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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으로 떠난 나의 고양이 '하루'

갑자기 무지개다리를 건넌 하루를 보내며

 

 

[노트펫] 비가 많이 내렸다고 했다. 너를 안고 동물병원으로 달려가면서 나는 우산을 챙길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미 네가 세상을 떠난 후인 지도 모르고 내가 조금만 더 빨리 달리면 너를 살릴까, 뛰는 걸 싫어하는 나지만 참 열심히도 뛰었다.

 

 

두 달 후 세 번째 생일파티를 앞뒀던 사랑하는 내 동생 하루야.
 
누나는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다음날 추모공원에 너를 화장하러 보낼 때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누나는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몇 번이나 부여잡았는지 모른다

 
 
쫑알쫑알 말도 많고 애교도 많아 매일 아침 얼굴을 비비며 누나 잠을 깨워줬던 천사 같던 하루야.
  
'어부바'를 좋아해 자꾸 가족들 등에 폴짝폴짝 올라탔던 내 동생 하루야.
 
네가 등에 올라타면 가족들은 몇 시간이고 네가 편할 수 있게 허리를 숙여줘야 했지만 하나도 힘들지 않았단다. 너는 그 등에 기대 누워 그릉그릉 소리를 내며 얼굴을 비벼댔지.
 
 
가족들이 할머니와 합가를 결정하면서 너를 큰언니네 집에 보내기로 했을 때 누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얼마 전 결혼한 큰언니는 네가 나만큼이나 좋아했던 누나니까
  
사이가 좋지 않은 할머니 댁 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네가 좋아하는 큰언니와 마음 편하게 지내는 게 더 나을 거라고 판단했던 가족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새로 큰언니 집에 갈 때 예쁜 모습으로 가 더 많이 사랑받길 바라 미용을 예약했던 것도 용서해 주길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일까.
 
예민하고 힘이 센 너는 마취 미용을 해야 했지만, 병원은 아픈 하루를 치료해주는 안전한 곳이라 믿었고, 일 년 전에도 탈 없이 마취 미용을 한 경험이 있으니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미용을 마친 너를 안고 집에 왔는데 너는 너무 오래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했다그러다 겨우 일어나서 휘청휘청 걷다 넘어졌고 갑자기 발작을 일으켰다.
 
당황스러운 상황에 어찌할 줄 몰랐던 누나는 병원에 전화를 거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고 병원에서는 아무 일도 아니라고 했다.
 
누나는 그 말을 믿었다.
 
너는 침을 흘리다 오줌을 싸기 시작했고 다시 병원에 전화를 걸었으나 그냥 안정을 취하게 하면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미안하게도 누나는 그 말도 또 믿어버렸다.
 
그래서 너의 몸에 묻은 소변을 닦아주며 네가 안정을 찾길 기다리는 도중 너는 갑자기 대변을 보더니 내 품에서 눈을 감았다.
    
 
비가 많이도 내렸다고 했다누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냥 열심히 달린 기억뿐.
 
너를 안고 병원에 도착하자 담당의는 너를 보며 말했다혀를 내민 것을 보니 이미 죽은 거다. 그리고 자신들의 과실은 아니다.
 
마취에서 깨지 못해 죽은 거면 자신들의 과실이겠지만 마취를 깨는 과정에서 걸어 다니다 죽었기 때문에 병원 과실이 아니다. 잘잘못을 따지고 싶으면 부검을 해야 한다.
 
누나는 부검은 원치 않았다. 너의 배를 가르는 일은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병원에서는 사람 도리가 있으니 화장비는 부담하겠다고 했다.
 
그 외의 보상을 받으려 하면 죽은 너를 팔아 돈을 버는 기분이라 가족들은 아무런 보상도 받지 않기로 했다.
 
 
너를 사랑하는 방법 외에는 무지했던 누나를 너는 지금 원망하고 있을까.
 
너를 차례로 어부바해줬던 가족들은 네가 떠나고 울기만 한다. 네가 떠난 슬픔만큼 점점 커져가는 죄책감에 가족들 누구 하나 쉽게 웃지도 못한다.
   
 
사랑하는 내 동생 하루야.
 
아직도 네가 쓰던 밥그릇에 매일 새로 밥을 채워주고 있다. 너의 형 시루도 네가 늘 앉아있던 자리를 바라보고 네 밥그릇에 담긴 밥은 절대 먹지 않고 너를 주려는지 기다리고 있다
 
 
네 냄새가 묻어있는 곳을 찾아가 아기처럼 울고 그 자리에서 잠이 들기도 한다.
 
유난히 겁이 많았던 내 동생 하루야
 
 
유골을 뿌리면 혹여나 네가 무서워하지는 않을까 싶어 너의 유골은 스톤으로 제작해서 가족들 가까이에 두고 있다.
 
무지개다리를 건너며 길을 잃진 않았니. 혼자라 너무 무서워 울고만 있지는 않니.
 
곧 이사를 가는데 하루 네가 가족들을 보러 찾아왔다가 못 보고 돌아가면 어쩌나 가족들은 걱정이 크다
 
 
사랑하는 내 동생 하루야. 너의 이름은 봄이라는 뜻이다. 너와 함께한 3년 남짓한 시간 동안 너는 우리 가족에게 늘 봄이었다.
 
돌아오는 이번 봄에는 누군가한테 또 봄을 선물해주려 떠난 것이니.

언젠가 돌아오는 봄에 네가 다른 모습으로 찾아와 다시 봄을 선물해줄 거라는 이뤄지지 못할 꿈을 누나는 간절히 꾸고 있다.  
 
 
이 글은 지난달 28일 고양이 '하루'를 떠나보낸 조온슬 씨의 시점에서 재작성했습니다. 

김승연 기자 ksy616@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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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댓글 1건

  • 2018/09/21 08:27:50
    두번 다시 그 동물병원 쳐다도 보지 말아요!!! 봄이는 분명 좋은 곳에서 안식을 취하며 집사님들의 행복을 바라고 있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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