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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원의 미국 야생동물] 마법의 스낵 팝콘에 홀린 토끼

[노트펫] 팝콘은 마법의 스낵이다. 팝콘의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향기는 좋지 않은 냄새를 압도하고도 남는다.

 

어지간한 냄새는 팝콘으로 간단히 덮어버릴 수 있다. 그래서 좋지 않은 냄새가 실내에서 나는 경우, 전자레인지로 팝콘을 돌려 없애 버리기도 한다.

 

팝콘은 강력한 향기로 전혀 엉뚱한 산업의 발전을 위해 큰 기여를 하였다. 한국인들의 영화사랑은 대단해서 작은 인구 규모에도 불구하고,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은 당당히 세계 톱 6 시장이다. 한국보다 더 큰 영화시장을 가진 나라는 북미, 중국, 영국, 일본, 인도 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한국 영화산업의 성장 뒤에는 팝콘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웬만한 영화 팬이라면 극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팝콘의 향기다. 그리고 그 냄새에 이끌려 극장에 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만약 극장에서 팝콘 대신 오징어를 구워 팔았다면, 지금만큼 영화 산업이 발전하지 못했을 수 있다. 물론 개인적인 궤변에 불과하지만, 얼토당토않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 얼마 전 이역만리 머나먼 텍사스에서 팝콘의 위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도 사람이 아닌 한 야생동물을 통해 팝콘의 위력을 체감할 수 있었다.

 

필자가 묵었던 댈러스의 한 호텔은 시내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었다. 그 호텔 뒤로는 숲과 개천도 펼쳐져 있어서 야생동물들이 살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야생동물이 많은 미국에서는 이런 곳에서는 음식물 관리를 각별히 잘해야 한다. 특히 냄새가 많이 나는 음식물의 경우, 더욱 그렇다.

 

자칫하면 본의 아니게 곰을 포함한 다양한 야생동물들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생동물이 많이 사는 지역의 경우, 곰의 침입을 예방하기 위한 쓰레기통도 설치되어 있다. 

 

곰의 침입을 막을 수 있는 쓰레기통. 2018년 7월 세인트루이스에서 촬영

 

 

호텔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숙소로 다시 가다가, 누군가의 부주의로 화단에 떨어진 팝콘을 볼 수 있었다. 땅바닥에 떨어진 팝콘을 본 순간, 잠시 후 야생동물의 방문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어느 종류의 동물이 오느냐는 것이었다.

 

한 시간 정도 뒤 일정이 있어서 숙소를 나왔다. 궁금한 마음에 아까 보았던 팝콘이 떨어진 화단으로 갔다. 팝콘 냄새에 이끌려 호텔을 방문한 야생동물은 비쩍 마른 토끼 한 마리였다.

 

팝콘을 먹는 사막솜꼬리토끼, 2018년 8월 댈러스에서 촬영

 

 

나중에 인터넷을 뒤져보니 그 토끼는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사막솜꼬리토끼(desert cotton tail rabbit)였다. 이 작은 토끼는 미국 몬태나에서 멕시코 중부 지역에 이르는 건조한 곳에서 서식하는 신대륙 토끼의 일종이었다. 사막솜꼬리토끼는 우리에게 익숙한 통통한 집토끼와는 달리 마르고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다.

 

행운의 파티에 초대된 사막솜꼬리토끼는 팝콘을 바로 먹지 않았다. 먼저 킁킁거리면서 냄새를 맡았다. 야생동물 특유의 경계심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팝콘을 먹기 시작했다. 사람도 참기 어려운 팝콘의 냄새를 사람보다 후각이 예민한 토끼가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예기치 않은 실수로 흘린 팝콘 덕분에 미국 사막에서만 사는 사막솜꼬리토끼를 보는 호사를 누린 하루였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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