여행지 정도는 함께 차를 타고 가면 좋을 텐데, 같이 간다 한들 내 고양이들이 그 여정을 즐기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으니 말이다.

 

 

고양이에게 산책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꾸준히 찬반 의견이 오가며 논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많은 고양이가 그리 산책을 갈구하지 않는 동물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종종 산책을 하는 고양이들이 있지만,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은 반드시 고양이가 원했을 때 이루어져야 한다. 실제로 많은 고양이들은 집 밖에 나가면 오로지 숨을 곳만 찾는다.

 

물론 바깥에서 여유롭게 풀 냄새, 꽃 냄새를 맡으며 즐기는 고양이들도 있지만, 내 고양이가 산책을 할 수 있는 아이인지 알기 위해서는 긴 시간을 들여 차근차근 준비를 해야 한다.

 

처음에는 실내에서 가슴줄을 채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도시의 집고양이들에게 가슴줄 없이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언제 갑자기 큰 소리가 날지, 혹은 차라도 달려올지 모르는 것이다.

 

가슴줄을 매고 실내에서 돌아다니는 것에 익숙해진 고양이라면 최대한 안전하고 조용한 곳으로 나가 산책을 시도해 보되, 스스로 이동장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억지로 데리고 나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고양이의 산책은 어쨌든 스스로 원한다는 전제하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고양이가 원하지 않는다면 아름다운 경치도, 멋진 여행지도 집사의 욕심일 뿐, 영역동물인 고양이로서는 역시 익숙한 공간이 최고일 것이다.

 

그래도 내 고양이와 여행을 떠날 수 없는 것은 너무 아쉽다. 다만 함께 바깥을 즐길 수 없다면, 최선을 다해서 그곳에서 보낼 법한 멋진 시간을 집 안으로 최대한 옮겨 오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집안의 즐길거리를 좀 더 풍성하게, 그리고 집사와의 놀이 시간을 좀 더 격렬하게 갖는 것으로 지금은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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