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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의 묘생묘사] 고양이 낯선 집 적응하기, 이사 예행연습

[노트펫] 내년 2월에는 집 계약이 끝나 이사를 해야 한다.

 

현재 우리 집이 최초의 집이었던 제이와 아리의 인생에서는 처음 겪는 사건일 것이다. 환경 변화에 예민한 고양이들이다 보니, 내 지인은 이사 이후 고양이가 매일 문 앞에서 구슬프게 울기만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추석, 긴 연휴와 결혼기념일을 맞아 여행을 가기로 하면서 우리 두 고양이를 어떻게 맡길까 생각하다가 결국 호텔보다는 친정집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그래도 걱정이 되어서 여행 전 3일 동안 친정집에서 함께 지내면서 적응하는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낯선 집에 사람들까지 낯선 것보다는 집사라도 옆에 있으면 좀 낫겠지 싶었다. 내년 이사를 생각하면 환경 변화에 고양이들이 어떻게 스트레스를 덜 받고 적응할 수 있을지도 미리 한 번 예행연습을 해보는 셈이었다.

 

차를 타고 약 한 시간 정도 이동하는 동안 아리는 이동장 안에서 어디로 가는 거냐며 세상 서럽게 울어댔다.

 

그런데 차를 타고 동물병원을 몇 십 번이나 오갔던 제이는 이번에는 왠지 동물병원으로 가는 게 아니라는 직감이 있었는지 전혀 울지 않고 편안하게 꾸벅꾸벅 졸면서 친정집에 도착했다.

 

사료, 스크래처, 이동장, 화장실, 모래까지 짐을 바리바리 들고 들어와 두 고양이들을 풀어주었더니 제이는 느긋하게 먼저 화장실부터 가더니 거실 탐색을 시작했다.

 

 

그런데 아리가 순식간에 사라져서는 보이지 않는다. 어디에 숨겠거니 싶긴 했지만 도대체 어디에 숨었는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닌가.

 

“아리야~” 불렀더니 분명 부엌 쪽에서 “야아옹, 냐아옹” 대답은 아주 잘하는데 도대체 어디에서 나는 소리인지 몰라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손가락 한 개 넓이 밖에 안 되는 냉장고 뒤의 틈도 들여다보고, 베란다 사이사이도 불빛을 비춰보고, 혼자 문을 열고 들어갔을 리 없지만 싱크대 서랍까지 다 열어봤는데 여전히 소리만 들렸다.

 

간식을 손에 들고 바스락거리며 불러 보니 그제야 아리가 싱크대 아래에서 슬그머니 나왔다. 싱크대 아래에서 눈으로 보이지 않는 뒤쪽으로 넘어가 숨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이 집에서 살았던 20년 동안 거기에 빈 공간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아리가 간식만 먹고 다시 들어가려는 걸, 살살 달래서 일단 온갖 잡동사니로 싱크대 입구를 막고 안전한(?) 방 안으로 데려다줬다.

 

 

그런데도 아리는 굳이 다시 나와서 싱크대 아래로 들어가겠다고 서성이더니 결국 포기하고 방에 있는 행거 아래에 다시 자신의 새로운 아지트를 만들었다.

 

아리가 혼자 안전한 곳에 숨으려고 고군분투하는 동안 제이는? 제이는 이미 엄마, 아빠의 다리에 몸을 비비면서 따라다니고 있다. 누군지 몰라도 간식을 달라고 냥냥거린다.

 

평소에도 제이와 아리는 성격이 아주 다르다. 집에 낯선 사람이 와도 제이는 일단 꼬리를 세우가 다가가보는 편인데 아리는 재빨리 안전지대로 몸을 뺄 수 있는 준비를 하며 슬금슬금 맴돈다.

 

그래도 집에서는 홈그라운드라 그런지 크게 겁내는 느낌은 아닌데, 가끔 동물병원이라도 가면 겁쟁이 아리는 수의사 선생님에게 혼자 으르렁거리고 하악거리고 난리였다.

 

몇 시간쯤 지나니 아리도 궁금한지 슬쩍 사람들 근처를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혼자 놀라서 다시 방 안으로 후다닥 들어가고 하며 나름대로 긴장이 좀 풀린 것 같았다. 거실 소파 위로 올라가 거실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보기도 했다.

 

 

사실 고양이들도 집을 떠나 엉뚱한 곳에 오니 당황스럽겠지만, 나 역시 고양이들을 맡기고 여행을 가면 잘 적응했을까 며칠은 불안했을 것이다.

 

옆에서 점점 편해지는 걸 눈으로 보고 나니 좀 안심이 됐다. 그러지 않았으면 보나마나 여행지에서도 애들은 잘 있냐고 엄마에게 사진 요구를 하느라 바빴을 테니.

 

어느새 서로 곁에 있는 게 당연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잠깐 떨어져 있는 것뿐이라도 연습이 좀 필요한 걸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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