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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에세이] 나무를 베개 삼아, 햇살을 이불 삼아

 

[노트펫] 10월 초의 스페인 날씨는 햇빛이 따사로웠다.

 

이비자, 마요르카 섬과 나란히 붙어 있는 작은 섬 메노르카의 해변 몇 개를 거쳐 작은 항구 마을에 도착했다.

 

익숙한 바다냄새가 풍기고, 바다를 따라 야외 테라스가 있는 레스토랑 몇 개가 줄지어 있었다.

 

바쁜 일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모양으로, 모두들 함께 있는 사람과 마주보고 부드럽게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오랫동안 바다를 바라보다 문득 시선을 돌렸는데, 하마터면 보호색 같아서 깜빡 못 보고 지나칠 뻔했던 귀여운 삼색냥이를 발견했다.

 

 

햇빛 조각이 등 위로 떨어져 마치 삼색에 색깔을 몇 조각 더한 것 같았다. 사람들이 앉아 있는 여러 개의 테이블 사이에서 어쩜 그리 마음 편하게 누워 잠이 들었는지.

 

고양이는 나무뿌리를 베고 햇살을 이불 삼아 덮고 자다가, 한참 후에야 사람들의 수다 소리가 귀에 들렸는지 게으른 기지개를 펴고 일어났다.

 

그리곤 역시 바쁜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듯 느릿하게 걸어 사라졌다.

 

박은지 <흔들리지마 내일도 이 길은 그대로니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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