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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의 묘생묘사] '집사, 또 폰하냐..내 말 좀 들어주라옹'

스마트폰에 빠져버린 집사

 

[노트펫] 요즘 남편이 샤워하러 욕실에 들어가기만 하면 감감무소식이어서, 하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에게 물었다.

 

“여보, 화장실에서 휴대폰 너무 오래 보는 거 아니야?”

 

“어? 어떻게 알았어?”

 

남편은 샤워를 하는 도중에도 웹툰을 본다고 털어놨다. 이전에 TV에서 한 연예인이 자기는 샤워할 때도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며 스마트폰 중독을 밝힌 적이 있었는데, 그게 딱 내 남편이었을 줄이야.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나도 확실히 예전보다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었다. 스마트폰으로 메신저를 쓰거나 웹툰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업무를 처리하고 동물 세상의 소식도 살피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간다.

 

소파에 반쯤 기대 누워 휴대폰을 들여다보면 아리가 내 배 위로 폴짝 뛰어 올라오는데, 그 묵직한 몸을 쓰다듬으면서 또 하염없이 있다 보면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 한 움큼의 시간이 지나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스마트폰이 반려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글을 보게 되었다. 강아지는 가족들에게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계속 말을 걸고 신호를 보내는데,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보느라 그때그때 적절한 반응을 하지 않으면 소통의 단절을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그 탓에 강아지들도 스마트폰으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고 한다.

 

그걸 보니 확실히 고개가 끄덕여지며 반성이 됐다. 고양이들은 생각보다 굉장히 자기 의사 표현이 적극적인 동물이다.

 

새벽 6시부터 밥 먹자고 울며 집사를 깨우고, 놀고 싶을 때는 알아서 자기 몸보다 긴 낚싯대 장난감을 물고 와서 눈을 빤히 쳐다본다. 간식을 달라고 몸을 비비며 따라다니고, 반응이 없으면 영리하게도 팔꿈치 같은 데를 살짝 깨물기도 한다.

 

그래도 가끔 귀찮아서 못 들은 척할 때도 있는데, 특히 스마트폰을 보고 있을 때 그렇다. 배에는 고양이를 올리고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누워 있다가 손에서 미끄러진 스마트폰이 얼굴을 때리면 그제야 반성의 시간.

 

정신을 차리고 꾸물꾸물 일어나 고양이의 요구를 해결해주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고양이들도 최근에 내가 왜 자기 말을 못 듣는지, 왜 반응이 없는지 답답해했을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스마트폰으로 오히려 고양이와 놀아주는 꼼수를 시도해본 적도 있었다. 벌레나 물고기 같은 것이 화면 안에서 돌아다니는 사냥감 어플 같은 것을 켜준 것이다.

 

그러나 휴대폰 사이즈가 작은 탓인지 아리는 아예 들여다볼 생각도 없고, 제이는 한두 번 관심을 보이는 것 같더니 이런 게 통할 것 같으냐는 듯 시큰둥한 얼굴을 했다. 적극적으로 낚싯대 흔들어주는 어플은 언제 발명되는 것인가…….

 

알아서 놀아주는 고양이용 스마트폰이 언제 개발되는지 궁금한 게으른 집사지만, 사실 고양이들과 함께하는 세월은 10-15년여로 길어도 짧기만 하다.

 

왜 자기 말을 못들은 척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고양이들을 위해, 적어도 고양이들이 부를 때만은 스마트폰은 잠시 내려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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