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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파리 가기]⑫ 마침내 도착, 장하다 고양이들

 

 

[노트펫] 연착 덕분에 비행기를 타고도 한참을 기다린 후 비행기가 이륙을 했다. 고양이들이 놀라지 않을까.

나는 캐리어에 손을 넣어 고양이들을 만져 주었다. 그런데 내가 바닥에 발을 대보니 비행기 웅웅거리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진다.

의자에 앉은 사람들은 그 느낌이 덜하지만 비행기 바닥에 바로 놓인 캐리어 속 고양이들은 직접 그 웅웅거림이 온몸으로 느껴질텐데. 작은 고양이들에게 그 웅웅거림이 얼마나 클까.

괜찮을까. 멀미하거나 불편하지 않을까. 좌석에는 올리면 안된댔는데, 어쩌지. 나는 바닥깔개라도 더 두껍게 깔아줄까 싶은데 이놈들은 내 맘도 모르고 그나마 있던 깔개마저 자꾸 밀어내고 그냥 얇은 바닥에 앉아있다.

 

그나마 깔개라도 있어야 덜 웅웅거릴텐데. 내가 억지로 억지로 깔개를 다시 깔아줘도 잠시 뒤 보면 도로 깔개가 밀려 나있다. 에효, 고집센 것들. 그래도 불안정한 모습은 보이지 않으니 괜찮으려나.

 

이륙을 하고 비행기가 안정되자 나는 캐리어 가방을 확장시켜 고양이들의 공간을 좀 넓혀주었다. 바짝 긴장을 한 첫째 고양이는 공간을 넓혀 주어도 계속 안쪽에서 웅크리고 있었고 두려움이 덜한 둘째 고양이만 넓은 공간으로 고개를 내민다.

 

가방 위쪽 자크를 열어주자 둘째 고양이는 잠시 고개를 내밀어 둘러보고 들어갔다. 그리고 비행 내내 둘다 가방 안쪽에 숨어서, 야옹도 안하고 가만히 숨죽여 있었다.

고양이들은 이 긴 비행시간 동안 무슨 생각을 했을까. 넘나 넘나 긴 시간인데. 비행기에 타기까지는 정말 생난리 부르스였지만 비행기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고요하고 편안했다.

피곤이 몰려왔다. 지난 2주 동안 짐싸느라 날뛰고, 그저께 밤은 철야를 하고... 나는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들었다. 그런데 누가 어깨를 건드린다. 밥먹으라는 승무원이다.

한식이냐 프랑스식이냐. 에어프랑스라 불안했지만 그냥 한식을 주문했다. 삼계탕 비슷한 닭고기와 인삼, 마늘, 대추 조림이 나왔다. 먹을 만했다.

고양이들은 쫄쫄 굶고 있는데 나만 먹으려니 미안했지만 지금 뭔가 먹을 걸 꺼내줘도 긴장한 고양이들이 먹을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밥을 먹고도 피곤이 가시지 않아 계속 잤다. 실은 잔 건지 안잔 건지 알 수 없이 몽롱했지만 시계를 볼 때마다 한 시간씩 지나있는 걸 보면 잠을 자긴 한듯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는 영화를 봤는데 큰 아이가 뒤에 아이스크림이 있다고 가져다주었다. 나는 아이스크림도 먹고, 간식도 먹고. 굶고있는 고양이들이 안쓰러워 손으로 쓰다듬어주었지만 여전히 숨죽인채 웅크린 그대로다.

 

 

시끄럽게 가방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패대기쳐지지 않는 것 만으로도 고마운걸까. 그래도 손을 넣어 만져주면 내 손을 핥는 것으로 보아 큰 문제도 없어 보였다. 착한 고양이들.

 

어느새 샤를드골 공항 상공이다. 지난번 프리트립때는 시간이 너무 안가 미칠 지경이었는데 이번은 그때보다는 빨리 도착하는 기분이었다.

