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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의 묘생묘사] 내 고양이의 어린 시절 습관

 

[노트펫] 요즘 나는 새로운 음식에 자주 도전하고 있다. 30년 넘게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꽤 여러 가지의 음식들에 입문을 했다.

 

사람들이 왜 연어를 그리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고, 오돌뼈가 생각보다 먹기 불편하지는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여러 성공적인 도전에 고무되어 이러다간 곱창도 먹는 날이 오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편식하는 것이 특별히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아직도 먹지 못하는 음식이 훨씬 더 많지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것도 꽤 즐거운 일인 것 같다.

 

싫어하는 게 많은 것과는 별개로 나도 바닷가에 놀러가면 회나 조개구이를 먹고, 비 오는 날에는 포장마차에서 모래집에 소주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즐길 수 있는 먹거리가 많아진다는 건 나의 세계를 넓혀가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기도 한 것 같다. 막상 주변에서 추천하고 권유할 때는 통 마음이 내키지 않았는데, 막상 스스로 마음이 움직이니까 새로운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다.

 

최근에 TV를 보다가 습식을 통 먹지 않으려 드는 고양이의 이야기를 보게 됐다. 그 고양이는 신장이 좋지 않아 물을 많이 섭취해야 하는데, 습식을 거부하고 건사료만 먹으려 해서 집사의 걱정이 많은 듯했다.

 

고양이가 필요한 만큼의 물을 먹어주지 않는 것은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그 상황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는 이랬다. 고양이는 태어난 지 6개월 이내에 먹어보지 않은 음식은 평생 먹지 않으려 하는 경우도 있다고!

 

흠, 관점에 따라서 놀라운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뭣 모를 때야 엄마가 주는 대로 이것저것 먹어볼 수 있지만, 스스로의 입맛과 취향이 생기고 나면 '내 기준에 맛없어 보이는' 음식을 굳이 도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영양상의 이유도 있겠지만, 그래서 이유식에도 최대한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고양이의 경우 태어난 지 6개월 내에 많은 음식을 접해보는 것은 운 좋은 케이스일지도 모른다. 우리 집만 해도 세 마리 고양이 중 생후 6개월 이내의 모습을 본 것은 첫째 고양이 제이뿐이니까.

 

성묘가 되고 나서 만난 둘째, 셋째 고양이가 생후 6개월 이내에 뭘 먹고 살았는지는 모른다. 전문가의 말을 듣고 나니, 입맛이 유독 까다로운 둘째 아리는 확실히 그때 식성 취향이 결정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식성 외에도 사람이나 고양이나 꽤 많은 부분이 어린 시절에서 영향을 받곤 하는 것 같다.

 

종종 '우리 고양이는 왜 꾹꾹이를 안 하죠?' 같은 질문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꾹꾹이는 어릴 때 엄마 젖을 잘 먹기 위해서 배를 누르던 습관이 남아 있는 것이다.

 

물론 고양이에 따라 그 시절을 겪어도 꾹꾹이를 하지 않기도 하고, 어릴 땐 하던 꾹꾹이를 커서는 안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과거를 모르는 고양이와 살아갈 때에는, 그런 사소한 습관 하나하나에서 보이지 않는 과거를 짐작해보게 되기도 한다.

 

결국 습식을 거부하던 그 고양이는 식습관을 바꾸기보다, 건사료를 먹되 물을 많이 섭취할 수 있는 생활환경을 만들어주는 쪽으로 솔루션을 받았다.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배어온 성향이나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으니까.

 

하지만 굳이 바뀌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누군가 그걸 강요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서로를 관찰하고,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맞춰가며 살아가면 된다. 지금의 모습,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면서 말이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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