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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원의 미국 야생동물] 엉덩이가 하얀 사슴의 뿔

[노트펫] 몸이 허약한 아이들을 위해 부모들은 녹용(鹿茸)과 인삼이 들어간 보약을 지어준다. 그런데 정작 그 녹용은 주인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녹용은 엘크(Elk)라는 대형 사슴의 뿔이다.

 

엘크는 시베리아 동부에서부터 북미 대륙에 이르는 광활한 초지에서 사는 사슴으로 수컷은 700파운드(317kg)나 되고, 암컷은 500파운드(226kg) 정도 된다. 수컷 엘크는 성인 남성 4명의 체중과 맞먹을 정도로 크다. 그러니 꽃사슴 같은 작은 사슴의 녹용 생산량을 압도한다.

 

엘크라는 익숙한 이름은 미국 원주민(Native American)들이 만든 이름이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훨씬 정겹게 사슴을 불렀다. 미국 중부의 쇼니 부족(Shawnee)은 엘크의 엉덩이가 하얗다는 점에 착안하여 ‘하얀 엉덩이’라는 뜻을 가진 ‘와피티’(Wapiti)라고 불렀다.

 

엘크들의 엉덩이는 암수구별 없이 모두 하얗다. 2017년 11월 멤피스동물원 촬영.

 

엘크의 하얀 엉덩이는 암수 구별이 없지만, 뿔은 그렇지 않다. 엘크의 뿔은 암컷에게는 없고, 수컷에게만 있다. 따라서 엘크 암수 구별은 간단히 뿔의 유무로 할 수 있다.

 

외양상 멋진 뿔을 가지고 있는 동물은 아름답고, 당당하게 보인다. 하지만 이는 결코 축복을 받을 일이 아니다. 이는 코끼리의 상아나 코뿔소의 뿔을 보면 알 수 있다. 예로부터 멋진 뿔은 그 뿔을 노리는 사냥꾼들을 불러 모은다.

 

늦가을이 되면 미국 전역에서 사냥이 시작된다. 사냥철의 인기 대상 동물에는 항상 수컷 엘크가 포함되어져 있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중부의 대형마트에서는 암컷의 분비물로 만든 수컷 엘크 유혹 제품들을 판매한다.

 

그렇다고 미국 사냥꾼들이 녹용을 먹기 위해 수컷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녹용의 효능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대신 멋진 뿔을 가진 수컷 엘크로 트로피(trophy)를 만들어 거실이나 서재 같은 곳에 걸어두려고 한다. 그런 취미를 가진 사람에게 수컷 엘크는 사냥철에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엘크의 뿔은 사람의 이빨처럼 영구불변하는 것이 아니다. 수명을 다한 뿔은 떨어지고, 새로 나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매년 봄이 되면 생명을 다한 뿔은 떨어지고, 5월이 되면 새롭게 난다. 새로 나는 엘크의 뿔은 엄청난 속도로 자란다. 매일 1인치(2.54cm)씩 자라서 8월이 되면 성장을 멈춘다. 최대 4피트(120cm), 무게는 35파운드(16kg)나 된다.

 

엘크들로 만든 트로피. 사진 왼쪽의 뿔이 있는 것이 수컷, 오른쪽의 뿔이 없는 것이 암컷이다. 2017년 멤피스의 한 호텔 입구에서 촬영.

 

엘크의 뿔은 암컷의 마음을 움직이는 장식용이다. 짝짓기 철이 되면 암컷들은 웅장한 뿔의 소유자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다. 암컷들은 그런 수컷들이 건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뿔은 암컷의 마음을 휘어잡을 수 있도록 멋지고 커야 한다.

 

하지만 암컷의 마음을 휘어잡은 그 뿔은 다른 수컷에게는 무서운 무기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뿔을 이용하여 수컷들은 목숨을 건 결투를 벌인다. 전투 결과는 매우 중요하다.

 

어느 수컷이 무리(harem)의 대장이 될 것인지를 정하고, 다음 세대 엘크들의 배타적인 아빠가 되기 때문이다. 이듬해 5~6월 대장 수컷의 자식들은 미국 중서부의 초원을 채우게 된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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