고양이들에게 비행기 착륙한다고 놀라지 말라고 말해주고 곧 형과 아빠를 만난다고 했다. 그리고 확장된 캐리어를 다시 좁혀 뒀다. 잠시 뒤 비행기가 착륙했다. 좌석이 앞쪽이어서 일찍 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큰 아이가 화장실이 급하단다. 아이를 화장실로 보내고 짐가방 앞에서 기다렸다. 한참 있다가 나오기에 볼 일을 다 본 줄 알았더니 변기커버가 없어서 못했다나. 에휴. 그래서 두번째 화장실 앞에 짐을 내리고 들여보냈더니 이번엔 또 화장실 청소중. ㅠ

 

그러느라 다른 승객들이 모두 앞으로 가서 우리는 입국심사장에서 엄청 줄을 서야만 했다. 나는 혹시나 싶어 입국심사장의 직원에게 내가 고양이를 데리고 왔는데 다른 절차가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그러자 직원은 공항의 경찰에게 찾아가서 문의하라고 했다. 경찰? 웬 경찰?? 그 동물병원 선생님은 공항에서는 아무 절차가 없다고 했는데??

 

그래서 출국 서류만 남아있고 입국서류가 없으면 문제가 되니까 꼭 시청에 가서 신고를 하라고 했는데?? 어쨌거나 이 직원이 경찰을 찾아가라니, 찾아가기로 했다.

 

드디어 도착한 파리. 고생했다옹!

 

우리는 짐을 찾은 후 공항 경찰에게 가서 내가 고양이를 데리고 입국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경찰은 기계로 고양이들의 칩 번호를 확인하더니 파일을 가져와서 번호를 기입하고 내 사인을 받는다.

 

진짜 경찰이 이런 일을 하네. 그나저나 칩번호를 확인했으니 입국절차가 완료된 걸까? 그래도 나중에 시청엘 가야 하는 거야, 말아야 하는 거야??

우리는 경찰에게 나중에 시청에 가서 뭔가 추가로 신고해야 하는 것이 있냐고 물었다. 하지만 경찰은 그런게 있는지 잘 모르겠단다. 아니 모르면 어떻게 해.

 

나와 큰 아이는 갸웃갸웃하며 밖으로 나왔다. 저만치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편이 다가온다. 얼마 안 지났는데 와웅. 반갑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만나니 더 반가운건가.

가방 속 고양이들에게 아빠 왔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초긴장 속이라 고양이들이 알아는 보려나 모르겠다.

 

우리는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러 입국절차를 한번 더 문의했지만 정확한 대답은 듣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칩번호를 확인했으니 입국신고는 된듯 하다.

동물병원 선생님 말은 바뀌기 전 정보이거나 아니면 공항에서 신고를 안하고 그냥 나간 다른 사람들이 뒤늦게 시청에 가서 신고하느라 그랬던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내가 나서서 나 고양이 있노라, 하지 않으면 아무도 챙겨주지 않으니 신고 안하고 그냥 나갈 가능성이 더 높기도 했다. 시청은 안가도 될 듯. 

 

여기가 파리냐용. 

 

우리는 주차된 차로 가서 짐을 싣고 고양이를 차에 태웠다. 고양이들을 데리고 무사히 긴 여행을 마쳤다는 안도감이 느껴졌다.

 

파리의 날씨는 좋았다. 햇볕이 비치는 도로로 차를 몰고 나와서 고양이들의 캐리어를 열어주었다. 바람이 살랑살랑, 햇살은 따스하다.

 

첫째 고양이는 여전히 숨어서 나오지 않지만 그래도 안정된 표정이고 둘째 고양이는 고개를 쏙 내밀고 둘레둘레 보다가 기어나와 내 품에 안긴다.

 

장하다, 고양이들.

 

오랜 비행을 견디고 이제 우리는 마침내 파리에 도착했어. 별별 일이 다 있었는데, 잘 버텨줘서 너무나 고마워. 여러가지로 많이 낯설겠지만 우리가 함께 하니까 괜찮을거야.

 

-끝

 

[고양이와 파리가기]는 권승희 님이 작년 가을 고양이 두 마리를 포함한 가족과 파리로 이주하면서 겪은 일을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들을 옮겨 게재한 것입니다. 권승희 님의 블로그 '행복한 기억'(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dongun212)을 방문하면 더 많은 글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게재를 허락해주신 권승희 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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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댓글 1건

  •  희진 2018/10/01 05:22:17
    안녕하세요. 글 잘 읽었어요. 저는 네덜란드에 사는데 다음 주에 고양이와 돌 된 아기와 함께 한국에가요. 혹시 장거리 비행 주에 고양이 배변과 사료 어떻게 하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집에서 출발 시간과 비행시간 다해서 20시간 정도 걸리지 싶은데... 고양이가 잘 견뎌줄지 걱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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