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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의 묘생묘사] 죄의식도 없이 동물을 학대하는 인격에 대하여

 

[노트펫]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들이 모여 있는 단톡방에 순식간에 메시지가 쌓였다.

 

느지막이 확인해 위에서부터 읽어보니 유튜브에 웬 끔찍한 동영상이 올라왔다는 것이다.

 

손이 떨릴 만큼 화가 난다는 사람도 있고, 차마 보지 못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 얘기를 들으니 나 역시 겁이 덜컥 나서 차마 동영상을 클릭해보지 못하다가 띄엄띄엄 짧게 넘겨보았고,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너무 아팠다.

 

삼색 고양이를 짧은 줄에 묶어 경련할 정도로 때리고, 그 모습을 보며 오히려 즐거워하는 동물학대 영상이었다.

 

비난이 이어지자 계정은 삭제되었고, 수소문 끝에 동물권단체 케어가 용의자를 찾아냈다.

 

동물학대가 이토록 명백한데도 그를 설득해 고양이를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뒤에야 고양이를 구조할 수 있었다.

 

고양이는 겁에 질려 있었지만 다행히 상태는 양호해 보였다고 하는데, 그 뒤에도 동영상이 퍼져나가며 많은 이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동물보호법이 개정되고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종종 믿지 못할 만큼 잔인한 학대 사례가 들려온다.

 

동물을 죽이는 것뿐만 아니라 상해를 입히거나 괴롭히는 것도 동물학대로 규정하겠다고 법이 개정된 것은 정말 최근의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왜 죄책감도 없이 동물을 학대할까.

 

과연 그것이 범죄라는 죄의식이 있었다면 자랑스레 유튜브에 올려 사람들에게 드러낼 수 있었을까?

 

동물학대를 자랑한다는 것은 폭행, 살인 등 명백한 범법 행위와 달리 동물학대가 그 정도로 심각한 범죄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해서가 아닌가 싶다. 아니면 사이코패스거나.

 

동물학대는 그런 의미에서 미투 운동과도 닮은 구석이 있다.

 

성희롱이나 성폭행이 이토록 심각하게 다른 사람의 삶에 상처를 입힌다는 사실을, 그것이 심각한 범죄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알고 있었다면 그들은 상대방의 인생은 물론 자신의 인생도 망칠 수도 있는 범죄를 굳이 저질렀을까.

 

어쩌면 그들은 그래도 되는 줄 알았을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정신적, 신체적 상처를 입히는 행위가 자신의 앞길까지 막을 수 있는 범법행위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화가 나도 폭행이나 살인을 저지르지 않을 수 있는 판단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성적 범죄는 왜 그리 간단히 저지른단 말인가. 그

 

렇게 해도 감출 수 있다는 자신이 있거나, 그 정도는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어서가 아닐까.

 

마찬가지로 동물학대를 저지르는 많은 사람들이 죄의식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사람도 아니고 동물이니 괜찮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가치를 멋대로 재단하는 그들이 언젠가 사람을 상대로도 그 잣대를 들이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처럼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더라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동물학대가 생명을 해치는 행위라는 사실을 제대로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동물학대는 더 끔찍하다.

 

어쩌면 이 일은 한 생명이 고통당하는 것뿐 아니라, 약자를 마음대로 휘두르고 괴롭히며 가학적인 쾌감을 느끼는 인격을 다루는 문제다.

 

그들의 두 번째 범죄, 그리고 모방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엄격한 처벌, 그리고 사회 전반에 대한 교육이 절실히 필요할 것 같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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